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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구하는 슈퍼 영웅은 따로 있다

[초록發光] 우리의 미래, 지구 시민들

지난 10월 30일, 유엔기후변화기본협약(UNFCCC)은 각국의 온실 기체 감축 방안(INDC)을 취합 분석한 종합 보고서를 공개했다. 한국도 6월에 INDC를 제출했지만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관련 기사 : 박근혜, 인류 미래 놓고도 '배신의 정치')

INDC는 2020년 이후의 신기후 체제를 수립하는 데 가장 중요한 의제로, 2030년까지 전 세계가 온실 기체를 얼마나 감축할지, 그리고 이렇게 '아래로부터' 감축 목표를 취합한 결과가 과연 지구 온도 상승 2도 제한 목표에 부합할지가 주된 관심사였다.

INDC 취합 결과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고 보고서의 숫자들이 복잡하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첫째,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 '자발적으로' 온실 기체 감축에 동참해야 한다.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지만 교토 의정서 체계에서는 선진국만 '의무적으로' 감축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둘째, 2030년까지 지구 전체의 온실 기체 배출은 계속해서 증가한다. 비록 배출량 증가율이 낮아지더라도 감소 추세로 바뀌지는 않는다. 이는 교토 의정서의 2차 공약 기간(2013~2020년)에 전 세계 감축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던 탓도 있지만, 신기후 체제의 목표 설정을 국가마다 '제멋대로 해라' 방식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셋째, 결과적으로 '2도' 목표를 달성하는 데 감축량이 부족하다. INDC를 제출한 147개국(유럽연합은 공동으로 제출)이 각자의 목표에 도달하더라도,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연구 기관의 전망을 참고하면 '2.7~3도'가 증가하는 경로에 가깝다. 2도보다 '1.5'도로 목표를 수정해야 한다는 설득력 있는 주장을 고려하면 더 부족할 수밖에 없다.

넷째, 2030년이 지나도 상황이 좋아지리라 낙관하기 어렵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은 5차 보고서에서 2도 목표를 맞추려면(66%의 가능성) 2011년 이후 배출할 수 있는 양을 1000기가톤으로 잡았다. 2030년이 되면 이 탄소 예산 중 75%에 육박하는 748기가톤을 써버리게 되는 것이다. 2030년 이전에 신속히 배출 정점에 도달하지 않고서는 나머지 252기가톤도 곧 사라지게 될 것이다.

11월 30일에 열릴 파리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대해 기대 반, 우려 반이다. 총회에서 INDC를 상향 조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 간극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회의장에서의 극적인 반전도, 파리 거리의 불복종 운동도 중요하다. 그리고 공식 협상과 직접 행동을 연결해줄 무언가가 필요하다면, 기후 변화와 에너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민들에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기후 변화와 에너지 이슈에 대해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관련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수립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아래로부터'의 실천들이 주목받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과학기술민주주의연구센터 등이 주관한 'UN 기후 변화 협상에 관한 세계 시민 회의'부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가 주최한 '시민 참여형 에너지 대안 시나리오' 그리고 엔지오 연구소, 의제21, 환경 단체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몇몇 지역 에너지, 기후 계획 수립 사례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에서 이런 대안 실험들이 이뤄지고 있다.

이중 국가 에너지 계획의 대안을 모색한 '시민 참여형 에너지 대안 시나리오'(아름다운재단 후원)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15명의 시민 패널이 8월부터 10월까지 네 차례의 모임에 참여했다. 이들은 에너지 문제 대해서 함께 공부하고 토론한 후 에너지 시나리오를 짠다는 역할을 맡았고, 1박 2일 합숙하면서까지 쉽지 않은 일정을 소화했다. (☞관련 기사: 우리 한번 코스타리카처럼 살아보자!)

10월 24일, 시민 패널은 마지막 워크숍에서 세부 쟁점들을 논의하고 합의안을 작성하였다. 그리고 며칠 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결과를 그대로 반영한 최종 시나리오를 정리했다. 이 시나리오는 "시민들, 저에너지 소비와 재생 에너지 중심의 미래를 그리다"로 요약할 수 있다.

2050년에는 2010년에 사용하는 에너지보다 44%나 적은 에너지(석유로 환산했을 때 2억6380만 톤→1억1550만 톤)를 사용하면서, 필요한 에너지의 60%는 재생 에너지를 통해서 공급하고 핵에너지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에너지 미래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은 고에너지 소비와 핵 발전과 화석 연료를 중심으로 한 정부 에너지 시나리오와 크게 구별되는 것으로, 보다 지속 가능하고 정의로운 에너지 시스템을 요구하는 것이다.

▲ <2050년 에너지 대안 시나리오>의 에너지 믹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런 에너지 믹스는 자연스럽게 온실 기체 배출량의 감소로 이어진다. 시민 패널은 전 지구적 기후 변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배출량을 2010년 대비 80% 이상(이산화탄소 1억500만 톤) 감축해야 한다고 합의했다. 한편 석탄을 사용하지 않는 대안 시나리오의 경우, 온실 기체 배출량은 더 줄어든다(8510만 톤).

대안 시나리오는 무엇보다 경제 성장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시민 패널은 적극적으로는 탈성장을, 소극적으로는 저성장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2050년에 GDP가 2010년 수준으로 감소하게 되면, 에너지 효율 개선 효과와 함께 저에너지 사회가 바람직하며 또한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시민 패널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자발적'인 <2050년 에너지 대안 시나리오>가 정부와 전문 집단 중심으로 결정되는 에너지 정책에 중요한 변화를 끼칠 수 있으며, 탈핵 에너지 전환과 기후변화 대응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제 질문의 순서를 바꾸자. 에너지를 얼마나 쓰고 온실기체를 얼마나 배출하느냐를 질문하기 전에 이 답을 누가 내려야 하는지부터 묻자.

▲ 10월 24일 서울 신촌에서 열린 워크숍을 끝으로 공식적인 일정을 마쳤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가톨릭대학교 SSK 과학기술민주주의 연구단과 공동으로 "에너지 대안 시나리오"와 "UN 기후 변화 협상에 관한 세계 시민 회의"와 "대구광역시 지역 에너지 계획 수립을 위한 시민 참여단 타운 미팅" 경험을 공유하고 그 의미를 탐색하는 '에너지 기후 변화 시대의 시민 참여 : 에너지 시티즌십과 대안 시나리오'(2015년 11월 18일 2시~5시 30분,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11호) 심포지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와 에너지 이슈에 대한 시민 참여형 모델에 관심 있는 분의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바로 가기 : 에너지 기후 변화 시대의 시민 참여 : 에너지 시티즌십과 대안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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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노동자, 농민 등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나라를 보호하는 에너지 정의, 기후 정의의 원칙에 입각해 기후 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추구하는 독립 싱크탱크입니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로, 한국 사회의 현재를 '녹색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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