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9월 비농가 신규 고용자 수가 예상보다 훨씬 낮게 나오면서 취약한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우려가 갑자기 커지고 있다.
미국 노동부 발표에 의하면 9월 한 달 새 일자리 증가는 14만2000개에 그쳐 전문가들의 예상치 20만3000개보다 작을 뿐 아니라, 2014년 월 평균치 26만 개의 55% 수준 밖에 안 된다. 더구나 9월의 고용률은 1977년 이래 최저치인 62.4%까지 하락했다. 이처럼 악화하고 있는 미국의 고용 시장은 자칫하면 세계 경제의 심각한 침체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지난 2008년의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근까지 가장 건실한 경제 성장 엔진이었던 중국 등 신흥 국가(BRICs)의 경제 둔화와 금융 시장의 요동이 세계 경제의 암울한 전망을 예고하는 현시점에서, 유일한 경제 강국 미국 경제가 성장을 멈추는 경우, 또 하나의 '글로벌' 경제 침체라는 복병을 만날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과연 '글로벌' 경제 침체가 다시 오고 있는가?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다음 두 가지 주요 경제 변수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미국 9월 고용 지표의 중요성과 의미, 신흥국의 GDP 성장률 추정치(2015~2016). 이 주제를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 침체와 미국 경제 침체가 올 가능성을 알아보고자 박영철 전 원광대학교 교수와 이메일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인터뷰는 10월 4일부터 10월 6일까지 이루어졌다.
박영철 전 교수는 벨기에 루뱅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국제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세계은행(World Bank)에서 경제 분석가(Country Economist and Project Analyst)로 15년(1974~1988년)간 근무했다. 그 이후 원광대학교 교수(경제학부 국제경제학)를 역임했고, 2010년 은퇴 후 미국에 거주하며 개인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전희경 : 9월 30일, 미국 노동부의 발표에 의하면 9월의 비농가 신규 고용자 수는 겨우 14만2000개에 그쳤다고 합니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 20만3000개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입니다. 그 외에도 미국 고용 시장이 매우 불안정하고 둔화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자세히 설명해 주십시오.
박영철 : 우선 9월 한 달의 비농가 신규 고용 수치를 너무 과장하여 해석하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9월의 고용 수치가 추세에서 벗어난 '우발적'인 결과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국 고용 시장의 현황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이 9월의 수치 외에 좀 더 구조적이고 근원적인 민낯을 나타내는 다른 지표나 수치를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1) 우선 노동부가 지난 7월과 8월의 비농가 신규 고용자 수를 5만9000개나 하향 조정했습니다. 더 중요한 사실은 12번이나 상향 조정한 2014년과는 대조적으로 올해는 지난 8개월간(1월~8월) 무려 6번이나 하향 조정했다는 점입니다. 왜 이 같은 하향 조정이 필요했는지는 모르지만, 그 추세가 걱정스럽다는 평가입니다.
2) 지난해에는 매달 평균 신규 고용자 증가 수가 26만 명이였는데 올해(1월~9월)는 19만8000명 수준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특히 지난해의 4분기(10월~12월) 월 평균치는 32만4000명이었는데 올해 3분기(7월~9월) 월 평균은 16만7000명으로 겨우 반 토막 수준입니다.
3) 10월 현재 대형 기업체가 예고한 '해고자' 수는 5만여 명으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대량 해고가 제조업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입니다. 특히 에너지와 광업 분야의 해고가 심각합니다. 즉 해외 경제에 노출된 분야가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방증입니다.
