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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P 美 의회 비준, 내년에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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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TPP 美 의회 비준, 내년에는 못한다"

[박영철-전희경의 국제 경제 읽기] 미-중 경제 전쟁, 승자는 누구인가?

지난 11월 4일 미국 무역대표부는 최근까지 베일에 싸여있던 열두 나라를 묶는 최대형 환태평양경제동반자(TPP) 협정의 협의 문서를 공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같은 날 백악관 웹사이트에 띄운, "협정을 공개합니다(Here's the Deal)" TPP 홍보 선언문을 계기로 대대적인 여론몰이를 시작했다. 왜냐하면, TPP 타결 소식이 알려진 지난 10월 5일 이후 미국 정가의 반응이 예상 밖으로 TPP에 부정적이고 유보적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타결된 TPP는 미 의회의 인준을 받아야 발효가 된다. 미국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은 과연 오바마에게 '역사적인 업적'이라는 거대한 선물을 할 것인가?

TPP에서 제외된 중국은 어떤 형태의 경제적 반격을 시도할 것인가? TPP 타결을 둘러싸고 전개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조용한' 경제 전쟁을 이해하기 위해 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와 이메일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인터뷰는 11월 9일부터 11월 12일까지 이루어졌다.

박영철 전 교수는 벨기에 루뱅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경제 분석가(Country Economist and Project Analyst)로 15년(1974~1988년)간 근무했다. 그 이후 원광대학교 교수(경제학부 국제경제학)를 역임했고, 2010년 은퇴 후 미국에 거주하며 개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전희경 : 지난 11월 10일 제4차 공화당 대통령 후보 TV 토론에서 무려 5명의 후보가 TPP에 반대하거나 유보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압니다. 특히 지난 6월 말 TPP 협상에 절대 필요한 대통령의 '무역 촉진 권한(TPA)' 법안의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진 현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와 마르코 루비오 후보가 TPP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고 합니다. 앞으로 미국 의회의 TPP 인준 투표 일정은 결정되었나요?

박영철 : 아닙니다. 그게 문제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1월 5일 이 협의 문서에 서명할 것임을 선언했지만, 서명 자체는 지난 6월에 통과한 '무역 촉진 권한' 법에 따라 서명 의사를 밝힌 날로부터 적어도 90일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 이후 대통령은 서명한 협의 문서를 미 의회에 보내 인준을 요구하게 되고 미 의회는 인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합니다. 강조할 사항은 지난 6월에 통과한 TPA 법안에 따라 찬반 논의는 불가능하고, 단순 과반 투표로 인준 여부를 결의해야 합니다.

전희경 : 그렇군요. 그렇다면 TPP 인준 통과 여부는 미 의회의 소집 일시와 지난 6월에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의 이탈 표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보면 되는가요?

박영철 : 맞습니다. 우선 의회 소집 일시가 현재로는 언제가 될지 모릅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가장 희망적인 관측은 내년(2016년) 2월 중순입니다. TPP 협의 문서의 공포 기간 90일이 끝나는 시점입니다. 하지만 내년 2월 중순은 미국 대통령 선거의 최종 결과를 크게 좌우한다는 대선의 첫 프라이머리와 당원회의가 막 시작하거나 끝나는 시점입니다. 민주당도 공화당도 TPP 인준 문제로 당의 갈라진 모습을 노출할 위험을 선택할 이유가 없습니다.

전희경 : 하지만 지난 6월에 오바마의 손을 들어준 공화당이 이번에도 TPP 인준을 밀어붙일 가능성은 없나요? 미 언론에 의하면 이번에 공개된 TPP 협의 문서에는 공화당이 우려할 새로운 조항이 없다는 평가입니다. 그렇다면 공화당의 반대 이탈표가 많이 나올 이유가 없지 않나요?

