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 성장은 산업 기술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군사력 증강을 위한 재정적 기초를 마련해 주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공세적' 대외 정책으로 이어진다. 이는 전형적인 '현실주의적' 시각이다. 위의 논리대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원인과 결과가 모두 다양하기 때문이고, 미래는 항상 열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부상'과 관련하여 우리가 듣는 거시적인 담론은 다음 네 가지이다. 첫째, "21세기는 중국의 세기(Pax Sinica)가 될 것인가?" 둘째, "중국의 경제 성장은 지속될 것인가?" 셋째, "중국의 군사력은 언제쯤 미국을 따라 잡을 것인가?" 넷째, "중국의 국력 상승이 대외적으로 공세적(assertive), 심지어는 공격적(aggressive) 행태로 나타날 것인가?" 이 네 가지 질문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자극하는 주요 담론으로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질문들이 사실 단순하고 극단적인 담론이라는 점이다. 중국이 위에 열거한 상황과 목표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동아시아 혹은 한반도에 대한 도전이자 문제가 될 것이다.
'위협 인식'에 기반을 둔 중국의 군사력
21세기가 중국의 세기가 되지 않더라도, 중국의 경제 성장이 둔화되더라도, 중국의 군사력이 미국을 따라잡지 못하더라도, 그리고 중국이 대외적으로 공세적 행태를 취하지 않더라도, 중국은 아시아와 세계의 전략적 현실로 남을 것이다. 특히, 중국의 군사력은 '실체 평가'가 아닌 '위협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
중국의 군사력 혹은 군 현대화를 정밀하게 평가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예를 들어, 서방 군사 선진국의 입장에서 보면, 그 간의 무수한 변화와 개선에도 불구하고 중국군은 하드웨어(무기·장비), 비(非)장비, 전투력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단, 같은 대상(즉, 중국군)에 비해 중국 주변국의 군사력은 대부분의 경우 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군사력을 위협적으로 느끼게 된다. 다시 말하면, 지리적·지정학적 요인을 배제하더라도 평가자의 기준에 따라 중국군에 대한 인식·위협 정도가 달라진다.
필자는 중국군이 현재도 소규모 단기 작전 수행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2020년대에 보다 규모가 크고 복잡한 합동 전투력(즉, 전역급 전투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강조해 왔다. 이와 같은 목표 혹은 상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중국군은 도전이자 위협이 된다는 의미이며, 향후 그 정도가 더 커질 것으로 보아야 한다.
중국의 군사 행동에 대해 우리보다 더 불안감을 갖고 있는 대만(타이완)과 남사군도 분쟁에 연루되어 있는 아세안(ASEAN)의 일부 국가들을 보라. 이들 국가는 국력의 차이, 국방 태세, 그리고 대외적 위상을 보더라도 중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들 국가들이 무기력(helpless)하지 만은 않다. 이는 기본적으로 중국이 '전략적 우위'를 갖추고 있다면 다른 소규모 국가들은 '전술적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제한적이나마 자국의 방어력을 높일 수도 있고, 서로 단합할 수도 있고, 또한 국제 여론에 호소할 수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도 점진적·단계적으로 자국의 주권과 이익을 확보하려 하고 있고, 비(非)군사적 방안(예, 심리전, 여론전, 법률전)을 활용하고 있다.
최근 대만이 4척의 페리(Perry)급 프리깃함을 도입하고 있고, 베트남이 러시아로부터 6척의 킬로(Kilo)급 잠수함을 인수하고 있고, 필리핀이 해공군력 위주의 군사력 보강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자국의 군 현대화에 더하여 동시에 중국의 공세적 행태에 대한 대비로 보아야 한다.
중국의 부상이 한반도에 던지는 질문들
한국에게 있어 중국의 중요성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한국은 분명 중국에 대해 '협력과 대비'라는 '이중 보험(hedging)'을 추진해야 하며, 이는 현명한 정책 방향이다. 또한, 한국은 중국의 군사력을 포함한 '중국의 부상'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 제기와 전략적 대비가 필요한데, 이는 다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한반도 및 역내 안정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역할과 점증하는 중국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과 중국과의 협력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
둘째, 한국은 북핵 문제 등에 있어서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나 중국과는 사드(THAAD) 체계 도입 등 많은 갈등 요인을 안고 있다. 즉, 중국과의 협력 필요성과 갈등 가능성 간의 딜레마를 어떻게 관리·극복할 것인가?
셋째, 북한과 한반도의 미래에 중국은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이에 대한 개념화(槪念化)가 선행되어야 단기 및 중장기적으로 구체적이고 일관된 정책 방향을 도출할 수 있게 된다.
한반도 사안에 대한 한국의 '주도권'도 북핵 문제의 해결 그리고 남북 간의 협력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어려운 과제가 될 전망이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의 경우도 대표적인 사례인데, 천안함 사태 이후 중국의 태도가 8개월 후 북한의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반추해야 한다. 당시 중국의 태도는 '냉정과 자제'였는데, 한반도 통일 과정이 시작될 때도 같은 태도를 갖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북핵 문제의 최종 상황, 대량 살상 무기 처리, 통일 이후 국가 정체성 등의 이슈에 대해 중국, 그리고 미국과도 이견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공론화 혹은 상기한 사전 개념화가 필요하다. 이 같은 과정이 우리의 전략적 대비이고 '중국의 부상'에 대한 올바른 담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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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현대중국연구소장 겸 한림대만연구소장을 맡고 있고, 국방부와 해군의 자문위원이다. SSCI 등재지 The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의 편집장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국의 3事(人事, 外事, 軍事)이다. "Sino-ROK Relations at a Crossroads" "China's Anti-Access Strategy and Regional Contingencies" 등 150여 편의 논문이 있고,<동아시아 주요 해양 분쟁과 중국의 군사력>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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