4) 또 주목할 점은 지난 9월의 고용률이 1977년 이래 최저치인 62.4%란 사실입니다. 이처럼 낮은 고용률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1980년대 대거 고용자 대열에 참가했던 중년 여성들의 퇴직, 그리고 학생들의 졸업 연기나 장기간 재학 등으로는 설득이 안 되는 부분입니다. 세인트루이스 미국 연방 지방 은행의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조사한 선진국 여덟 나라에서 미국의 고용률이 가장 빠른 속도로 내려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제가 위의 선진국 여덟 나라의 25~54세 연령대의 고용률을 비교해 본 결과, 2015년 6월 미국이 68.7%, 독일은 73.7%로 조사되어, 63.8%인 프랑스 다음으로 심각해 보입니다. 남성 고용률에 한정해서 보면, 일본(81.7%), 독일(77.6%), 미국(74.1%), 프랑스(67.1%)입니다. 문제는 왜 이 같은 현상이 미국에서 생기는가,입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직업 양극화(Job Polarization) 현상으로 중간층 기술이 양극(하위층과 상위층) 기술보다 더 쉽게 자동화되어 실직 위협을 당하기 때문입니다.
5) 정부의 공식 실업률과 '실질 실업률(U6)'의 격차는 거의 줄어들지 않습니다. 2015년 9월 말 현재 공식 실업률은 5.1%인데, 직장 찾기를 포기한 사람과 더 좋은 직장을 원하는 일시 고용자나 비정규직 등 소위 '위장 고용자(Disguised Employed)'를 포함한 실질 실업률은 아직도 10%에 머물고 있습니다. 미 연준 재닛 옐런 의장이 자주 사용하는 "고용 시장의 느슨함(Slackness in the job market)"이 바로 이것입니다.
6) 고용 시장의 가장 심각한 아킬레스건은 지난 20여 년 간 정체된 임금 상승률이 노동 생산성 향상보다 낮다는 사실이고, 이것이 날로 악화되는 미국의 소득 불평등의 주범입니다. 그리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더 심각한 문제는 제조업 분야의 생산성이 최근에 급감한다는 사실입니다. 2000~2007년 기간의 4.7% 향상에 비해 2007~2014년 기간에는 반 토막도 안 되는 2.2%로 하락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기술 진보를 포함한 총생산 요소 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TFP)의 향상 자체가 크게 둔화하고 있습니다다. 초로(Aging)에 든 일본과 유럽 선진국 모두를 위협하는 현상으로 이에 대한 대처 방안이 절실하지만 아직은 현실적인 해법이 없는 실정입니다.
전희경 : 생각보다 미국 고용 시장의 취약점이 심각하군요.
지난주 미 노동부가 전문가들의 예상치보다 훨씬 낮은 9월의 비농가 신규 고용자 수를 발표한 날, 미국 언론들은 '세계 경제의 요동이 미국 고용 시장을 강타한다'라며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마치 미국 고용 시장의 둔화가 중국을 위시한 신흥국의 경제 둔화 탓인 듯이 말입니다. 그런 분석이 맞는가요? 교수님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박영철 : 매우 적절한 지적입니다. 그런 분석은 '정치적' '심리적' 향기가 물씬 납니다. 물론 중국 등의 경제 둔화가 최근에 미국 에너지와 광업 분야의 고용 해고를 촉발한 것은 사실이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 고용 시장의 구조적인 취약점은 최근의 신흥국 경기 둔화와 깊은 관련이 없다고 봅니다. 또 미국 고용 사정과 원자재 수출국 경제와의 상호 관계는 쌍방향입니다. 지난해까지의 미국 셰일 석유 시추 호황(Shale Oil Drilling Boom)은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로 치솟을 때 생긴 호황이었으니까요.
전희경 : 잘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더 광범위한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최근 들어 많은 경제 전문가들이 중국 등의 경제 둔화가 좀 더 지속 심화하는 경우 미국 경제의 둔화 내지는 침체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미국 경제 둔화나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교수님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박영철 :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 벗어나 연 2% 안팎의 GDP 성장률을 이룬 선진국은 오직 미국뿐입니다. 그리고 이 경제 회복은 거의 100% 미 연준의 제로(0) 금리 정책 덕분입니다. 그래서 이 같은 미국 경제 회복을 수사하는 형용사는 무엇보다도 "미지근한(Tepid)"이라는 단어입니다. 언제 어떻게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미 연준의 금리 결정자들이 조마조마하는 이유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흥국발'(저는 '중국발'이란 표현보다 더 정확하다고 봅니다) 경제 둔화가 전 세계로 번지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씀 드리면, 미국 경제도 이 둔화 바이러스에 걸릴 가능성이 큽니다. 면역성이 약한데 인공호흡기(양적 완화 정책)로 연명하는 상태이니까요.