박영철 : 아닙니다. 공화당의 반대표가 많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중대한 경제 정책 결정은 흔히 경제 편익 검토보다 정당의 정치적 계산에 좌우됩니다. 따라서 TPP와 같이 미 경제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장기간에 걸쳐 막중한 영향을 가져올 문제가 대선 공약의 표적이 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민주당은 강력한 지지 기반인 진보 진영, 노동조합, 환경 단체, 시민 단체 등이 반대하는 TPP의 인준을 2017년으로 미루려 할 것입니다. 공화당은 선거 한 복판에서 자기 당이 지원하는 TPP를 인준하여 반대당 대통령 오바마의 '역사적인 업적'을 성공시켜 줄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2017년으로 인준 절차를 미루면 되니까요.

전희경 : 그렇다면 TPP 의회 인준은 내년(2016년)에는 불가능하다는 말씀인가요?

박영철 : 저는 그렇다고 봅니다. 그러나 2017년 초에는 미 의회의 TPP 인준은 확실합니다. 왜냐하면, TPP는 일본의 협조를 얻어 "미국의, 미국을 위해, 미국이 만든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전희경 : 이번 인터뷰의 두 번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TPP에서 제외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동남아시아 지역의 잠정적 경쟁국들로 '포위당했다'는 평가를 받는 중국의 경제적 타격은 어느 정도일까요?

박영철 :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현재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상황을 간단히 점검해 필요가 있습니다. 2015년 현재 중국이 서명한 FTA 수는 한-중 FTA를 포함하여 14개, 협상 중인 FTA는 한-중-일 FTA와 태평양 주변의 16개 나라를 묶는 거대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RCEP) 협정을 포함해 8개, 고려 중인 FTA는 중국-인도 타당성 조사를 포함해 4개입니다.

주목할 사항은 TPP 회원국 중 중국과 FTA에 서명했거나 협상 중인 나라가 무려 일본과 호주(오스트레일리아), 싱가포르와 칠레 등 아홉 나라나 됩니다. 중국과 FTA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세 나라뿐입니다.

전희경 : 놀라운 사실이군요. 그래도 21세기 세계 경제 현실에 맞는 최고 수준의 지역 다국적 자유무역협정인 TPP에서 제외된 중국의 경제적 손실은 어느 정도일까요?

박영철 : 제가 지금 계량화된 연구 결과를 보지 못해서 구체적인 답변을 드릴 수 없습니다만, 중국이 당할 경제적 피해가 클 것 같지는 않습니다.

첫째, 위에서 지적한 대로 중국은 최근에 타결된 TPP 회원국 아홉 나라와 이미 FTA에 서명했거나 협상 중입니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세 나라와만 FTA 협정이 없는 상황입니다.

둘째, 중국이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된다면 그것은 TPP 회원국과의 교역과 투자가 감소하기 때문입니다. 제일 흔한 경우가 무역 이전(Trade Diversion)으로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미국이 중국 대신에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하는 경우입니다. 또 까다로운 원산지 규정으로 회원국이 중국에서 중간재 등을 수입할 수 없는 경우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경쟁력 변화로 회원국의 중국 투자가 다른 회원국으로 이전하는 경우 등입니다.

그런데 중국의 2015년 수출입 현황을 보면 10대 흑자국 중 TPP 회원국은 미국 한 나라뿐입니다. 다른 아홉 나라는 중국과 FTA를 맺었거나 TPP 회원국이 아닙니다.


전희경 : 이번 인터뷰의 세 번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미국이 어떻게 TPP 문제를 다루는지를 보면서 생긴 궁금한 의문이 있습니다. TPP에서 제외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중국이 이에 대해 어떤 대응책이나 반격 전략을 마련했는지 알고 싶습니다.

박영철 : 좋은 질문입니다. TPP에 직접 대응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과 벌이고 있는 세계 경제 양극 주도권 싸움(Bipolar Hegemony System)에서 이기기 위해 중국은 지난 10여 년간 지속적인 교역 확대와 획기적인 국제 금융 시장 진출을 목표로 다각적인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첫째, 위에서 언급한 대로 수많은 나라와 FTA를 추진해오고 있고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 선진국과의 교역 확대와 투자 활성화 정책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최근 시진핑 중국 주석의 영국 방문 때 받은 최고 국빈 대우는 지난 6월에 일본 총리가 미국에서 받은 '아베 띄우기'와 맞먹는다는 평가입니다.

