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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디플레 돌입, 해법은 청년 소득 인상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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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디플레 돌입, 해법은 청년 소득 인상뿐"

[프레시안 books] <일본 디플레이션의 진실>

인구 절벽은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찮게 사용하는 용어가 됐다. 이 현상의 심각함을 설명할 때 주로 사용하는 통계가 노인 인구 비율이다.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인구 14% 이상), 초고령화 사회(20% 이상)를 구분하는 척도부터 이 비율 수치다.

그렇다면 당연히 유아 출산이 많아져야 이 위기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물론 이 말은 정답이지만, 비율의 함정이 있다.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노인의 절대 숫자가 늘어난다는 점을 간과하기 쉽다.

고령자가 많아진다면 실버 타운, 예방 의학, 간호인, 간병 기기 등 고령자 문제와 관련된 모든 수요도 증가하게 된다. 이 '절대 수'의 세상에 비율은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순히 노인의 비율을 따지기 전, 노인의 절대 수가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일본 디플레이션의 진실>(모타니 고스케 지음, 김영주 옮김, 동아시아 펴냄)은 일본 총합연구소 주석연구원으로 NHK와 함께 베스트셀러 <숲에서 자본주의를 껴안다>(김영주 옮김, 동아시아 펴냄)를 쓴 모타니 고스케의 경제 분석서다. 출간 당시 일본에서 50만 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해 화제가 됐다.

저자가 수차례 가진 강연 내용을 재구성한 이 책은, 현재 일본의 경기 불황을 약간 다른 시각으로 재구성해 보여준다. 시각의 핵심은 인구다. 인구 비율 등의 재생산된 수치가 아닌, 인구의 절대 수다.

저자는 실업률, 국내 총생산, 거시 경기 지표 등의 통계는 지금 일본의 문제를 정확히 볼 기회를 가릴 뿐이라고 단언한다. 일본 경기가 나빠진 원인은 도농 격차나 경기 불황 따위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대신 인구가 감소한다는 근본적 문제에서 헤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경기는 살아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인구의 중요성을 드는 사례로 저자는 단카이 세대(전후인 1945년부터 1950년까지 출생한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의 등장이 일본의 1980년대 경기 호황, 1990년대 거품 경제 붕괴를 이끌었다고 강조한다. 국제 경기니, 기술 발전이니 따위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인구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니 자연히 수요가 증가했고, 이에 따라 취업자 수가 늘어나고, 주택 구매 수요도 폭증할 수밖에 없다는 식의 논리다. 그리고 저자는, 같은 이유로 일본의 주택 경기가 다시는 회복되지 못하리라고 단언한다. 지금은 정반대로 일본이 인구 감소라는, '2000년에 한 번 맞이할까 말까 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논거로 주요 통계치를 제시한다. 이때 저자는 우리가 별생각 없이 중요하게 다루는 숫자 대신, 약간 다른 통계치를 더 중시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거품 경제 붕괴 후인 1990년대 전반기 완전 실업자가 288만 명 증가했다는 통계는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다. 대신, 저자는 "누구 한 사람이라도 마찬가지로 '거품 경제 붕괴기였던 1990년대 전반에 취업자 수의 절대 수치가 246만 명 증가했다'라는 사실을 확인한 사람은 없었나 보"다며 경기변동기를 다룰 때 실업자 통계보다 중요한 건 취업자 수라는 사실을 지적한다.

이런 약간의 다른 시각은 무슨 결과로 이어질까. 저자는 거품 경기 붕괴 후에도 이처럼 취업자 수가 증가한 덕분에 일본 경제는 곧바로 꺼지지 않았으며, 심지어 이 기간 소비가 더 증가했다는 사실을 캐낸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에 와서야 본격적으로 취업자 수가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이 역시 1935년부터 1944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이 연달아 퇴직하면서 발생한 일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즉, '생산 가능 인구'의 변화가 일본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설명하는 데 가장 중요한 지표일 뿐이라는 얘기다.

기술 발달로 생산성이 좋아지든, 노동자의 정년을 늘리든 경기를 살리는 데 결정적이지 않다는 점도 지적한다. 저자는, 오직 인구의 절대 수가 늘어나야만 일본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와 같은 시각은 '경제 성장률 개선은 곧 경제 발전'이라는 식의 허황한 논리를 통렬하게 깨부순다. 인구 개개인과 아무 상관 없는 지표로 일본 경제가 회복했다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이유다. 외국인 노동자 유입, 출생률 개선이 결정적 변수가 되지 못한다는, 우리 상식과 반대되는 이야기도 거침없이 전개한다.

▲<일본 디플레이션의 진실>(모타니 고스케 지음, 김영주 옮김, 동아시아 펴냄.) ⓒ프레시안
저자는 책 후반부에 이르러 자신이 구상한 위기 해법을 제시한다. 우선, 저자는 자산을 움켜쥐고도 소비를 하지 않는 고령자층에서 젊은 세대로 소득을 이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청년 노동자의 임금을 사회 전체적으로 끌어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젊은이의 임금이 올라야 소비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제는 상식이 된) 친환경과 같은 수준의, 아니 그 이상의 관심을 가지고 젊은이들의 급여를 올리는 일이 기업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외친다.

상속세율을 낮추자고도 저자는 강조한다. 이는 우리의 시각으로 볼 때 좋은 해법이라 말하기 어렵다. 당장 재벌 등 일부 특권층에게만 큰 혜택이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감수하고서라도, 부의 이전이 당장 이뤄져야 한다는 말로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편다. 지금 일본 사회의 문제는 '격차가 아니라 빈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성 인권 의식이 낮고, 남녀 차별도 심한 일본의 대 여성 문화를 바꿔, 여성의 소득을 늘려야 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이 책은 5년 전 일본 사회를 '지금'으로 상정했다. 그러나 이 책의 문제의식은 지금도 유효하다. 특히 일본과 같이 줄어드는 청년층으로 인해 비극적 미래를 바라보는 우리에게 더 그렇다. 해법은 여느 대안적 경제 서적과 다르지 않다고 느껴질지 모른다. 그러나 약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현재의 위기 진단과, 이 극복 방안까지 이어지는 설명은 여느 경제 서적보다 명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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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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