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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당, 마침내 닻을 올리다

[복지국가SOCIETY] 한파 뚫고 모인 500명…'보통 사람의 정당 만들자'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지난 2007년 만들어진 이후 우리나라에 최초로 복지 국가 담론을 소개했다. 그리고 2010년 3월에는 복지 국가 제안 대회를 하고, 6월의 지방 선거에서는 무상 급식을 통해 보편적 복지를 알리는 등 복지 국가 씽크탱크의 역할을 꾸준히 수행해 왔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이런 노력은 서울시 무상 급식 주민 투표로 선별적 복지를 주장하던 오세훈 당시 시장의 사퇴까지 이어졌고, 이후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복지 국가를 당헌과 정책으로 수용하는 결실을 보기도 했다.

이어서 2012년 국회의원 총선과 대통령 선거에서 양대 정당이 모두 복지 국가를 하겠다고 선언했고, 다양한 복지 국가 정책들을 공약했지만 경제 민주화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출범하기 전부터 후퇴하기 시작했다. 후퇴한 기초 연금이나 실효성 없는 반값 등록금만 조금씩 남았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도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비용 부담을 놓고 다투는 보육에 대한 국가 보장 등 공약했던 복지 국가 정책들은 대부분 사라져버렸다. 자신의 공약을 외면하는 것은 야당도 마찬가지였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지방 정부와 연계하여 구체적 현장에서 복지 국가 정책을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자문도 했고, 광역 거점 도시에 지부를 만들어 지역 단위의 복지 국가 시민 운동도 전개하였지만, 그것으로도 대한민국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오히려 날이 갈수록 불평등과 민생 불안은 더 심해졌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이제 더 이상 좋은 복지 국가 정책을 개발하고, 그것을 기존 정당들에 제안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어떻게 이런 현실을 바꾸어야 하는지를 지난해 8월 두 차례의 '정치 개혁을 위한 국회 세미나'를 통해 정리하고, 드디어 8월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복지 국가 정당을 만들기 위한 '대국민 제안 대회'를 개최했다. 대한민국을 복지 국가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치를 바꾸어야 하고, 정치를 바꾸는 것은 단순히 정치인을 바꾸는 것을 넘어 '낡은 정치'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는 결론 때문이었다.

이어서 광주, 순천, 목포, 여수, 대전, 제주, 경남, 전주 등에서 창당 설명회를 개최했다. 앞집 아저씨와 아줌마 등 보통 사람들이 이런 뜻에 동의하여 당원으로 참여했고, 식당 아줌마와 안경 가게 주인도 당원 가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주었다. 폐지 줍는 노인들을 통해 노인 빈곤의 실체를 본 고물상 주인이, 또 평범하게 자녀를 키우던 가정 주부가 복지국가당의 당원 모집에 나섰다. 그리고 지난 2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혹한의 날씨에도 500여 명의 당원과 내빈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복지국가당 중앙당 창당 대회가 열렸다.

한파 뚫고 모인 500명…'보통 사람의 정당 만들자'


창당 행사 당일은 30년 만에 처음이라는 최악의 폭설과 영하 18도를 넘는 한파라는 예상하지 못한 또 다른 고난이 찾아 왔다. 제주, 광주, 전남, 충청 이남 지역의 폭설로 지방에서 오시려고 계획했던 분들 중 상당수가 참석하지 못하거나 중간에 돌아간다는 연락을 해왔다. 광주에서는 폭설로 인해 서울행 버스를 타기 위한 택시도 찾을 수가 없어서 준비된 3대의 버스 중 겨우 한대가 승객의 60%만 채운 채 출발했고, 계속된 제주공항 폐쇄로 인해 창당준비위원장인 이상이 교수는 끝내 비행기를 타지 못하고 휴대전화로 대표 수락 연설을 하는 등의 우여곡절도 있었다.

그래도 예정된 시간이 되자, 500명이 들어가는 큰 행사장에 사람들이 가득해지기 시작했다. 혹한을 뚫고 눈 속을 뚫고 당원들이 한 명 한 명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시끄러운 연주로 시작하는 여타의 창당 대회나 전당 대회와 달리,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는 재즈 댄스 팀이 복지국가당을 상징하는 '붉은 장미'를 주제로 춤을 추고, 역동적인 몸짓으로 복지국가당의 탄생을 알리는 식전 공연을 시작했다.

