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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문 안에 트램이 달리면 서울시가 바뀐다

[초록發光] 지금, 서울은 트램이 필요하다

사대문 안에 트램이 달려야 할 이유

서울시에서 추진되는 10개 노선의 경전철 사업이 작년(2015년) 여름 즈음 논란이 된 바 있었다. 새로운 논란은 아니었던 것이, 몇 개 노선 말고는 수송 분담 효과가 분명하지 않은데 민자 사업으로 추진되다 보니 수익성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한 서울시의 대책도 처음 나오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시의 경전철 노선은 사업 공고를 내도 민간 업체가 제안자로 나서지 않아 지지부진한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벌써 10년 가까이 이야기가 나오는 신림선조차 착공 일정이 미뤄지고 있고, 다른 노선들은 검토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계속 추진한다는 입장이고, 새로운 대책이라는 것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수익성을 높여보자는 방책들이다.

예를 들어, 역사 내에 수익 시설 비중을 높이고, 역세권 개발 권리까지 민간 사업자에게 제공하는 것 등 인센티브 선물 세트다. 이럴 경우 시민 편의와 역세권의 공공적 개발 및 활용이 부차화될 것이라는 염려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서울시의 교통망 효율 증대에 이 경전철 노선들이 꼭 필요한지를 따져보기보다 개별 노선의 비용과 편익만을 놓고 접근하다 보니 악순환의 고리에 갇힌 꼴이다.

경전철은 비용이 많이 드니 민자 사업으로 해야 하고, 수익성이 부족하다고 하니 더 많은 특혜를 줘야 하고, 그러는 동안 주민 기대와 부동산 시세만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당 서울시당이 2016년 1월 6일에 낸 논평은 이런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특혜 아니면 방안 없는 경전철 사업"을 중단하고, 전면적인 재구조화를 검토할 시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재구조화라면 여러 방식이 있겠지만, 지하 공간을 새로 뚫는 것보다는 기존 9호선의 중전철 사이의 상호 링크를 강화하는 것이 비용도 적게 들고 효과도 가장 높은 방식일 수밖에 없다. 사실 지하로 가는 경전철은 기존의 중전철과 차량의 무게나 연결 차량 대수 말고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

서울의 부도심이나 외곽의 교통 취약 지역이라면 링크 강화 방안으로 경전철 대신에 버스 외에도 트램(노면 전차)을 적극 검토할 만하다. 땅을 파지 않으니 건설 비용도 훨씬 적게 들고 빠른 시공이 가능하며 버스 같은 지상 수단과의 연계성도 높일 수 있다. 물론 미세 먼지를 유발하는 배기가스도 방출하지 않고, 충전식 무가선 트램 방식으로 하면 더 안전하고 시각적으로도 시원하다는 장점도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 트램이 도입되려면 지방자치단체의 의지와 여건 뿐 아니라 관련 법률의 정비도 함께 필요하다. 트램의 정의와 운영의 기준, 다른 교통수단과의 관계 등을 규정하는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녹색트램포럼'을 만드는 등 트램 보급에 관심을 기울여 온 정두언 의원이 2012년 12월에 '노면 전차 건설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법률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모양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먼저 나서기가 어려운 상황이고, 올해 총선에서 다시 이슈가 될지도 미지수다.

그런데 서울시 외곽뿐 아니라 도심 한복판에 트램을 도입할 필요성을 진지하게 논의해 볼 수는 없을까? 이는 경전철 논란이나 법령 정비 문제와는 다른 차원의 것인데, 말하자면 어떤 풍경과 동학을 갖는 서울 도심 가로를 원하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나는 트램을 수송 분담 기능을 나눠 갖는 대중교통 수단 가운데 하나에서 한발 나아가서, 도심 가로의 풍경과 동학을 좌우하는 하나의 적극적 주체로 생각해 보고자 한다.

▲ 1960년대 이후 서울에서 사라진 노면 전차. 새로운 트램이 이 전차가 전시된 서울역사박물관 앞 신문로를 달리게 되면 어떨까. ⓒ김현우

이유는 노면 위의 레일이 갖는 물리적 성격과 정시성을 갖는 궤도 수단이라는 트램의 특징에서 비롯된다. 트램은 승용차, 버스 등과 같은 노면을 공유하며 시속 20킬로미터 이하로 운행되는 것이 보통이다. 트램이 운행되면 레일 위의 노면을 다른 교통수단이 이용할 수 있지만 그것들이 트램의 정시 운행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결국 트램을 중심으로 다른 교통수단의 속도가 균일화되고 차선의 우선순위가 정리되며, 운행 속도가 빠르지 않기 때문에 자전거나 보행자도 일정한 안전지대를 확보하게 된다. 따라서 트램은 도심 '교통 정온화(Traffic Calming)'의 가장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트램이 가져올 환경적 이익이나 관광적 효과는 두 말할 나위도 없다.

누군가는 서울 도심이 너무 과밀하고 교통이 혼잡해서 불가능하다고 하겠지만, 오히려 바로 그래서 트램 같은 적극적 정온화 수단이 필요하다. 실제로 트램이 발달한 홍콩이나 도쿄, 유럽의 여러 도시들이 서울시보다 길이 넓거나 교통량이 적은 것도 아니다. 트램이 다니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다른 자동차와 사람들이 패턴을 만들게 된다. 때문에 트램의 레일과 정시성은 다른 교통수단에 대해 권력일 수 있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공공성을 위해 행사되는 소프트한 권력이다.

지금과 같은 서울 도심이라면 트램의 도입은 또 하나의 큰 이점이 있다. 긴 줄을 지어 도심의 가로를 불법적으로 점유하여 가장 큰 교통 정체를 일으키고 배기가스를 내뿜는 주범들인 경찰 버스와 관광버스를 쫒아낼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될 것이다. 따릉따릉 종을 울리며 정시마다 다가오는 트램의 모습 앞에서 이들은 길을 내주고 어딘가로 도망가거나 도심으로 들어오는 것 자체를 자제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될 것이다.

우선 교통량도 많고 외국인 관광객 수요도 많은 동대문부터 종로를 따라 서대문역까지, 그리고 광화문부터 세종문화회관 앞을 지나 서울역까지 가장 바깥 차로에 트램을 달리게 해 보면 어떨까? 더욱 평온하고 안전한 도심을 위해 트램을 맞아들이고 트램과 함께 승용차와 싸울 구체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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