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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도 반한 '에너지 프로슈머'! 한전의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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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도 반한 '에너지 프로슈머'! 한전의 꼼수?

[초록發光] 전력 판매업 규제 완화의 의미

전력 판매업 규제 완화의 의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기후 변화 위기에 직면하면서 재생 가능 에너지의 이용을 확대해야 한다는데 공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한국에서는 좀처럼 재생 에너지 이용 증가가 답답할 만큼 천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재생 에너지의 이용 확대는 기존의 전력 시장에서 기득권을 누리던 세력들의 이해관계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13기의 핵발전소를 더 짓고, 기후 변화가 심각하다고 해도 석탄 화력 발전소를 20여 기 더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재생 에너지는 핵과 석탄 발전의 보완물로 위치 지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앞서 전력 회사는 재생 에너지 발전량을 고정 가격으로 의무적으로 구입해야 하는 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폐지하고, 재생 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을 전력 회사에 종속시키는 소위 '의무 할당 제도(RPS)'로 재생 에너지 지원 제도로 변경시켰다.

수많은 소규모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 그리고 에너지 협동조합은 핵 발전과 석탄 발전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려는 전력 정책 기조와 현행 RPS 제도 하에서 최소한의 투자비도 회수할 수 없을 정도로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이들은 산업통상자원부 등을 만나서 시민들이 참여하여 재생 에너지 이용을 확대하는데 앞장서고 있는 소규모 발전 사업자와 협동조합을 지원해줄 것으로 요구해왔다. 특히 소규모 발전 사업자들에 대한 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재도입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요즘 소위 '에너지 신산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한다고 열을 올리고 있다. 에너지 신산업 정책에는 '에너지 프로슈머'를 육성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프로슈머란 생산자와 소비자의 영어 단어를 합친 것으로, 소비자가 동시에 생산자가 된다는 의미다. 전기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자신의 지붕에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고 전력을 생산하면 에너지 프로슈머가 된다는 것이다. 퇴직금을 투자하거나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태양광 발전기를 올린 은퇴자나 에너지 협동조합이 대표적인 에너지 프로슈머가 될 것이다.

작년(2015년) 말 유엔 기후변화협약 파리 총회에서 박근혜 대통령도 에너지 프로슈머를 육성하겠다고 연설하였다. 그때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나 에너지 협동조합이 처한 상황이나 제대로 알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며 신랄하게 비판 받는 바 있다. 에너지 프로슈머를 육성하기는커녕 모두 고사 직전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었다.

앞서 언급한 핵/석탄 발전 중심의 전력 정책과 소규모 사업자에게 불리한 RPS 제도의 운영 실태를 염두에 둔 비판이었다. 청와대는 이런 비판에 모르쇠로 일관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뭔가 준비하고 있다고 이야기해왔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는 2016년 연두 업무 보고에서 소규모 재생 에너지 발전 사업을 활성화하기 방안이라며 뭔가를 꺼내 놨는데, 이게 아리송하다. 일단 그 외피가 '규제 완화'다. 전임 대통령이 '규제의 전봇대'를 뽑겠다며 난리를 친 후과가 세월호 사고와 같은 비극부터 떠오른다. '규제 프리 존'이니 하는, 이제는 구시대의 유물화해야 할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를 앞세운 채 에너지 프로슈머를 육성하기 위해 정책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사실 경제적 관계로만 묘사하고 있는 '에너지 프로슈머'라는 용어 자체가 신자유주의적인데, 에너지 사용에 대한 권리와 책임 그리고 덕성을 강조하는 '에너지 시민'이라는 경쟁적 용어를 대신하여 선택된 것이다.

그런 '규제 완화'를 통해서 뭘 하겠다는 것인지 내용도 들여다보자. 한국전력이 독점하고 있는 전력 판매 사업 시장을 일부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즉, 에너지 프로슈머가 자신이 생산한 전력을 동일 배전망을 사용하는 일정 구역 내의 이웃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뀌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에너지 프로슈머는 한국전력에만 전력을 판매할 수 있었다. 이게 도움이 될까? 지금처럼 한국전력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전력을 공급하는데, 소비자들은 이웃 주민이 태양광으로 발전한 전력을 구입할 동기가 생길까?

정부는 전기 요금 누진제로 상대적으로 높은 전기 요금을 내고 있는 소비자들을 공략하도록 제도를 설계했다. 즉, 이웃 주민으로부터 전력을 구입하여 사용하면 한국전력으로부터 구입하는 전력량이 낮아져서 높은 누진 요금 구간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에너지 프로슈머로부터 직접 구입하는 시장이 생길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있다. 이런 시장이 생긴다면, 현실적으로 소규모 태양광 발전 사업자나 에너지 협동조합에게 얼마간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에너지 전환 운동의 측면에서 보면 고민스러운 점들이 있다. 우선 이런 접근은 전력 소비를 낮춰야 한다는 대전제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 여러 논란이 있지만 전력 소비 증가를 억제하는 중요한 기제가 되고 있는 누진제 요금 제도를 약화시키거나 무력화시키는 방식으로 제도가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한편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제도적 변화의 목표와 전략에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다.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핵 발전과 화석연료 발전의 '숨겨진 비용'을 전력 요금에 반영해야 하고 시민들은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 비용 부담을 감수하겠다는 변화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서 현재 상대적으로 비싼 재생 에너지의 시장 경쟁력이 확보되어야 한다.

이런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소위 '그린 프라이싱(Green Pricing)'과 같은 제도가 필요하며, 재생 에너지 전력만을 공급하는 생태 전기 판매업자들도 등장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한국전력에 독점된 전력 판매업이 개방이 되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소위 '전력 산업 민영화' 문제와 맞물려 첨예한 논쟁과 격렬한 반발을 야기할 수 있다.

사실 따져 보자면 지금의 정부 방안도 그런 반발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필요와 목표가 정확하다면 검토할 수 있는 일이다('에너지 민주주의' 차원에서 국가의 전력 산업 독점과 그것이 공공성으로 표방되는 현상과 그 대안에 대해서는 별도의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이런 목표와 전략에 비춰 보면,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력 판매 시장을 에너지 프로슈머에게 일부 개방하겠다는 입장은 에너지 전환의 기획과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시장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라는 시장주의자의 발상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에너지 분야의 다양한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으로 귀결되기 쉽다. 그리고 이것은 지금까지 소규모 발전 사업자와 에너지 협동조합들이 주장해온 발전 차액 제도 도입 요구를 무마하는 도구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협동조합운동의 입장에서 보면, '프로슈머 생산 전력의 직접 판매 허용' 정책보다는 '소규모 전력 중개 사업 허용' 정책에 보다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 에너지 협동조합이 여러 장소에서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고 있는 상황과 연합회 산하에서 여러 협동조합의 다수의 발전 설비가 운영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시장에서 교섭력을 높일 수 있는 유효한 방안이 되리라 생각된다.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일이다.

다만 그것이 전력 거래소가 운영하는 전력 시장에만 전력을 팔 수 있는 것으로 보여서, 엄격한 의미에서의 판매업에는 진출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중개 사업자가 전국 혹은 일정한 권역 안에서 별도의 요금 하에 소비자에게 직접 재생 에너지 전력만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함께 모색하고 이를 요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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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노동자, 농민 등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나라를 보호하는 에너지 정의, 기후 정의의 원칙에 입각해 기후 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추구하는 독립 싱크탱크입니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로, 한국 사회의 현재를 '녹색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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