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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조화', 유승민 찍어내기 일환?

[시사통] 이슈독털 11월 10일

또 다시 TK 물갈이설이 돌고 있습니다. 이젠 '설'의 수준을 넘어 '주장'의 수준으로 격상돼 공공연히 운위되고 있는데요.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의원 부친 빈소에 조화를 보내지 않고, 오히려 친박 핵심인 윤상현 의원이 그 빈소에서 TK 물갈이 필요성을 언급해 TK 물갈이 얘기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설이든 주장이든 그런 이야기 다음에 따라붙는 건 분석이죠. 박근혜 대통령은 왜 TK 물갈이를 꾀하고 있는가 하는 배경 분석인데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현직에 있을 때는 국정 동력 확충을 위해, 퇴임 후에는 보위를 위해 TK를 정치적 '소도' 삼아 친위부대를 꾸리려 한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이 맥락에서 유승민 찍어내기를 되살피면 그건 필연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친위세력 구축의 기본은 일렬종대 구축인데 TK를 넘어 중앙정치무대에서 기반을 넓혀가던 유승민을 그냥 놔두면 대형은 일렬종대가 아니라 이열종대가 될 것이고, TK는 정치적 '소도'가 아니라 정치적 '각축장'이 될 테니까요.

주목할 점은 유승민 찍어내기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TK 물갈이를 전제로 할 경우 원내대표 유승민 찍어내기는 1라운드였을 뿐, 다음 라운드인 대구 의원 유승민 솎아내기가 남아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 과제를 어떻게 풀까요? 또 다시 자신이 직접 나서서 이른바 '배신의 정치'를 단죄하려 들까요? 불가능합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건 불가능합니다. 그건 누가 봐도 노골적인 선거개입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럼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힌트는 의외로 김무성 대표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김무성 대표는 어제 문상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유승민 의원의 공천 탈락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지역주민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바로 이게 힌트입니다.

지극히 원론적이고 당연한 말 같습니다. '전략공천은 없다'고 선을 긋는 김무성 대표이기에 더더욱 원칙적인 발언으로 들립니다. 실제로 김무성 대표에겐 그럴지 모릅니다. 하지만 청와대 입장에선 아닙니다. 김무성 대표가 언급한 그 방법, 즉 경선이 가장 무난한 유승민 솎아내기 방법입니다. 경선의 모양새를 띠되 리모콘을 작동해 유승민을 낙마시키는 겁니다. 그럼 청와대의 솎아내기는 지역주민의 심판이 되고, 청와대는 '일타쌍피'의 효과를 거두게 됩니다. TK 물갈이를 청와대발 하향식 구조조정이 아니라 지역주민발 상향식 구조조정으로 치장할 수 있고, 박 대통령에 대한 TK의 확고부동한 충성심을 부각시킬 수 있습니다. 그곳을 정치적 '소도'로 만드는 작업에 한층 탄력을 붙일 수 있는 것이죠.

이렇게 보면 박 대통령이 빈소에 조화를 보내지 않은 건 '옹졸한 처사'가 아니라 '교묘한 책략'입니다. 지역주민들에게 다시 한 번 '유승민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날린 것입니다. 윤상현 의원의 빈소에서의 TK 물갈이 발언 역시 '눈치코치 없는 애드립'이 아니라 '각본에 다른 대사'입니다. '유승민은 안 된다'는 무언의 메시지에 증폭기를 댄 것입니다.

청와대와 친박의 이런 '기획 플레이'가 성공할 경우 정치적 초과이윤을 얻게 되겠지만 문제는 실패할 경우입니다. '가장 무난한 모양새로 가장 확실하게 솎아내는 시나리오'가 실패해 유승민 의원이 경선을 통과하는 경우입니다. 이러면 청와대와 친박은 '독박'을 씁니다. 청와대 기획의 TK 재건설 프로젝트가 '유승민 뉴타운'의 발판이 돼버립니다.

따라서 멈추지 않을 겁니다. TK 지역주민을 관중 삼고 유승민 의원을 과녁 삼는 정치적 다트게임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입니다. 경선 국면에서는 사생결단의 총력대응태세를 구축할 것이고요. 관건은 정치기술입니다. '노골적이되 은근하게'라는 고난도의 정치기술을 이 전 과정에서 유지할 수 있느냐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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