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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1980년대 '아버지의 나라'와 지금은…

[청년, 청년 배당을 말하다 ⑤] 2016년 한국, 기업은 부자·가계는 빚쟁이

'헬조선', '금수저, 흙수저', 'N포세대'... 2016년 대한민국, 그리고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청년(25세~34세)들을 일컫는 말이다. 취업, 결혼, 출산 등 모든 것을 포기했다는 청년들에게 한국은 희망 없는 사회다. 부모를 잘 만나면 그나마 살만 하다고 자조한다. 청년들이 체감하기에 한국은 노력해도 살기 힘든 나라다.

반면,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한국사회는 단군 이래 가장 높은 생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오른 각종 경제지표와 실물지수가 이를 뒷받침한다. 우리 사회 기성세대들 즉, 산업화‧민주화 세대들은 지금의 청년을 두고 "어려운 시절 경험이 없어서 앓는 소리 한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왜 이들의 시각은 이토록 다른 걸까.
1988년 '나는 중산층이다' 응답 60.6%

산업화 세대의 막내, 그리고 민주화 세대의 맏이가 청년기를 보낸 1980년대 후반을 살펴보자. 1985년 G5 정상회담을 계기로 달러와 국제금리, 유가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는 이른바 '3저 시대(저금리, 저유가, 원화 약세)'의 서막이 열리면서 한국 경제는 축제를 맞이했다.

수출에 목숨을 걸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외채 상환과 석유 전량 수입 부담을 지고 있는 한국에는 엄청난 행운으로 작용했다. 1985년 국민총생산(GNP) 성장률은 6.6%로 83년의 12.2%, 84년 8.5%에 비춰 크게 낮았지만 1986년에 12.9%의 고성장을 기록했다. 이러한 고성장은 이후에도 이어진다.

1985년 해외순부채도 467억 달러였지만 이후 3년 만에 흑자로 돌아서서 파국적인 외채 위기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1인당 GNP도 1980년 1592달러에서 1987년 3000달러 선을 넘어 3110달러 기록했다.

주식도 천정부지로 올랐다. 1985년 말 163이었던 종합주가지수가 1986년 말에는 272, 1987년 말에는 525, 1988년 말에는 907을 기록하면서 3년 동안 주가지수가 5.5배나 상승하는 경이적인 성장률 기록했다. 이 주가 급등은 투자가들에게 평균적으로 매년 70~90%의 높은 자본 수익률을 안겨주었다.

ⓒ매일노동뉴스(정기훈)

자연히 청년 취업률도 높았다. 1980년대 이후 1990년대까지 청년실업률 격차는 2~3% 수준에 불과했다. 청년실업률 격차란 전체 실업률에서 청년실업률이 초과하는 정도를 말한다. 이 시기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7%대였다.

그렇다 보니 과반수가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했다. <동아일보>가 1989년 1월 23일 '국민 60% 이상, '나는 중산층'' 기사를 보면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한 비율은 1980년 41%에서 1986년에는 53%로 늘어났다. 반면, 자신을 하류층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1980년 56.4%에서 1986년 42.6%를 거쳐 1988년에는 33.6%로 하락했다.

1989년 1월 23일 경제기획원이 발표한 '88년 사회지표'에서도 60.6%가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밝혔다. 특히 대졸 이상 고학력자의 84.7%가 자신을 중위 계층으로 생각했다.

당시 대졸 이상은 고학력자로 분류됐다. 1985년만 해도 고등학교 졸업자 중 대학에 진행하는 비율은 36.2%에 불과했다. 지금(2014 70.9%)의 절반에 불과한 수치다. 1985년 국립대 평균 등록금은 연 86만8000원으로 당시 노동자 월평균 가구 소득 42만3700원의 2배 수준이었다. 사립대는 연 122만9000원으로 2.9배 정도했다.

대기업 정규직은 시간당 2만1568원,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8779원

이야기를 2010년대로 돌려보자.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만7226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은 GNP로 발표하던 통계자료를 1995년부터 GDP로 변경해 발표했다.) 1985년과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2014년 기준으로 437만3000원이었다. 주가지수는 2012년 이후 200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수치를 보면 삶의 조건은 1985년과 비교할 바 아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문제다.

1988년 청년층 고용률과 실업률은 각각 42.7%, 5.4%였으나 2015년에는 41.5%, 9.2%를 나타냈다. 실업률이 크게 늘어난 것은 물론, 고용률 역시 일정 감소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청년실업률이 지속해서 올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2012년 7.5%였던 청년 실업률은 2014년 9.0%로 치솟았고 2015년에는 9.2%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은 직후인 1999년 10.9%를 기록한 이후 최악의 수준이다.

더구나 취업 후 1년도 안 돼 회사를 그만두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및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청년 취업자의 첫 일자리 가운데 3분의 1은 기한이 정해져 있었다.

