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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누리과정, 박근혜 책임 묻는 건 뻔뻔"

與, 서울시의회 예산 삭감은 '불법' 주장…시의회 "박근혜는 초중고 포기했나"

박근혜 대통령 공약인 '누리과정(3~5세 어린이집·유치원 무상 보육)' 예산을 두고 정부-여당과 서울시의회-시교육청이 강 대 강으로 맞붙는 양상이다.

서울시의회가 지난 22일 2016년도 서울시·서울시교육청 예산안을 통과시키며 교육청이 편성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2521억 원을 전액 삭감한 것이 표면적인 발단이다. 이에 앞서 교육청 또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아예 편성하지 않았다.

이는 근본적으로는 대통령 공약이면서도 정부가 관련 예산을 각 시·도 교육청에 전액 가까이 떠안기면서 벌어진 일이지만, 정부-여당은 '재정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각 지방 교육청의 외침에도 "예산을 편성하라"고 윽박지르고만 있다.

새누리 "누리과정 예산은 교육청 책임…정부 책임 묻는 건 뻔뻔한 행동"

새누리당 김용남 원내대변인은 24일 "교육감의 누리과정 예산편성 거부는 직무유기이고, 편성된 일부 예산조차 삭감해버린 지방 의회는 초법적 권한 남용"이라면서 "야당 성향의 교육감들과 야당이 장악한 서울시의회 등이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거부하는 것은 매우 정략적인 것으로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육 대란을 일으켜 그 책임을 정부와 여당에 돌리고 선거에서 야당이 이익을 보는 보풍(保風)을 의도하는 것"이라면서 "성탄절을 맞아 어린이들에게 산타가 되지는 못할 망정 어린이들을 희생양 삼아 정치적 이득을 노린다면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서울시의회와 교육청 등을 향해 "마치 정부에서 공약을 파기하고 갑작스럽게 지방 재정에 예산을 떠넘기는 것처럼 여론몰이에 나섰는데 그 뻔뻔스러운 행동에 개탄스럽기 그지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이 같은 주장은 유아교육법 시행령,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지방재정법 시행령 등 관계 법령에 따라 2015년부터는 누리과정 예산 전체를 교육청의 교부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법에 따라 교육청 부담 사업임에도, 정부는 국회의 2016년도 예산안 심사 결과에 따라 약 3000억 원을 우회 지원하기로 결정했는데도 각 시·도 교육청이 필요한 나머지 예산 1조8000억 원 또한 중앙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예산을 미편성하는 것은 '불법'이란 주장이다.

서울시의회 "의무 경비 편성, 지방자치 하지 말란 얘기"

이런 주장에 대해 서울시의회는 "예산 의결권은 지방 의회에 있다"면서 "예산을 자유롭게 편성하는 것이 지방자치법의 취지인데 중앙정부가 이를 침해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맞대응을 했다.

김문수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은 이날 "예산 의결권은 지방 의회에 있는데 누리과정 예산의 50% 이상을 의무 경비로 편성하라고 강제해버리면 지방자치를 하지 말라는 얘기 아니냐"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는 초·중·고 교육을 포기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정부-여당 주문에 따라 2조1000억 원에 가까운 누리과정 1년치 예산을 교육청들이 전액 부담하면, 교육청 본래 업무인 초·중·고 교육 사업에 사용해야 할 예산이 사라지다시피 할 것이란 지적이다. 누리과정은 애초 '보육 복지' 사업인 만큼, 각 교육청이 아닌 보건복지부가 책임져야 할 사업이란 지적도 계속돼 왔다.

서울시 "정상 편성했다…교육청 교부금 와야 집행 가능"

서울시 또한 새누리당의 누리과정 예산 관련 공격이 박원순 시장 등 시를 겨냥하자 이날 "교육청이 교부금을 시에 줘야 집행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공식적으로 해야 했다.

앞서 원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서울시의회가 누리과정 예산은 삭감하며 민주노총 지원 15억 원, 청년수당 90억 원, 서울역 고가공원화 사업 232억 원 등은 배정했다"면서 예산 미편성의 책임을 서울시에 돌리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이에 대해 조현옥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같은 날 기자브리핑을 열고 "누리과정 예산은 빼고 청년수당 예산은 넣었다는 지적은 잘못된 얘기"라면서 "서울시는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총 3807억 원을 편성해 의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이 3807억 원의 누리과정 예산을 교부금으로 시에 보내면, 의회에 이를 보낼 수 있도록 편성은 해놓았었단 설명이다.

조 실장은 "서울시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잡아놓지 않으면 교육청으로부터 재원을 받는 그릇이 없어진다"면서 "누리과정 예산은 교육청이 잡도록 돼 있고, 서울시가 잡을 수 없다. 서울시와 교육청은 독립 예산 체계"라는 기초적 설명도 덧붙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처럼 매년 반복·심화되고 있는 누리과정 예산 논란이 종식되려면, 대통령 공약에 대한 중앙정부의 책임있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새정치연합 김성주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이날 오전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는 매년 지방재정교부금이 3조씩 증가할 것이라 내세웠으나 2015년만 해도 교부금 전망치와 실제 교부금에는 약 10조 원의 차이가 발생했다"면서 정부의 '교부금 충당' 판단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김 부의장은 "2010년도의 지방교육 재정은 전년보다 1조5000억 원이 줄었고 그에 따라 2016년 지방채 발행만 3조9000억에 2015년에 발생한 6조를 합치면 지난 2년 간 (지방정부는) 10조의 빚을 낸 것"이라면서 "코앞의 보육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시·도 교육감들이 제안한 대로 정부와 국회, 시·도 교육감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즉각 구성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한결 같은 이가 진실된 사람'이라고 했는데 대통령 될 때와 되고 나서의 말과 행동이 180도 다른 대통령은 진실한 사람인지 묻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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