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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이 '개악'인 6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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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노동개혁이 '개악'인 6가지 이유

[작은책] 정부는 왜 그러는 걸까요?

노동 시장을 개혁하겠다는 정부의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서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지금은 또 청년들을 위해 노동 시장 개혁이 시급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부의 정책을 살펴보면 비정규직을 위한 것도, 청년들을 위한 것도 아니며, 오로지 기업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업 마음대로 노동자를 자르는 저성과자 해고 제도

첫째,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려고 합니다. 일을 잘 못하고, 교육을 시켜도 달라지지 않는 노동자조차 해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일을 잘 못하는 사람들이 저성과자로 구분돼서 교육을 받거나 해고되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성과자를 가리기 위한 평가는 회사가 세운 기준에 따라 이루어지는데 그 기준은 주로 노동자의 작업 성과보다는 상급자에 대한 태도나 지시에 대한 복종 등 노동자의 순종을 요구하는 것이 많습니다. 즉, 평가하는 사람 마음에 들어야 평가를 잘 받을 수 있다는 말이지요.

또 회사가 평가 기준을 강화해 버리면 지금껏 일을 잘하던 사람도 성과가 낮은 사람이 되어 버립니다. 잘하던 일도 회사에서 업무를 바꾸어 낯선 일을 하게 되면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게 저성과자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결국 정말 저성과자인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성과자 해고 제도를 도입하면 해고하려는 사람을 저성과자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이야기이지요.

평가 기준이 아무리 잘 세워져 있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회사의 업무 평가에 따라 노동자들이 쭉 줄 세워지면 그중 누군가는 반드시 상대적으로 성과가 낮은 쪽에 해당되게 됩니다. 그건 내가 될지, 옆의 동료가 될지, 다른 누가 될지 알 수 없습니다. 회사 말을 안 듣고 노조 활동을 열심히 하는 이들이 될 수도 있지만, 기강을 잡는다는 의도로 순차적으로 저성과자로 만들어 교육을 받게 하고, 해고할 수도 있습니다. 즉, 서로서로 경쟁하고 괴롭히면서 노동자들끼리 희생양을 만들어 내라는 이야기인 것입니다.

▲ 새누리당이 걸었던 홍보 현수막. ⓒ새누리당

모두를 저임금으로 만들겠다는 의도의 임금피크제


둘째, 임금피크제(연공형 임금 체계에서 일정 연령에 도달하면 임금 상승을 멈추거나 하향시키는 것)를 도입하겠다고 합니다. 이미 공공 기관에서는 많이 도입이 되고 있는데, 이는 고연봉자의 임금을 깎아서 신규 채용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신규 채용 규모가 지금의 실업 문제를 해결할 만큼 늘어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고용을 강제하기보다는 기업에 혜택을 주면서 채용을 권하는 방식으로는 신규 채용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기업은 하나도 내놓는 것 없이 노동자 임금을 깎아서 나누고, 정부에서 지원 혜택도 받는 제도라니, 노동자에게 절대 좋을 것이 없습니다. 정부의 이런 논리는 노동자들끼리 세대 간에 갈등하는 양상만 만들어 냈습니다. 장년 세대들에게 당신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니 자녀 세대들이 일자리가 없다고 부추겨 임금을 내놓게 하고 심지어 일자리에서 쫓아내는 꼴입니다.

그러면서 신규 채용된 노동자들이 지나치게 낮은 초봉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은 숨깁니다. 또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연공에 대한 보상도 없이 만년 최저임금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도 숨깁니다. 그저 임금을 깎는 것에 급급한 것입니다. 이렇게 임금을 깎아서 모든 노동자를 저임금으로 만들어야 기업이 더 많은 이윤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가 산다는 해묵은 논리는 지금도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노동 조건을 전반적으로 하락시키기 위한 취업규칙 변경 제도 완화

셋째, 위의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 위해 취업규칙을 회사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합니다. 지금은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취업규칙을 바꿀 때는 노동자의 집단적인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집단적인 동의에 회사는 개입하거나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되고,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를 회사가 개별적으로 동의를 받아서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개별 노동자가 회사와 일대일로 만났을 때는 불리한 내용이 있어도 반대하고 저항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렇게 회사 마음대로 하도록 해 주겠다는 것입니다.

이 취업규칙에는 임금피크제 하나만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임금뿐만 아니라 노동자가 회사에서 하는 일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들이 포함됩니다. 출퇴근 시각, 휴식 시간, 노동 시간, 작업 장소, 임금 계산이나 항목 등 모든 노동조건에 대한 사항들이 포함되는데, 이를 회사 마음대로 바꿀 수 있게 된다면 임금피크제만이 아니라 모든 노동조건들이 나빠질 수 있는 것입니다.

사실 지금도 취업규칙 한번 보지 못하고 회사에 다니는 노동자들이 많습니다. 당연히 노동자들이 볼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도, 노동자들이 취업규칙 한번 보겠다고 하면 눈초리 사납게 이유를 되묻는 경우를 많이 당합니다. 그런 취업규칙도 노동자들이 힘을 모아 싸우고 요구하면 회사가 마음대로 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노동자들이 힘조차 모으지 못하도록 개별화하는 것입니다. 지금 노동조합이 있는 곳도 어려워지지만, 노동조합이 없는 곳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장시간 노동은 그대로, 수당은 더 줄어들고

넷째, 노동 시간도 늘리고 수당도 줄이겠다고 합니다. 이미 한국의 장시간 노동은 너무 유명해서 더 말할 것도 없지요. 주 40시간 일하고, 1주일에 연장 노동 12시간 하고(법정 노동 시간 및 연장 한도), 여기에 더해서 휴일노동까지 하면 노동자들이 일주일에 60시간 이상씩 일을 하게 됩니다.

