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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유승민 키즈' 죽는다면 다리 몽둥이를…"

불 붙은 TK 물갈이론…비박 "인턴 국회 만드나"

이른바 'TK(대구·경북) 물갈이론'을 둘러싼 새누리당 내 친박-비박 계 신경전이 유승민 전 원내대표 부친상을 계기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친박계 윤상현 의원의 조문 중 '전략공천' 발언 등에 대해 비박계가 '부적절하다(박민식 의원)'며 '발끈'하고 나섰지만, 친박계 현역 의원들은 물론이고 TK 출마를 앞둔 친박 인사들마저 '박심(朴心)'을 대놓고 거론하는 형국이다.

비박계에서는 박민식 의원과 정병국 의원, 김용태 의원이 'TK 물갈이론'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10일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한 인터뷰에서 "TK 물갈이를 해서 참신하게 (공천을) 해서 총선 필승을 하고 또 (이런 흐름이) 수도권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했던데 그 기준이 뭔지 저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윤상현 의원이 대구 경북대병원에 마련된 유 전 원내대표 부친 유수호 전 의원의 빈소를 찾았다가 기자들을 만나 "이번에도 전략공천을 통해 필승 공천으로 가야 한다"고 했던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윤 의원은 당시 "지난 총선 때 (대구에서) 60% 물갈이를 해서 (의석수가) 과반을 넘었다"고 주장하며 이같이 말했다.

다음 날인 9일 친박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도 빈소를 찾았다가 기자들을 만나 'TK 물갈이론이 곧 대세'란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그는 "대구 지역 시민들이 똑똑하다. 내가 초선일 때(2008년 총선) 대구 의원들이 7명 물갈이됐다"면서 "대구에서 택시 서너번만 타보면 어떤 분위기인지 다 알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심'이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대구는 이미 '물갈이론'에 조응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친박계 주장에 박 의원은 "(물갈이 지역이) 왜 하필 꼭 TK여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19대 국회에 대한 부정 평가에 따라 '물갈이'가 필요하다면, 다른 지역이 대상이 될 수도, 또는 전국을 대상으로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TK'가 콕 집어 거론되는 것은 '물갈이'는 포장일 뿐 본질은 '솎아내기' 이자 '공포 정치'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박 의원은 "옛날 과거에 전략공천이라는 미명으로 공천 물갈이하는 것과 뭐가 다른지 상당히 걱정"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비박계 중진인 정병국 의원도 "(물갈이를 통한 총선 승리 주장의) 기준이 도대체 뭔지를 모르겠다. 지금까지 매번 선거 때마다 60~70%를 물갈이했지만 국회가 성공했느냐.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친박계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또 "자꾸 물갈이를 하면 국회를 인턴 국회로 만드는 것"이라며 '물갈이론'을 정면 응전하며 "국회의원은 국민이 선택하는 것이고 물갈이가 필요하다면 국민이 하는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물갈이론'을 앞세워 TK 지역 출마를 앞두고 있는 이들이 행정부 장관 출신이나 청와대 참모 출신이라는 점도 주요한 비판 지점이 되고 있다. 박민식 의원은 같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런 사람들이 굳이 정치를 한다면 좀 더 어렵고 희생이 요구되는 곳에서 해야 하지 않느냐"면서 "이준석 씨(2012년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비대위원) 같은 사람이 지금 서울 노원에서 안철수 의원하고 맞붙겠다고 나갔지 않나. 제일 쉽고 제일 편한 장미꽃 길 같은 데서 '총선 러시(쇄도)'라고 해야 하나, 그렇다고 하니까 국민이 어떻게 보실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 양천을을 지역으로 하는 김용태 의원은 "박근혜 정부 고위직에 있던 분들이 새누리당 텃밭을 찾는 것은 박 정부 성공을 위한 헌신이 아니라 고위직에 있었다는 프리미엄만을 찾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윤선·윤두현·전광삼·김종필·곽상도·윤상직 이 분들은 박근혜 정부의 안정적인 국정 기반을 다지는 차원에서라도 서울·수도권 현역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있는 곳에 출마해야 한다"면서 "최소한 이정현 의원의 반의 반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 이정현 의원의 지역구는 새정치연합 텃밭인 전남 순천·곡성이다.

실제로 김용태 의원이 조목조목 열거한 이들의 출마 예정지, 'TK'는 계파에 관계없이 새누리당에서 공천이 확정될 경우 당선 가능성이 상당 부분 보장되는 지역이다. 그런 곳에서의 '물갈이'를 통해 총선 승리가 담보된다는 친박계 주장은 따라서 큰 설득력을 갖지는 못한다. 친박계가 어떻게 포장을 해도 'TK 물갈이론'은 박심에서 엇나간 지역 총선 주자들을 찍어내려는 것이 목적이란 해석이 분분한 이유다.

지난 6월 원내대표 사임 후 '조용한 행보'를 이어왔던 유 전 원내대표도 'TK 물갈이론'에서 있어서만큼은 간헐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7일 대구에서 지역 기자들과 간담회 중 "그분들(비박계 또는 유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 나와 뜻을 같이했다는 이유로 부당한 압력을 받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 데 이어, 9일에는 대구 출마를 준비 중인 친박계 인사에게 "유승민 키즈(kids·가까운 사람들)는 다 죽는다고 말하고 다니느냐. 그런 얘기하고 다니면 다리몽둥이를 뿌라뿐다('부러뜨린다'의 대구 방언)"는 뼈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10일 자 <동아일보> 보도)

'농담'이긴 했지만 이는 분명한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기자가 많고 계파와 정당을 초월한 인사들이 밀집되어 있는 좁은 접견실에서 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김무성 대표 또한 유 전 원내대표에게 "우리 모두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열심히 도왔던 사람들"이라고 강조하며 "유 의원은 새누리당의 아주 중요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공천 탈락 가능성에 대해선 "지역 주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으나, 이는 '전략공천 불가'와 '상향식 공천 중심'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TK 물갈이가 실제로 진행되느냐 안 되느냐'는 애초 논리적으로 시비를 다투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란 점에서 비박계 TK 현역 의원들의 불안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로 정국이 '시끌'하기 전, 친박계는 이미 당헌·당규에 명시된 '우선 추천 지역' 제도의 TK·강남에서의 활용을 압박한 바 있다. 또 현행 '국민 50 대 당원 50'으로 되어있는 상향식 공천 기준에 칼을 대 당원 참여 비중을 높이려는 의지도 내비쳤다.

게다가 이날은 '공천에 개입할 뜻도 없다'고 했던 청와대까지 직접 나선 모습이다. 박 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에서 "이제 국민 여러분께서 국민을 위해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진실한 사람'의 준거로 '민생을 위하는 자'를 들긴 했지만, 'TK 물갈이론'이 바짝 수면 위로 올라온 현 시점에서 굳이 이런 발언을 한 것은 '비박계 찍어내기'를 TK에 주문한 것과도 마찬가지라는 해석은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 관련 기사 : 박 대통령, 내년 총선 '물갈이론' 역설…"국민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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