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에는 점수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공정한 방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한국은 지난 몇 년 동안 점진적인 후퇴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집회의 자유 관련,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몇 점 줄 수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마이나 키아이 유엔(UN)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이렇게 답했다. 인권침해는 수위, 건수 여하에 관계없이 우리가 지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는 이야기였다.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유엔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 방한 결과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 2011년 임명된 키아이 특별보고관은 한국 내 집회와 시위, 결사의 자유 관련 상황을 점검하고 조사하기 위해 지난 20일 방한했다. 유엔 특별보고관은 통상 1년에 1∼2개국을 방문해 특정 주제와 관련한 그 나라의 인권 상황을 파악하는 활동을 벌인다. 이번 기자회견은 출국을 앞두고 진행됐다.
"한국의 집회 자유, 뒷걸음질 치고 있다"
마이나 키아이 유엔특보는 "대한민국은 지난 30년 동안 인상적인 성과를 거두었고 권위주의 통치에 성공적으로 민주화를 이뤄냈다"라며 "또한, 국제적으로도 인권의 증진과 보호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우려점도 표명했다. 마이나 유엔특보는 이를 "시간이 흘러 어느 시점에서 균열이 발생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를 '민주주의의 특성'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오늘(29일) 방한일정을 마무리하면서 우려되는 부분은 정부가 이러한 결함을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라며 "평화로운 집회 및 결사의 자유가 점진적으로 뒷걸음 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그간 자신이 한국 상황을 조사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인권이라는) 권리가 극적으로 사라지는 게 아니라 천천히 조금씩 후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법조문의 해석 시 항상 인권을 우선시해야 할 법원도 최근 들어 인권을 확대하기보다는 제약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되는 정부의 집회 금지를 두고 "(제가 만난) 공무원들은 시위를 제한하는 이유로 시민의 '편의'를 거듭 언급했다. 또한 북한을 염두에 둔 안보의 위협을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는 이유로 들고 있다"며 "그러한 우려와 위협을 잘 알고 있지만, 그것이 이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구실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엔특별보고관은 법무부, 외교부 차관 등을 만나 집회 시위에 관한 정부 입장을 들은 바 있다.
"최근 한국 시위는 시민 편의 저해하지 않았다"
자신이 조사한 최근 한국에서 일어난 민중총궐기대회 등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최근 한국에서 있었던 시위들은 시민의 편의를 저해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물론,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는 실제 그러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리 인기가 높은 권리는 아닐 수 있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그는 "그러나 국제사회가 이 권리를 기본적인 인권으로 규정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사회적 충돌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도구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며 "소수 그룹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사회에 참여해 자신의 몫을 요구할 수 있는 채널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정부가 평화로운 이견 제기를 억눌러 결과적으로 폭력적인 저항을 유발한 사례가 수없이 많다"라며 "하지만 한국의 역사는 그와는 다르다. 시위는 한국이 위대한 국가로 변모하는데 기여했고, 솔직함이 오랜 전통인 국가"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정부와 국민들이 이러한 위대한 유산을 소중히 지켜낼 것을 촉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 시민과의 대화 채널 열어라"
마이나 유엔특보는 한국에서 후퇴되는 인권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이 다양한 시위의 역사를 가진 나라이기는 하지만 평화로운 집회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공간이 지난 몇 년 동안 축소되어 온 것을 발견했다"며 "또한 정부와 국민간의 다른 대화 및 소통 채널들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시위가 우선시되는 옵션이 되었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폭력시위 논란과 관련해서도 "모든 한국 시민에게 평화로운 목적으로 집회에 참여할 것을 촉구한다"며 "그것이 메시지를 더욱 잘 전달하고 긴장을 줄이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평화시위를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폭력시위를 대하는 정부의 과잉대응에도 우려를 표했다. 그는 "평화로운 집회의 자유는 개인의 권리이기 때문에 국제법상으로 집회 참가자 중 일부가 폭력을 행사한다고 하여 시위 자체를 폭력적이라고 규정하지는 않는다"라며 "일부 시위자가 폭력을 행사할 경우, 경찰은 시위 방해를 최소화 하면서 폭력 시위자를 체포하여 책임을 물을 책임이 있다. 따라서 시위대를 해산하는 일은 거의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사실 내가 오늘 한 이야기는 이전 유엔 보고관들이 이야기한 것들"이라며 "이는 결국 한국 정부가 어떻게 실행하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고 공을 한국정부에 돌렸다.
시위를 줄이기 위한 대안도 제시했다. 그는 "한국 정부와 국민 간 대화를 할 수 있는 채널을 복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채널이 재가동돼야 국민들은 자신들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시위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