1년 이하 계약직은 다섯 명 중 한 명이고 취업한 청년의 3분의 2(400만 명 중 244만4000명(63.3%))가 1년 3개월 만에 첫 일자리를 그만두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두는 이유 중 절반은 ‘노동 여건 불만족’(47.3%)이었다. (*2015년 OECD 자료를 보면 직장에서 근속기간이 1년 미만인 사람의 비중은 30%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OECD 평균은 17%에 불과하다. 더구나 임시직 고용 비율은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절대 다수 청년들이 '노동 여건 불만족'으로 첫 일자리를 그만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청년 일자리의 질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연구개발이나 컨설팅, 엔지니어링 등 전문 과학기술 분야 등 전문직종의 청년취업 비중은 2007년 34.5%에서 2015년 상반기 22.5%로 낮아졌다. 교육과 금융 취업 청년도 2007년과 비교해 5%이상 감소했다.

반면, 농림어업이나 도소매 부분의 청년취업은 증가했다. 정규직 일자리를 얻지 못한 청년들이 진입이 수월한 부문에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전체 고용의 70%를 차지하는 서비스 분야에는 대다수 청년이 일하고 있다. 2015년 5월 기준으로 첫 직장으로 서비스 업종에 일하는 청년들은 69.3%나 됐다.

그렇다면 일자리 질은 어느 정도까지 떨어졌을까. 일반적인 사례는 아니나 대학교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학생들의 취업 후 연봉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하다. 국세청에 따르면 취업 후 연봉이 상환기준소득(4인 가구 최저생계비 연 1856만 원) 이하에 해당하는 인원은 2014년 기준 학자금 대출 상환 대상자 37만3000명 가운데 22만5000명이었다. 비율로는 60.3%에 달한다. 상환기준소득 이하는 2012년 상환 대상자 17만6000명 중 11만8000명, 2013년에는 26만8000명 중 17만6000명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대기업 정규직 시간당 평균 임금은 2만1568원인 반면, 중소기업 비정규직 시간당 평균 임금은 8779원으로 대기업 정규직의 40.7% 수준이다. 대다수 청년들이 중소기업 비정규직으로 마지못해 취업했으나 미래 없는 저임금‧고강도 노동을 견디지 못하고 1년 만에 그만두는 셈이다.

▲ 안정적인 직업은 공무원뿐인 우리 사회. Ⓒ미래정치센터 블로그 기자단(이하나)

국가는 성장하는데 나만 제자리라는 박탈감

지난 30년을 거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잘 사는 나라'는 됐으나 국민들에게는, 그 중에서도 청년들에게는 '살기 힘든 나라'가 된 셈이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은 기업소득과 가계소득의 격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벌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가 쓴 <아버지의 나라 아들의 나라>(어크로스 펴냄)을 보면 1985년 가계소득과 기업소득 격차는 거의 0이었고 1990년대 초반까지 그 격차는 거의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격차는 점점 벌어져 2010년에는 3.5까지 오르게 된다. 기업이 돈을 벌어도 가계로 흘러가지 않는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가계소득 부진' 역시 점점 심해지고 있다. 가계소득 부진이란 가계소득의 증가속도가 경제성장률보다 뒤처지는 것을 말한다. 한국의 가계소득 부진은 OECD국가들 가운데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즉, 어느 나라보다 경제성장의 혜택이 가계소득으로 돌아오지 않는 나라라는 이야기다.

가계소득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노동소득분배율의 하락에 있다. 기업이 벌어들인 돈은 자본과 노동 양쪽으로 분배되는데, 대체로 △임금으로 지급되거나 △기업 내부에 사내유보금으로 남아 있거나 △배당금으로 나간다. 그중 임금은 노동소득이 되고 배당금과 사내유보금은 자본소득이 된다. 전체 소득 가운데 임금의 비중이 노동소득분배율이다.

이원재 소장에 따르면 과거 한국은 노동소득분배율이 상당히 높은 나라였다. 기업이 돈을 벌면 상당 부분 임금으로 지출되는 구조였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과 3저 호황 등을 맞으며 노동자의 소득이 올라갔다. 그러나 1990년 중반부터 노동소득분배율이 흔들리더니 1997년 IMF 이후부터 급격히 낮아졌다.

한국의 노동소득분배율은 1996년 79.8%에서 2012년 68.1%로 하락했다. 이 기간 노동소득분배율 하락폭은 OECD 국가 중 한국이 두 번째로 크다.

특히 실질임금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지속해서 노동생산성보다 뒤처지다가 2000년 이후에는 아예 정체 상태에 돌입한다. 임금 상승 속도가 노동생산성 상승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기 시작했다. 이는 나라 전체 소득은 늘어나지만 그 소득이 일하는 사람의 임금으로 지급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국가는 성장하는데 나만 제자리라는 박탈감을 느끼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더구나 지금 시대는 국가의 성장을 기대할 동력도 없다. 열심히 노력하면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1980년대와는 전혀 상황이 다른 셈이다. 이런 사회여건 속에서 청년들에게 열심히 하면 잘 살수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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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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