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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내분 격화…김한길 선대위원장직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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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내분 격화…김한길 선대위원장직 사퇴

천정배는 당무 거부…안철수 "타협 없다"

국민의당 지도부에서 더불어민주당과의 야권 연대에 대한 입장차를 놓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연대파'인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은, '독자파'인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입장을 굽히지 않자 당무 거부에 들어갔다. 특히 김 위원장은 선대위원장 직을 내려놓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의 탈당 가능성도 점차 거론되고 있다.

천 공동대표와 김 위원장은 11일 오전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불참 이유에 대해 천 대표는 "야권 연대에 관해 안철수 대표와 의견 조율이 될 때까지 당분간 쉬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고 천 대표 측 관계자가 전했다. 김 위원장 측도 이날의 불참이 안 대표와의 의견 차로 인한 사실상의 당무 거부임을 확인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성명을 내어 "상임선대위원장 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히며 안 대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렸다. 천·김 두 사람은 전날 밤 안 대표와 셋이서 회동을 갖고 의견 조율을 시도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김 위원장은 성명에서 "어젯밤 저는 공동대표 두 분과 회동을 갖고 수도권에서의 야권 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간곡하게 설명드렸다"며 자신은 회동에서 "야권의 통합과 연대 문제에 대해 저는 '깊은 고민과 뜨거운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양당 중심 정치를 극복해 보려고 하다가 오히려 박근혜·새누리당 일당 독주를 허용하는 결과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고민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안철수 대표의 강고한 반대를 넘지 못했다"며 "이에 상임선대위원장의 직에서 물러나면서 그 사유를 한 줄로 줄인다"고 했다. 김 위원장 측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전날 회동 결과에 대해 "안 대표를 설득하려고 노력했으나 (설득이) 안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앞서 이들은 "우리 당이 교섭단체 이상 의석만 확보하면 여당이 개헌선(200석)을 넘든 말든 상관 없다는 식으로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김한길), "제3당 체제 확립보다 야권의 개헌 저지선 확보가 더 중요하다"(천정배)라는 입장을 보이며 안 대표와 입장차를 빚어 왔다.

안 대표는 이전부터도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을 믿는다. 퇴행적인 새누리당에 개헌 저지선이 무너지는 결과를 주시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었고, 특히 전날에는 지난 9일 기자 오찬간담회에서 나온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아 "어제부로 김종인 대표가 '생각이 없다'고 정리를 명쾌하게 해 주셨다"며 "김 대표 발언을 통해 상황이 종료됐다. 다 정리됐다"고 선을 그었다.

안 대표가 언급한 김종인 대표의 발언은 "죽어도 안 하겠다는 사람에게 더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 안철수 씨 생각은 이렇게 총선이 끝나면 (자신이) 그 당 대선 후보가 되고, 우리 당 후보와 단일화를 하라고 하면 '저번에 양보했으니 (이번에는) 나한테'라고 (생각)할 텐데, 정치가 그렇게 쉬운 게 아니다"라며 "(야권 통합은) 사실상 이번 주 넘어가면 힘들다"는 내용이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김한길 위원장의 복당 가능성에 대해 "온다면 받아는 줘야지"라고 하거나, 심상정 정의당 대표에게 "지금 연대하자는 건 결국 선거구 나눠 달라는 말"이라며 "지금 정의당이 될 수 있는 지역은 심 대표 (지역구) 하나 빼고는 없는 것 아니냐"고 거침없이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안 대표는 김 대표를 "모두까기 차르"라고, 더민주를 "차르 패권 정당"이라고 비난했다.

