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상반기 중 원치 않는 자신에 관한 정보가 인터넷상에 떠돌고 있을 때 이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상반기 중 이처럼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를 보장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21일 밝혔다.
잊힐 권리는 2000년대 중반부터 유럽연합(EU) 국가들을 중심으로 시행돼온 개념이다. 개인이 과거의 한때 저지른 실수나 잘못으로 평생 낙인이 찍힌 채 살지 않도록 하자는 게 잊힐 권리의 취지다.
인터넷에서는 2014년 스페인의 변호사 마리오 곤살레스가 구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잊힐 권리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됐다. 곤살레스는 16년 전 자신이 재정적 어려움으로 집을 경매에 넘겼다는 기사가 계속 구글 검색에서 뜨자 이를 검색 결과에서 배제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잊힐 권리가 겨냥하는 사생활 보호는 표현의 자유나 알 권리를 제약한다거나 인터넷 검열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가이드라인에는 일반인들이 인터넷상에 올라와 있는 자신에 대한 정보 중 원하지 않는 내용을 삭제해줄 것을 인터넷 포털이나 게시판·카페 등 운영자에게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다.
특히 여기서 말하는 원치 않는 정보란 합법적인 것을 가리킨다.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음란 화상·영상, 청소년 유해매체물, 국가기밀 등의 불법 정보는 이미 법적인 규제 대상이기 때문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번 잊힐 권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겨냥한 정보는 합법적이지만 잊히고 싶은 내용, 불법의 경계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문제의 소지가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또 삭제 대상에서 언론사 기사는 제외된다.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 침해 소지가 있고 언론중재법 등에 별도의 구제 절차가 있기 때문이다.
정보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사람에서 정치인, 고위 공직자 등 여론의 감시가 필요한 공인은 배제된다. 연구·학술·공익 목적의 글도 제외 대상이다.
이런 인터넷 게시물을 잊힐 권리의 보호 대상으로 두지 않는 것은 해외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잊힐 권리 가이드라인이 겨눌 주요 보호 대상은 일반인에 대한 합법적인 성격을 게시물이다.
그럼에도 구체적인 기준이나 범위는 논란이 많은 만큼 방통위는 앞으로 공청회 등을 거쳐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들은 뒤 결정할 예정이다.
주요 쟁점들을 보면, 먼저 잊힐 권리를 인정할 대상 글의 범위다. 본인이 작성한 글만 대상으로 할지, 타인이 올린 자신에 관한 글까지 포함시킬지가 그것이다.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주체의 자격도 따져봐야 한다. 본인으로 국한할지, 가족이나 유가족 등으로 더 확대할지 등이 문제다.
삭제 대상을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 사업자만으로 할지, 좀 더 작은 규모로 운영되는 게시판·카페·동호회도 포함할지도 고민거리다.
절차적으로는 기준만 마련한 뒤 통신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삭제 여부를 결정하도록 할지, 삭제 여부를 판단할 별도의 기구를 둘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잊힐 권리의 보호는 논란의 소지가 많은 만큼 느슨한 자율규제 형태의 가이드라인으로 도입할 것"이라며 "이는 해외의 사례를 봐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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