또 다른 더 중요한 이유는 미국 경제의 해외 의존도(수출입 총액)가 거의 일본과 같은 GDP의30% 정도라는 사실입니다. 해외 의존도가 15~18%였던 30여 년 전의 '경제 자립국' 미국이 아니란 뜻입니다. 많은 분이 쉽게 간과하는데, 미국 경제의 이처럼 높은 해외 의존도는 세계화(Globalization) 현상이 미국에 가져온 "보약'이며 동시에 '독약'도 됩니다.
박영철 : 아래 표를 보시면, 2015년과 2016년 GDP 성장률 추정치가 연구 기관에 따라 크게 다릅니다만, 중국의 GDP 성장률이 크게 꺾이고 러시아와 브라질은 각각 마이너스 4%와 3%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국마저도 2015년에 예상치 3.1%를 밀도는 2.3%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전희경 : 피치는 지난 9월에 당사의 기본 시나리오 모델에 의하여 중국의 GDP 성장률이 2015년에 6.8%, 2016년에 6.3%가 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10일 1일, 피치는 만약 2016년의 중국 GDP 성장률이 3% 이하로 떨어지면, 이 같은 중국 경제의 경착륙(Hard Landing)이 다른 국가 경제에 어떤 부정적인 충격을 미칠까를 분석해 보았다고 합니다.
다음은 각 나라의 향후 2년(2016~2017) 간의 GDP 성장률 추정치입니다. 중국(+3.0%), 미국(-1.5%), 유로존(-1.7%), 일본(-3.6%), 한국(-4.3%), 브라질(-3.0%), 러시아(-2.3%). 교수님 의견은 어떠신지요?
박영철 : 위와 같은 추정치는 빗나갈 확률이 거의 100%입니다. 따라서 개개의 수치에 매달리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됩니다. 큰 흐름은 맞을 확률이 높지만, 그 같은 추세는 피치의 정교한(?) 예측 모델 없이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미국과 유로존은 중국의 경착륙 충격을 한국이나 일본, 브라질 등보다 훨씬 덜 받을 것이다.'
전희경 : 결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교수님 의견에는 최근의 신흥국발 경제 둔화와 금융 시장의 요동이 미국 고용 시장을 강타하여 미국 경제의 심각한 둔화를 유발할 것으로 보시는지요?
박영철 : 미국 경제 침체가 신흥국의 경제 둔화 때문에 1, 2년 안에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신흥국발 경제 둔화의 속도와 폭에 따라서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정책이 좌우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9월 신규 고용자 수가 예상치에 크게 밑돌자 곳곳에서 금리 인상을 내년 6월 이후로 연기하라고 벌써부터 아우성입니다.
그러나 만약 중국의 경제가 심한 경착륙을 할 경우, 예를 들면 향후 2, 3년간 GDP 성장률이 연 5~6%에 머문다면 미국 등 선진국 경제는 침체(연속하여 GPD 성장률이 연속 2 분기 마이너스로 나올 때)는 아니라도 심각한 둔화에 직면할 것으로 봅니다.
미국 경제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는 다음 다섯 가지 조건이 맞아야 됩니다. 1)중국 경제의 연착륙 2)유가의 안정화 3)미 연준의 금리 정책 4)달러의 안정화 5)지속적인 고용 증가와 임금 상승입니다. 특히 고용 시장이 눈에 띄게 개선되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면 미국 경제는 앞으로 2, 3년은 '미지근한' 성장을 지속하거나 점진적인 경제 둔화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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