천·김 불참 최고위에서 주승용 홀로 "연대"…친안파 최고위원들 일제히 '독자론' 펴

국민의당 내 독자파와 연대파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일각에서는 천 대표나 김 위원장의 탈당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특히 천 대표는 전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와, 최고위 이전에 따로 안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야권 연대 불가론을 접지 않으면 중대 결심도 불사하겠다'는 취지의 얘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 결심'이 총선 불출마일 것이라는 한 언론 보도에 대해 천 대표 측 김재두 당 대변인은 "천 대표가 생각하는 방향과 다르다. '중대 결심'은 불출마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탈당이다. 실제로 광주 지역 인사 등 천 대표와 함께 구 국민회의에서 국민의당으로 건너온 이들 가운데 일부는 탈당도 불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김 위원장 측 관계자는 "탈당 가능성 등의 이야기는 아직 너무 앞서가는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질문에 "모르겠다"고만 했다. 김 대표는 성명서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이 냉정하게 좌표를 직시해야 한다. 여당에게 어부지리를 주지 않으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일들이 있는가 잘 생각해 봐야 한다"고 했을 뿐 '당을 떠날 가능성도 있는지', '안 대표의 반대를 끝내 넘지 못하면 어떡할 것인지' 등의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천·김 두 사람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이날 최고위에서는 김 위원장과 가까운 주승용 원내대표만이 '연대론'을 강조했을 뿐, 안 대표 및 그와 가까운 최고위원들은 일제히 제3당 체제 정립이 우선이라며 독자론에 기반을 둔 주장을 쏟아냈다. 양 측의 팽팽한 신경전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풍경이다.

주 원내대표는 "야권을 향한 호남 민심의 요구는 분명하다. 총선 승리를 통해 정권 교체 가능성을 높이라는 것"이라며 "호남 민심은 제1야당에 대한 실망으로 인해 대안 야당으로서 국민의당을 지지하고 있지만, 어부지리로 인한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는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어 "그런 이유로, (호남 민심은) 야권 선거 구도에 대해 '호남은 치열하게 경쟁하고 비호남권은 일부 지역에 대해 연대나 단일화가 불가피하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라며 "현재 새누리당 내부의 증폭되는 공천 갈등으로, 잘만 하면 총선 승리 희망을 가질 수 있는데도 원칙적 입장을 고수하다가는 호남 민심이 우리 당을 외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안 대표는 "적당히 낡은 정치, 옛날 방식에 타협할 수 없다"며 "하던 대로 하면 만년 야당, 2등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 쪽으로 분류되는 박주선 최고위원은 "흔들림 없이 뚜벅뚜벅 걸어가야 한다. 만약 국민과의 약속, 창당 명분과 목표를 버린다면 국민의당이 아니라 국민을 기만하는 정당"이라며 "국민의당은 평화적 정권교체를 개척한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를 모델로 삼아 흔들림 없이 가야 한다"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만든 신당인 새정치국민회의가 기존 야당이었던 평화민주당을 제치고 1야당 자리를 차지한 길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대선 때부터 안 대표를 도운 대표적 '안철수 사람' 김성식 최고위원도 창당 후 처음으로 최고위 공개 발언을 신청해 "더민주 김종인 대표도 선거구 나눠먹기 방식의 후보 연대는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했고, 그런 제안을 한 또다른 진보적 야당(정의당) 대표에 대해서도 이런 이야기를 했다. 이제 (연대는) 현실적이지도 않고 국민의당이 바라는 길도 아니다"라며 "그러면 이제 우리 당의 본래 취지대로 뚜벅뚜벅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여당의 지지 기반을 줄여갈 수 있는 확장성은 더민주가 아니라 우리 당에 있다"며 "상식적·합리적 국민들과 함께할 수 있다면 새누리당의 압승도 저지하면서 정치판의 근본을 바꾸는 '제3정당 혁명'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다같이 하기 (바란다)"고 했다.

지난 8일 "나중에 추이를 봐서 지역구별로 전략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가능하고 또 필요할 수 있다"(SBS 라디오 인터뷰)라고 했던 이상돈 공동선대위원장도 "정당을 창당했던 초심에 비춰볼 때, 이 단계에서 현실적이지 못한 논의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라며 "우리 현실에 입각해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며 독자론에 더 무게를 두는 쪽으로 선회했다.

박지원 의원은 당 내분 사태에 대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안철수 천정배 김한길 세 분 방문을 걸어 잠그고 '끝장 토론' 해서 결론 내시라"며 "저라도 필요하면 상경하겠다. 이러다가 선거에 지면 당이 공중분해된다"고 우려했다. 박 의원은 "국민의당은 '친노 패권주의' 청산의 결과를 보고 연합·연대·단일화를 논의하면 된다"며 "지금은 공천 작업에 매진하고 단결이 필요한 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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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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