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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은 일본에 내주고, 전기료는 재벌에 바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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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은 일본에 내주고, 전기료는 재벌에 바치고…

[초록發光] 발전 차액 지원 제도의 부활이 답이다

햇빛으로 내가 직접 전기를 생산해서 후손들에게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불행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각오로 시작했던 햇빛발전협동조합들이 전기 판매 가격의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야를 훼손하면서 들어서는 대형 태양광 발전소가 아니어서 재생 가능 에너지 본래의 친환경성과 분산성을 구현하는 소규모 태양광 발전 업체 역시 같은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협동조합과 소규모 태양광 발전 업체는 현행 신·재생 에너지 공급 의무화(RPS) 제도 하에서는 신·재생 에너지 공급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대규모 발전 사업자에게 신·재생 에너지 공급 인증서(REC)를 판매해야만 하는데, 이 인증서 판매 계약도 어렵거니와 계약을 해도 인증서 가격이 낮아서 도저히 수익을 올릴 수 없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계약 시장이 열리지 않으면서 올해 5월 열린 계약 시장에 발전 업체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역대 최고치인 10대 1의 경쟁률을 보여 인증서 가격 폭락이 야기된 것이었다. 이렇게 결정된 가격은 이후 12년간 고정되기 때문에 계약 대상자로 선정된 업체는 판매 대상자로 선정된 덕에 울며 겨자 먹기로 싼 가격에 인증서를 팔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몰리게 된다. 소형 발전 업체 간의 과열 경쟁을 유발하여 사업 기반마저 뺏고 있는 현행 제도는 태양광 발전, 나아가 재생 에너지 공급의 정체를 결과할 것이다.

9000여 개의 소규모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과 예비 사업자들이 이런 위기 상황을 맞아 지난 10월 30일 전국태양광발전사업자연합회를 결성하였다. 이들은 그간 환경 단체 및 시민 단체에서 요구하였던 것과 마찬가지로 RPS 제도를 전면 폐지하고 '발전 차액 지원 제도(FIT)'를 재도입하고, 의무 공급 사업자 REC 수의 계약제를 폐지하고, REC 판매 사업자 선정 결과 평가 점수를 공개하고, 소규모 영세 사업자 수익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에서 소형 발전소를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계약 물량 중 30%를 100킬로와트 미만의 소형 발전소에 우선 배정한다고 했지만 계약 물량 자체가 줄어들고 REC 가격이 폭락하는 현재 상황에서는 이런 제도만으로는 미흡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사실 RPS 제도 도입 시기부터 현재 소규모 태양광 발전 사업자들의 현재 상황은 예견되어 온 것이었다. 발전 의무를 진 대형 발전사에게 유리한 입찰 경쟁을 전제로 하는 인증서 시장에서 소규모 발전 업자들이 가격 면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더구나 정부가 나서서 대형 발전사들의 의무 불이행에 따른 과징금 분담 연한을 연장하고 나아가 이를 완화해주기 위해 온배수를 재생 가능 에너지로 편입시켜 태양광, 풍력 등 재생 가능 에너지 REC에 대한 수요를 줄여 놓기까지 하였던 것이다.

이들 소규모 발전 사업자에게는 고정 가격으로 전기를 매입해주는 발전 차액 지원 제도가 사업의 안정성, 지속 가능성을 보장해줄 수 있다. 발전 차액 지원 제도의 전면적인 도입이 아니라 소규모 발전 사업자에 한해서 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부분 부활시키자는 것이다.

정부는 소규모 발전 차액 지원 제도 재도입이 정책의 신뢰성을 저해해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고 여기에 투여되는 자금의 원천인 전력산업기반기금에 과도한 재정 부담 발생을 야기하는 것을 이유로 이를 반대하고 있다. 대형 발전사만에 유리하게 설계된 RPS 제도 역시 정책 신뢰성을 주고 있지 못한 현실에서 발전 차액 지원 제도 재도입에 따른 정책 신뢰성 저하를 언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재정 부담에 대해서는 최근 국회예산정책처에서 추가 재정 소요 비용을 계산한 바 있다. 100킬로와트 이하 소규모 사업자에 한정하여 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김제남 의원의 '신에너지 및 재생 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개정안에 대한 재정 소요 비용을 예산정책처에서 추산한 것이었다.

이에 따르면, 태양광 분야 발전 차액 단가 기준을 1킬로와트시당 70원, 100원, 150원 등 세 가지로 하였을 때 향후 5년간 7038억에서 1조5082억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이 정도의 비용이 정부가 언급하는 과도한 재정 부담 발생에 해당하는 것일까? 지난해 전력산업기반기금 운용 현황을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2014년 한해 전체 기금 규모가 3조1496억 원에 이르렀고 이 중 사업비로 1조7376억 원을 사용하고 여유 자금이 1조1122억 원에 달했다고 한다.

여윳돈이 많아 이자놀이까지 하여 이자 수입만 320억 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총 사업비 중 2589억 원, 전체 사업비의 15%에 달하는 기금을 대기업에 지원하여 원자력 융합원천기술개발, 전력산업융합원천기술 개발,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등에 쓰도록 하고 있었다. 대기업 자체 자금으로도 충분히 기술 개발이 가능한 연구개발 분야에 전력기금이 쓰이고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방만하게 운용되는 전력산업기반기금 운용 개선만으로도 소규모 발전 차액 지원 제도에 투입될 재정은 충분히 마련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정부의 정책적 의지이다. 우리와 유사한 의무 할당제에서 2012년부터 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태양광 발전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경험하였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의무 할당제에서 26.1%의 증가를 보인 발전 설비량이 2012년에서 2013년 한 해 동안 64.3% 증가했던 것이다. 10킬로와트 미만 태양광만 2012년 7월에서 2015년 6월까지 3320메가와트가 신규로 설치되었다고 한다. 일본은 이 제도를 토대로 2030년까지 전력 분야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 비중을 22~24%까지 증가시킨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햇빛발전협동조합을 비롯한 소규모 발전 업자들의 시장 확대를 가능하게 하는 발전 차액 지원 제도의 부활은 정체 상태를 면치 못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 재생 가능 에너지 공급 확대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정책의 신뢰는 유지가 아니라 정책 개선을 통해 얻어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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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노동자, 농민 등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나라를 보호하는 에너지 정의, 기후 정의의 원칙에 입각해 기후 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추구하는 독립 싱크탱크입니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로, 한국 사회의 현재를 '녹색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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