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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공약 무상 보육 올해도 '0원' 처리

새누리, 총선 눈치 보며 3000억 원 편법 우회 지원

박근혜 대통령의 '무상 보육 공약' 일환으로 시행되고 있는 누리 과정(만3~5세 무상 보육) 예산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0원'으로 편성됐다.

교육청 지원 예산 3000억 원을 목적 예비비 형태로 편성해 우회 지원한다는 편법을 썼지만, 박 대통령과 정부가 대통령 공약을 대놓고 '나 몰라라' 하고 있다는 지적은 불가피하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통령 공약을 떠 넘기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2012년 12월 16일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0세부터 5세 보육은 국가가 책임을 지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국회는 3일 새벽 본회의를 열고 지방교육청 지원 예산 3000억 원을 통과시켰다. 새누리당 소속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시설비 지원을 통해서 학교 환경 시설 개선이 이루어지면 (누리 과정 관련) 교육청의 재정 부담이 그만큼 감면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지방교육청에 3000억 원의 예산을 더 주는 만큼, 자체적으로 누리 과정 예산을 편성하라는 의미다.

그러나 정부는 애초에 이 예산을 0원으로 밀고 나갔다. 시도교육감과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자 막판에 새누리당이 3000억 원을 우회 지원하는 데 합의한 것이다.

▲ 2012년 12월 16일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0세부터 5세 보육은 국가가 책임을 지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KBS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의원총회에서 "우리는 1조 원 이상 누리 과정 예산으로 편성돼야만 한다고 했는데, 진보 교육감들이 작년 예산 정도면 합의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전혀 편성하지 않는 것으로 정책 결단을 했다"고 밝혔다. 이 수석부대표는 이어 "그런데 새누리당이 후폭풍이 무서웠는지, 찜통 교실 해결, 화장실 개선비 등으로 자기네 정책 예산 3000억 원을 편성했다. 누리 과정 예산은 '0'인데 다른 예산으로 3000억 원을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에서는 누리 과정 예산을 정부가 한 푼도 낼 수 없다고 한다면, 이를 내년 총선 공약으로 내걸고 정정 당당하게 쟁취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꽤 있었다고 한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새누리당이 급하게 3000억 원을 끼워 넣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비슷한 논란이 벌어졌던 지난해 여당이 5000억 원을 우회 지원한 것과 비교해도 3000억 원은 매우 적은 액수다. 결국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보육 대란은 예고된 상태다.

당장 강원도의회는 도교육청 사업 예산을 대거 삭감하는 대신 어린이집 누리 과정을 편성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전국교직원노조(전교조) 강원지부는 "도의회는 도교육청에 대한 예산 삭감 요구를 즉각 중단하고 교육 예산이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쓰일 수 있도록 정부와 여당에 누리 과정 예산 전액 지원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이들은 "정부 여당에 한마디 요구도 못하고 도내 학생들을 위한 예산을 삭감해 누리 과정 예산을 확보하려는 도의회를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와 비슷한 현상들은 전국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 공약을 뒷바침하느라 지방 재정이 휘청대고 있는데, 정부는 나몰라라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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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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