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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찍은 가난한 사람은 추워도 싸!?"

[초록發光] 도무지 바뀌지 않는 세상

저소득층에게 겨울은 언제나 혹독하다. 올해처럼 이상 기후로 일찍 추워진 때는 11월부터 가슴을 졸이기 시작한다. 소득으로는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난방비 때문이다.

사람이 살아갈 수 있게끔 최소한으로라도 보장받는 것은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이자 사회의 책임이다. 복지의 마지노선이 여기다. 그렇다면, 겨울철 저소득층이 난방을 하지 못해 생존권의 위협을 받는다면 그것을 해결해주는 건 우리 사회의 의무다. 옛날처럼 산에 있는 나무를 베어다가 난방을 하는 것이 불법인데, 그렇다면 이로 인해 변화된 난방 대책을 개인의 몫으로만 놓을 수 없는 까닭이다.

12월부터 본격적으로 대통령 공약 사항이었던 에너지 바우처 제도가 시작됐다. 에너지 바우처 제도란 에너지 빈곤층에게 바우처를 지급하여 전기, 도시가스, 등유, 연탄 등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를 말한다. 중위 소득 40% 이하 가운데 국민기초생활보장 맞춤형 급여를 받고 계시거나 생계 급여, 의료 급여 수급자로 노인, 영유아, 장애인 포함 가구가 대상이다. 신용카드가 있는 이들은 카드 결제가 가능하고, 카드 결제가 어려운 이들은 요금 차감 방식의 가상 카드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이제라도 저소득층의 난방을 지원하는 것은 참 다행스런 일이지만, 이 제도의 효율성은 극히 의심스럽다.

12~2월까지 가구당 평균 약 10만 원을 지급하는데, 놀라지 마시라. 월 10만 원이 아니라 3개월간 10만 원 수준이다. 우리나라 가구의 월평균 난방비가 8만 원 정도라는 걸 감안하면, 저소득층의 난방비가 이것보다 적다고 하더라도 따뜻하게 겨울을 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연탄을 사용하는 최빈층 가구라고 해도 그렇다. 최근 연탄 1개의 가격은 500~600원 수준이다. 아끼고 아껴 하루 5개 정도만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2500~3500원 수준이다. 한 달이면 7만5000~10만5000원에 이른다. 국내 가구 월평균 난방비보다 비싸다.

1개월 난방하면 나머지 2개월은 자신의 돈으로 연탄을 구입하거나 난방을 포기해야 한다. 심지어 에너지 바우처 제도가 실행되기 이전 연탄을 쓰는 가구는 16만 원 정도의 연탄 보조금을 받았는데, 에너지 바우처로 인해 오히려 보조금이 줄어든 가구가 부지기수일 것으로 보인다. 도시가스로 난방을 해야 하는 도시 저소득층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에너지 바우처 제도의 윤곽이 잡힌 2014년에도 이런 문제제기는 계속 이어져 왔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에서도 "정부의 에너지 복지, 기초 연금의 데자뷰"라는 칼럼을 통해 이런 문제를 제기했다. (☞관련 기사 : 정부의 에너지 복지, 기초 연금의 데자뷰) 그 후 1년이란 시간이 있었고, 정부와 한국에너지공단 역시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1년간 달라진 것이라고는 시행을 위한 세부 방안뿐이었다.

에너지 빈곤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크게 낮은 소득, 높은 에너지 비용, 노후 주택을 꼽을 수 있다. 에너지 바우처 제도는 낮은 소득을 보완하는 효과가 있을지언정, 높은 에너지 가격과 노후 주택이라는 원인에는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 에너지 복지에 있어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노후 주택을 개선해 소득 보전 효과를 도모하고, 높은 에너지 비용을 줄이는 에너지 효율화 방식이다.

저소득층 에너지 복지 제도가 활성화된 미국의 경우 이미 30여 년 전부터 노후 주택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공사를 지원해 큰 성과를 보고 있다. 연료 보조금을 주는 것은 휘발성이 강하고, 매년 반복해야하기 때문에 재정적 부담 역시 만만치 않다. 반면에 주택 에너지 효율화 서비스는 일단 서비스를 제공하면 집이 다시 노후화되는 기간까지 지속적으로 에너지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게다가 집 수리 서비스는 기술이 없는 저소득층에게도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저소득층의 일자리와 소득 창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일한 문제점은 초기 재정 비용이 높다는 것인데, 이는 장기적 관점에서 사회적 편익이 훨씬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사회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정부는 여러 번 유관 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기획이 있었으면서도 이를 놓쳤다. 정부가 에너지 복지를 하겠다며 재정을 출연해 한국에너지재단을 설립한 것이 벌써 2006년이다.

하지만 재단은 효용성이 의심스러운 보일러 교체 사업, 단열 매트 지원 사업 등 여전히 현물 지원 사업을 중심으로 운영됐다. 시민 사회 등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이후 주택 에너지 효율화 서비스 사업이 확대되긴 했지만, 낮은 지원금으로 인해 지원 가구의 에너지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래놓고서는 이제야 에너지 복지를 확대하겠다며 연탄, 등유 등의 보조금을 통폐합해서 10만 원 상당의 에너지 바우처를 내놓은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건 한국에너지재단이 이미 난방유나 전기 요금 지원 사업을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효과가 크지 않은 미봉책에 정부 예산을 중복으로 편성하는 것도 믿기 어려운 일이다.

올해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를 이제야 바꿀 수는 없다. 게다가 난방 비용이 긴급하게 필요한 가구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이미 10년 동안이나 잘못됐다고 지적받은 정책을 현실 운운하며 계속 끌고 갈 수는 없다. 올해는 에너지 바우처 외에도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지 않은지 검토해야 하고, 특히 지원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사각지대의 저소득층의 에너지 지원 방안을 추가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내년에는 이 제도의 변경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그간 정부 대신 에너지 복지에 관심을 가지고 사회의 책임을 이끌어 온 시민 사회의 중론이다. 시민들의 의견이 포함되지 않은 정책은 명령에 불과하다. 정부가 명령하면 민간은 수긍해야만 하는 시대가 아니다. 민간의 의견을 전혀 수용하지 않았던 지난 10년간을 뒤돌아보면, 선전 선동의 악마였던 파울 요제프 괴벨스의 말이 오히려 촌철살인처럼 느껴져 마음이 무겁다.

"우리는 국민들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그들이 우리에게 위임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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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노동자, 농민 등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나라를 보호하는 에너지 정의, 기후 정의의 원칙에 입각해 기후 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추구하는 독립 싱크탱크입니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로, 한국 사회의 현재를 '녹색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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