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던진 '야권 통합' 화두가 '야권 연대'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8일에는 한완상 전 교육부총리와 함세웅 신부 등 재야 원로들이 나서 더민주와 국민의당 간의 수도권 선거 연대를 촉구했다. 전날 국민의당 선대위 회의에서 공개 설전(☞관련 기사 : 김한길 이어 천정배도 "개헌 저지선 확보가 더 중요")이 벌어진 데 이어, 국민의당 지도부 내부에서도 야권 연대와 관련한 언급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김종인 대표가 제안한 '야권 통합'에 대해 앞서 국민의당은 거부 입장을 당론으로 정한 바 있다. 그러자 이날 오전 한완상 전 부총리와 함 신부 등은 국회에서 "여야 접전이 예상되는 수도권에서, 국민에 큰 호응을 받았던 '필리버스터 연대'의 교훈을 되새겨 야권의 연대와 분발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야권 연대를 촉구하는 단체 및 개인들이 모여 만든 '야권의 단합과 2016 총선 승리를 위한 수도권연대'라는 단체 명의의 기자회견에서다.
한 전 부총리는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현 상황에 대해 "(새누리당이 3분의 2 의석을 차지하면) 개헌 저지선 정도만이 아니고 국회선진화법은 날아가는 것이고, 그러면 의회 독재가 되는 것"이라며 "일본의 자민당식 영구 집권으로 갈 개연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 전 부총리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들이 그런 결과를 새누리당에 주시지 않을 것'이라고 한 데 대해 "그건 최근의 역사를 전혀 모르는데서 나오는 이야기"라고 비난했다.
한 전 부총리는 과거 1987년 대선에서 양김의 분열로 노태우 민정당 후보가 승리한 사례를 들어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자서전 등을 통해 '일생 가장 부끄러웠던 것이 1987년 후보 단일화를 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며 "김 전 대통령의 깊은 후회, 그 판단을 존중해야 되는데 지금 안철수 씨는 전혀 그런 것을 참고할 수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당 안에서도 과거 역사를 알고 DJ의 회한을 이해하는 천정배·김한길 의원은 사람들은 생각이 다르지 않느냐"고도 했다.
한 전 부총리는 국민의당을 직·간접적으로 지칭하며 "그런 판단이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판단", "우리나라가 이렇게 된 것은 늘 야당 내에 이른바 '벚꽃(사쿠라) 세력'들이 나와서 겉으로는 야당인 척하면서도 실제 결과적으로는 선거 끝나고 나면 여당을 도와주는 그런 가슴 아픈 일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안 대표 개인을 향해서도 "젊어서 모른다"거나 "광야에 살지 않고 넉넉한 가정에 살아서 광야의 뜻을 잘 모르시는 것 같다"고 맹비난을 했다.
김종인 대표가 불씨를 당긴 데 이어, 한 전 부총리 등 재야 원로들이 불을 '통합'에서 '연대'로 옮겨 붙이려 하는 모양새다. 관심사는 이 불이 국민의당으로 번질지다. 전날 공개적으로 안 대표와 각을 세웠던 김한길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날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야권 원로들의 제안에 대해 "어쨌든 그 어른들도 제가 어제 제기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계신 것 아니냐"고 했다. 김 대표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그 (원로들의 기자회견) 내용이 참여를 요청하는 것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천정배 공동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통합'은 이미 불가하다고 당론으로 결정했지만 '연대'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 없이 열려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천 대표는 "통합 문제는 끝났다. 나머지 문제 의식은 새누리당의 압승을 방치하거나 결과적으로 그것을 돕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하는 데 대한 것이고, 그 문제에 대해 당 내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수도권 연대가 필요하다는 말이냐'는 질문에 천 대표는 "그러니까 수도권 연대뿐 아니라 새누리당의 압승을 저지할 수 있는, 연대도 (거기에)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보다 더 전략적인 논의를 상당히 비장한 각오로 해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그는 '안 대표는 수도권 연대도 없다고 하는데'라는 기자의 질문에 "안 대표가 수도권 연대 안 된다고 말씀하셨나요?"라고 되물으며 "너무 단정적으로 못박지 마시라. 그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내에서 이른바 '독자파'로 분류되는 이상돈 공동선대위원장도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대 당 선거연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도 "일단 대진표를 다 짜고, 나중에 추이를 봐서 지역구별로 전략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가능하고 또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라디오 진행자가 '지역구별 자율적 연대는 가능하다고 했는데, 안 대표도 같은 생각일까'라고 재질문을 하자 이 위원장은 "안 대표는 그 부분에 대해서 확실히 말한 적은 없다"며 "그때 가서 그런 판단을 하는 것이 결코 우리의 '제3당' 목표와 배치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전날 선대위 회의에서의 공개 설전에 대해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어제 김한길 위원장이 모두 발언에서 그렇게 하시는 것에 대해서는 뜻밖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을 가질 수는 있지만 과연 모두발언에서 그렇게 말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었다고 김 위원장을 간접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그래서 곁에 있던 안 대표도 원래 준비한 원고 외에 그 부분에 대해 언급을 했고 그런 것이 언론에서 '대충돌이다' 그렇게 (보도를) 했는데 사실 그걸로 끝났다. 비공개 회의에서는 그 문제는 다루지 않았다"고 전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총선 출마 선언을 하고 지역 현안에 대해 언급했을 뿐, 야권 연대 이야기에 대해서는 어떤 질문에도 "중앙 정치 이야기는 내일 하자"고만 답하며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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