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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한 수소탄 실험에 비난 쏟아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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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한 수소탄 실험에 비난 쏟아내지만…

[강준영의 차이나 브리핑] 북한 4차 핵실험과 중국

새해 벽두부터 지구촌이 어수선하다. 올해의 첫 업무일인 4일 중국 증시가 대폭락하면서 세계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더니, 5일에는 이슬람 종주권을 두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단교를 선언해 중동 정세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어제(6일) 북핵 문제가 터져 나왔다. 북한은 6일 오전 10시 30분 자칭 '첫 번째 수소탄 실험'을 했고 12시 30분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이 실험이 '완전 성공'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핵'에 대한 언급 없이 경제 문제를 강조해 올해는 안정적인 남북 관계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예측이 나왔었다. 그러나 이는 북한의 철저한 기만술이었으며 관련 국가 모두가 뒤통수를 맞은 꼴이 되었다.

이번 상황의 초점을 북한의 수소탄 실험 성공 여부에 맞추는 것은 사태의 본질이 아니다. 사실 북한이 첫 번째 수소탄 실험이었음을 강조하는 것은 2013년 3차 핵실험으로 도출된 유엔 안보리 결의 2094호에 표현된 "만일 북한이 다시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을 하면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진일보한 제재 행동이 이어질 것"이라는 문구를 피해가기 위한 꼼수다.

과거의 핵실험과는 종목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국제 사회는 4차 핵실험으로 규정하고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북한이 이제 핵 개발의 차원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핵 보유국 지위를 가진 국가가 되었으며 이에 관해 누구의 말도 듣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의 무리수 뒤에 숨겨진 이유


이미 지난 세 차례에 걸친 핵실험으로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는 가운데서도 김정은이 이런 무리수를 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김정은은 집권 5년차를 맞아 국내적 역량을 결집하고 미국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할 수 있는 확실한 군사적 억지력을 확보한 세계적 지도자의 이미지 구축을 꾀하려는 것이다.

작년(2015년) 8월 비무장지대 목함 지뢰 사건으로 긴장이 고조됐을 때 미국과 중국의 압박으로 인해 결국 우리와 8.25 합의를 했었다. 그리고 중국의 '북한 끌어안기' 때문에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때는 소위 '강성 대국'의 이미지를 보여주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무엇보다 모란봉 악단의 베이징 공연 취소로 대중 관계 개선에도 실패한 상황에서, 3월 한미 연합군사 훈련, 4월 한국 총선, 5월 제7차 노동당 대표 대회, 그리고 11월 미국 대선 등을 앞두고 새로운 돌파구에 대한 압박을 느꼈을 것이다. 작년 12월 10일 수소폭탄 보유를 언급하고 1월 3일 수소탄 실험을 재가했다고 하니 급박한 결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이번 핵실험으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측은 당연히 한국이다. 안정적 남북 관계 유지 속에 '통일론'에 불을 지피고 싶어 하던 우리 정부에 결정적 타격을 가했기 때문이다. 충격을 받았을 다른 한 나라는 바로 중국이다. 지난 3차 핵실험 때 불과 실험 30분 전에 통보를 받아 체면을 제대로 구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 의장국' 중국은 이번에는 아예 통보도 받지 못했다. 지난 몇 개월간 '북한 다독이기'에 들인 수고가 허탕이 된 셈이다.

무엇보다 중국이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이고 강력하고 실체적인 제어가 가능하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던 한국에게도 큰 실망을 안겨주는 일이 되었다. 미국 조야에 퍼져 있는 한국의 '대중(對中) 경사론'에도 불구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견 일치를 외쳤던 한중 양국은 머쓱하게 지붕만 쳐다보는 격이 되었다. 한국 입장에서도 핵을 앞세운 북한과 비대칭 전력의 격차 확대가 기정사실화되는 난국을 맞이했다.

강력한 비난 쏟아내는 중국, 행동은?

중국은 강력한 비난 성명을 쏟아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이 비핵화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 중국의 입장이며, 북한의 핵실험에 결연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중국이 "당연히 해야 할 국제 사회의 의무를 이행할 것"이라 강조했다. 관영 <신화통신>도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되어야 하고 모든 관련 국이 지역 평화의 안정에 해가 되는 일방적인 움직임을 자제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관건은 중국이 비난을 넘어서는 구체적 제재 조치를 이행할 자세가 되어 있느냐는 점이다. 중국은 여전히 북한에 대해 중국의 '전략적 자산'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집단적 압박을 통해 북핵을 포기시키는데 대한 부담을 갖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중국을 소외시키는 정책을 쓰면서 과거 양국 관계에서 볼 수 없었던 중국 무시 발언들을 공개적으로 쏟아 내기도 했다. 다시 말해 적어도 핵 개발이나 군사 안보 분야에서는 베이징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국에서 북한은 소통이 안 되고(不溝通), 더 이상 말을 듣지 않으며(不聽話), 행동을 예측할 수 없는(不可測性) 국가라는 삼불(三不) 국가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분명히 북한의 경제적 목줄을 쥐고 있는 국가다. 여전히 우호적 가격으로 석유를 공급하고 있으며 북한 대외 무역의 90.1%(2014년 말 기준)를 책임지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이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제재에 본격적으로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외교 안보적 전략 요소가 우선 고려 사항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제는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북한이 핵 보유국이 되면 일본의 핵무장이나 주변국의 핵 도미노 현상을 막을 명분이 없으며,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상대적인 군사력 우위도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립 서비스 차원의 강력한 비난이나 6자 회담 재개, 미국의 전략적 무시에 대한 통박 등으로 북핵 문제를 풀려고 하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점점 중국의 영향력에서 멀어져가고 있으며 양국 관계의 경색도 불가피하다.

민간 차원에서는 북한의 존재를 '전략적 부담'으로 인식하며 대북 정책의 재정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제 중국도 자국 내의 여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가 요구하는 '북한 비핵화'에 대해 미국의 한반도 전술 핵무기 배치까지 염두에 두고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한데 대한 일말의 책임을 져야 한다. 물론 북핵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은 중국만의 책임은 결코 아니다. 중국의 전략적 인식과 미국의 전략적 인내로 일컬어지는 '무시' 전략, 그리고 우리의 안이한 대응의 합작품이기 때문이다.

현재 핵을 보유한 나라는 공식적으로 유엔 안보리 5개국으로 이들은 모두 수소폭탄 제조 능력을 갖고 있다. 이외 3개국이 핵을 보유하고 있으며 북한은 9번째 보유국이 되려고 한다. 어정쩡한 제재로는 더 이상 북한의 움직임을 제어할 수 없다. '그들만의 리그'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공식적으로 핵을 보유하고 있는 5개국은 다른 국가들의 핵 보유 금지를 보다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권리가 있으면 의무가 뒤따른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의지 표명과 더불어 중국이 보다 적극적이고 실효적인 방법으로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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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이며,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및 중국 문제 시사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중화민국 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에서 현대 중국정치경제학을 전공해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에 관한 100여 편의 연구 논문과 <한 권으로 이해하는 중국>, <중국의 정체성>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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