둘째,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취약하고 폐쇄적인 국내 자본 시장의 자유화와 개혁을 통한 국제 금융 시장으로의 진출 전략입니다. 구체적인 성공 사례가 2013년 10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의 제의로 시작하여 올해 말 공식 출범을 앞둔 아시아 인프라 투자 은행(AIIB : 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입니다.

크게 낙후한 아시아 개발 국가들의 항만, 철도,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목적으로 설립된 AIIB는 미국과 유럽 주도의 IMF, 그리고 일본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도전하는 중국 주도의 국제 투자 은행으로 현재 한국 등 57개국(역내 국가 37, 역외 국가 20)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특기할 사항은 미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이 지역의 개발 투자 기회를 확대할 목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자본금 1000억 달러는 ADB의 2000억 달러, IMF의 4000억 달러에는 못 미치지만, 장래 확장성은 매우 크며 국제 금융 시장에서 중국의 입김이 강해질 발판이 될 것입니다.

전희경 : 지난 8월 중국 정부가 기습적인 위안화 절하(Devaluation) 조처를 했는데, 당시 이로 인해 '중국발 환율 전쟁'이 발생한다고 얼마 동안 전 세계 금융 시장이 대혼란에 빠졌던 기억이 납니다. 이 위안화 절하 조치도 중국의 금융 시장 개혁의 일환인가요? (☞관련 기사 : 중국발 환율 전쟁은 없다)

박영철 : 그렇습니다. 말씀하신 지난 8월의 기습 위안화 가치 절하는 중국이 국내 자본 시장의 개방과 개혁을 가속화하고, 환율 조작국이라는 불명예를 불식하려는 조치로 환율의 하루 변동 폭을 상하 2%까지 시장 세력에 맡긴다는 파격적인 개혁입니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국제 금융 진출 전략에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극적인 조치가 현재 논의 중인 사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다름 아니라 올해 12월 IMF 이사회가 중국 위안화의 특별인출권(SDR : Special Drawing Rights) 바스켓 편입에 찬성할 가능성이 크다는 소식입니다. 그러면 중국이 미국의 달러와 유럽의 유로(Euro)와 함께 세 번째 국제 기축 통화(Key Currency)가 됩니다. 이번에 위안화의 SDR 바스켓 편입이 미국과 일본의 반대로 부결되는 경우 중국은 적어도 5년을 더 기다려야 합니다.

전희경 : 교수님은 중국이 지난 10여 년간 꾸준히 국제 교역 확충과 금융 시장 진출 전략을 수행해 온 것은 미국의 TPP 전략에 대한 일시적이고 직접적인 반격이나 대응책이 아니라 미국과의 세계 경제 주도권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장기적인 포석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미국의 TPP와 중국의 SDR 바스켓 편입 중 누가 이겼나요?

박영철 : 둘 다 이겼다고 봅니다. 오바마가 즐겨 쓰는 단어인 "21세기의 세계 경제 현실'은 국가 간의 긴밀한 경제 협력을 요구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 수석을 지낸 로렌스 서머스하버드 대학교 교수가 지난주 <워싱턴포스트>에 실린 "떠오르는 중국의 현실'이란 칼럼에서 의미심장한 경고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미국과 국제 공동체가 중국 경제가 성공하여 세계 번영을 지원하고 긍정적인 사회와 정치 변화의 견인차 구실을 하기 바라는지, 아니면 국제적 위협이 되지 못하도록 중국의 경제를 견제하고 약화하기를 원하는지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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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
전희경

조지아서던 대학교 겸임교수로 보건 정책, 역학을 연구 중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경제 분석 및 산업 안전 보건, 노동 환경 정책 연구원으로 일했다. 보스톤 대학교에서 경제학 석사, 매사추세츠 주립대학교에서 노동 환경 정책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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