저임금으로 장시간 노동을 유지하는 것이 신규 채용을 하는 것보다 기업에게 비용이 덜 들기 때문에 기업들은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다만 수당을 줄여서 비용 이득을 보는 것은 기업에게 좋지요. 그러니 정부는 노동시간을 줄이는 척하면서 최장 52시간이 아니라 60시간을 2023년까지 유지하고, 대신 휴일 가산수당은 없애서 기업의 비용을 줄여 주려 하는 것입니다.

또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확대해서 수당을 안 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란 1주 40시간으로 정해진 노동시간을 몇 주, 몇 달 단위로 묶어서 평균해서 초과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개념인데요, 기존에는 2주와 3월 단위로 이를 적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3월 단위인 경우 그 사이 어떤 주는 70~80시간씩 일하고, 또 어떤 주는 일이 별로 없더라도 그 기간을 평균해서 주 40시간이 넘지 않으면 연장 수당을 안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2주는 1개월, 3개월은 6개월로 늘리겠다는 것입니다. 노동자의 생활은 더욱 불안정해지고 임금 수준은 하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프레시안(최형락)

비정규직을 더욱 늘려 해고를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다섯째, 비정규직을 더욱 늘리려고 합니다. 35세 이상인 경우에는 비정규직으로 4년까지 고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는데, 2년에서 4년으로 늘어난다고 노동자에게 좋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기존에는 기간제로 2년을 초과하여 일할 경우 정년까지 고용이 보장되는 것으로 보았고, 파견의 경우에는 원청 사업체에 고용 의무를 부과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기간이 4년까지로 늘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 기간 동안 기업은 노동자를 더 오래 비정규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상시 고용의 책임을 피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4년 정도 일하면 그래도 낫지 않겠느냐 생각할 수 있겠지만, 비정규직 사용 기간이 4년이 된다고 해서 노동자가 한 회사에서 4년을 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용 기간이 2년인 지금도 노동자는 1년 단위 계약, 그보다 짧은 6개월, 3개월, 1개월 등으로 단기간 계약을 맺고 일하고 있습니다. 더 짧게 계약해야 노동자를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고, 인원 조정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기간을 4년으로 늘린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고용보험 제도도 비정규직이나 신규 취업자에게는 불리하게

마지막으로 고용보험 제도를 바꾼다고 합니다. 실업급여 지급 수준을 실직 전 평균임금의 50%에서 60%로, 또 지급 기간은 90~240일에서 120일~270일로 확대한다고 합니다. 이것만 보면 실업급여 수준이 늘어나고 지급 기간도 길어지니 실업 상태에서의 사회 보장이 좋아지는 것 같지만, 정부는 이와 함께 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경우의 수를 확 줄였습니다.

이전에는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이직 전 18개월의 기간 동안 180일 이상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어야 했는데, 이를 24개월 동안 270일 이상으로 늘린 것입니다. 또 반복적으로 실업급여를 수급하는 경우는 제재를 가하겠다고 합니다.

또 최저임금 수준인 노동자들의 경우 최저임금 90%를 받았는데, 이를 80%로 내리겠다고 합니다. 가뜩이나 취업도 어렵고,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면 금방 계약 기간 끝났다고 밀려나야 하는데, 실업급여 요건조차 강화되면 노동자의 생활은 더더욱 바닥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습니다.

포기와 절망에 기대어 펼쳐지는 정책들, 그를 넘어서는 것은 저항하는 용기

결국 노동자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기업을 위한 정책이고, 모든 노동자를 가난하게 만들어 기업의 배를 불려 주겠다는 정책일 뿐입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점점 더 강하게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사는 우리들의 절망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포기하고, 절망할 수밖에 없는 사회를 만들어 놓고는 그 포기와 절망에 기대어서 마음껏 기업을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정책들은 최소한 마음을 모아 저항하는 힘조차 형성할 수 없도록 노동자를 경쟁시키고, 갈등시키고, 단결하지 못하게 만드는 내용입니다. 앞으로 일어날 모든 저항을 가로막겠다는 것, 저항해 보겠다는 의지조차 형성하지 못하도록 그저 순응하게 만들겠다는 것. 인격과 권리를 가진 인간으로서의 노동자가 아니라 사회와 기업의 부속품으로 만들겠다는 것, 그것입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용기입니다. 그 작은 용기가 비정규직인 당신에게는 일자리를 위태롭게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지켜 줄 노동조합조차 없는 당신에게는 저항이라는 단어조차 이미 익숙하지 않은 말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사회를 바꾸고 발전시켜 온 것은 해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싸워 온 누군가들이며, 익숙하지 않은 저항을 시작하면서 용기를 키워 온 누군가들입니다. 그 누군가가, 이제는 우리 모두가 되어야 합니다. 저항을 시작하는 우리 모두의 작은 용기, 그것이 우리의 절망을 먹고 크는 노동 개악이라는 거대한 괴물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큰 희망입니다.

월간 <작은책>은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부터 시사, 정치, 경제 문제까지 우리말로 쉽게 풀어쓴 월간지입니다. 일하면서 깨달은 지혜를 함께 나누고,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찾아 나가는 잡지입니다. <작은책>을 읽으면 올바른 역사의식과 세상을 보는 지혜가 생깁니다. (☞바로 가기 : <작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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