이어 ​지난 7년 동안 사단법인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이사장으로 수고해주었던 최병모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이 복지국가 운동 세력을 대표해서 "혁명적인 변화의 중심에 서달라"는 취지의 축사를 해 주었다. 열린우리당 의장을 역임하셨던 복지국가소사이어티의 이부영 고문은 "복지국가당의 출범은 새로운 정치를 여는 역사적인 순간”이라며 축사를 하였다.

김철웅 충남대 교수가 복지국가당 중앙당 창당 대회의 임시 의장을 맡아 이상이 당 대표와 여성을 대표하여 박은주 당원, 장애인을 대표하여 강현욱 당원, 그리고 지역을 대표하여 경기도당의 강영광 당원을 부대표로 선출하였다. 이어서 중앙당 깃발과 함께 전국 5개 광역시·도당을 대표하는 깃발을 들고 시·도당 위원장들이 입장하고, 깃발을 단상에서 힘찬 모습으로 휘두를 때 장내는 큰 박수와 함성으로 열기가 달아올랐다.

마지막으로 복지국가당 당원 두 분이 스스로 "내가 당원이 된 이유"를 잔잔하고 담백하지만 감동적으로 연설하였다. 복지국가당 창당 대회도 정당법에 규정된 절차를 반영해야 하므로 여느 당의 창당 대회와 형식은 유사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전혀 다른 창당 대회였다. 창당 행사장에 모인 당원들이나 하객들은 우리나라 최초의 복지 국가 정책과 철학을 중심으로 모여 만든 정당인 것도 자랑스럽지만, 직업 정치인들이나 각 분야에서 성공한 엘리트들이 모여서 만드는 정당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만든 보통 사람의 정당이라는 것이 더 자랑스럽다고 했다.

당원들의 구성도 특정 지역에 근거하여 모이지 않았고, 기성의 정치인이 없기에 인물 중심의 계파 정치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며, 당을 만들 때부터 그럴 가능성을 배제한 것이다. 아직은 당선 가능성이 작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특정 정치인이 자신의 지분을 늘리고 공천을 보장하기 위해 당원들을 모아 들어오는 구시대 정치의 행태는 아예 찾아볼 수 없다. 대신에 지난 몇 년 동안 전국 각지에서 진행된 '복지 국가 아카데미'를 들은 수강생들이 대거 참여했다. 그리고 복지국가소사이어티가 발간한 책자를 보고 스스로 참여한 분들도 있었다.

복지국가가 앞으로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이고 미래 비전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자신의 자녀와 가족들을 위해 스스로 정당에 참여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기존의 정당들과는 출발부터 다르다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 2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복지국가당' 중앙당 창당 대회에는 500여 명이 참석했다. ⓒ복지국가SOCIETY

복지국가당의 방향

오늘도 어느 신당 창당 세력이 그동안 자신이 그렇게 비난하던 정당과 통합한다는 기사가 나왔다. 또 어떤 정당은 성공한 엘리트 몇 명을 '인재 영입'이라는 이름으로 모셔왔다고 발표했다. 그렇게 좋은 분들이 정당에 참여하면 만신창이가 되거나 그 동안 자신의 분야에서 훌륭한 업적을 쌓아 오신 분들이 국회의원만 되면 무능하게 변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이나 사과도 없이 우리가 이번에 새로운 인물을 몇 명 찾아냈으니 우리 당에 투표하라는 식의 논리는 기성 정당들이 국민들에게 자행하는 또 다른 폭력에 지나지 않는다.

복지국가당이 성장하면 이런 낡은 정치가 달라질 것이다. 보통 사람이 만든 보통 사람의 정당인 복지국가당은 당연히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도 보통 사람들이 될 것이다. 보통 사람이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공채를 통해 선발된 전문 보좌관 제도와 상임위원회마다 전문가 자문단이 운영될 것이다.

복지국가당에서는 모든 당원들이 국회의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이버 상임위원회'를 당의 홈페이지에 구축해 누구나 자신이 답답하거나 궁금한 정책을 정부에 질문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국회법 제122조 서면 질의 항목의 ①항에 따라 수천 명의 당원들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질문을 소속 의원을 통해 상시적으로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국회의원 한 명과 몇 명의 보좌진이 아니라 전 당원들이 수시로 정책을 제안하고 정부와 정당을 감시하는 "전 당원의 의원화”를 통한 직접 민주주의가 실현될 것이다.

아이폰이 기존의 휴대전화와 질적으로 다른 점은 아이폰을 플랫폼으로 활용하여 다양한 콘텐츠를 가진 분들이 자신의 앱을 보급할 수 있고, 전 세계에서 그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든 것이라고 한다. 복지국가당에는 기성 정치인이 없다. 그래서 당내 반발 없이 다양한 세력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 공직 후보자는 당원의 직접 투표로 선출하도록 되어 있는 당헌에 따라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대변할 수 있는 분들이 복지국가당을 통해 정치권에 발언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복지국가당을 통해 세월호 촛불 시위에 지속적으로 참석해오던 시민들이 정치권에 들어가 누가 우리의 자녀들을 수장시켰는지 밝혀내게 될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굴욕 외교에 반대하는 시민들, 국정 교과서가 역사의 퇴보라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정치인이 되어 거대 정당들이 하지 않던 이야기를 국회에서 소리 높여 말할 수 있을 것이다. 5만 명에 이르는 대학교 시간 강사들을 국가 인적 자원의 효율적 활용 측면에서 정규직 교수로 채용하여 교육의 수준을 높이고 대학의 공공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로는 질 높은 교육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출마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원자력 발전의 규제를 시작해야 한다는 시민들, '건강 보험 하나로' 정책이 실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비정규직으로 만들어서는 내수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 쉬운 해고와 파견 허용으로는 노동자들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산업 경쟁력이 오히려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합리적 대안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기존 정당의 후보들과 논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복지국가당은 그런 분들을 위한 '정치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복지국가당에 거는 기대

최근 야권에서 진행되고 있는 '기성 정치인들의 감동 없는 이합집산'으로 우리 국민의 삶이 얼마나 달라질까? 국민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여당이 절반 의석수를 넘어 갖게 되고, 더 나아가 국회 선진화법이 무력화되는 180석이나 개헌 선인 200석을 넘을까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감정의 골이 매우 깊어진 야권의 여러 세력들은 국민의 이런 불안에도 다시 통합하여 선거에 임하는 것이 어려울 전망이다. 또 이리저리 헤쳐모이기를 반복하는 기성의 정치인들에게서 희망은 고사하고 투표할 의욕마저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복지국가당의 출현과 성공은 우리나라의 선거 문화를 바꾸게 될 것이다. 보육 대란을 초래하고 경제 민주화를 외면한 여당에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반값 등록금은 시행되고 있는데 왜 체감되지 않는지, 그 많던 대통령의 공약은 왜 폐기되었는지를 물어볼 수 있을 것이고, 증세를 해야 한다는 여당의 원내대표가 속절없이 잘려나간 이유도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모든 의료비를 '건강 보험 하나로' 해결할 수 있다고 공약했고, 무상 산후 조리원을 전국에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교사 숫자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했던 제1 야당은 지난 3년 동안 왜 자신의 공약조차 입을 닫고 있었는지를 텔레비전 토론에서 공개적으로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노동 악법을 경제 발전법이라고 하는 분들에 맞서 복지 국가 정책을 들을 수 있고, 선거관리위원회가 발송하는 선거 유인물을 통해 전국의 유권자들이 복지국가당의 공약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복지국가당이 출범하면서 우리 국민도 이제 작지만 큰 희망은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차악을 선택하는 투표가 아니라 기성의 정당들과 정치인들을 심판하는 투표가 된다면, 다가오는 4월 총선은 진정한 축제가 될 것이다. 스페인의 포데모스와 시우다다노스라는 신생정당이 최근의 총선에서 선거 혁명을 이루었듯이 우리도 이번 총선과 내년 대선, 다가올 2018년 지방 선거에서 기적과도 같은 거대한 변화를 충분히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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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사회·경제 민주화를 통해 역동적 복지국가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2007년 출범한 사단법인이자 민간 싱크탱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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