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명예훼손 건과 별개로 영장을 재심사하는 것"이라고 밝힌 반면, 변호인단은 "형식적으로 적법해 위법하다고 볼 수 없지만 별건구속은 이례적인 판단"이라며 "부당성을 따져볼 것"이라고 반발했다.
대구지방법원(제2형사단독 김태규 부장판사)은 20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전단지를 제작하고 배포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성수씨에 대한 재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장에는 지난 4월 30일부터 대구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씨와, 박씨가 제작한 전단지를 지난 2월 16일 새누리당 대구경북 시·도당 앞에 뿌려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변모(46)씨, 신모(34)씨 등이 배석했다. 박씨의 변호인단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김인숙, 대구지방변호사회 인권·법률구조위원회 소속 김미조, 류제모, 이승익 변호사 등 4명과 박씨를 기소한 대구지방검찰청 소속 박순배 검사도 참석했다.
당초 재판부는 이날 박씨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 재판과 관련된 구속영장이 오는 10월 27일로 만료돼 결심공판을 할 예정이었다. 형사소송법상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유효 집행 기간은 발부일로부터 6개월이기 때문이다. 영장 유효 기간이 끝나면 구속명령 효력이 상실돼 박씨는 풀려나게 된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날 명예훼손 건과 별건으로, 박씨가 지난 4월 28일 대검찰청 앞에서 검경을 비판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다 집시법 위반(미신고 옥외집회)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을 판사 직권으로 심사했다. 구속영장 재청구 이유로 "박씨의 주거지가 불분명해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통상 재판부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따로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지만, 재판부는 이날 재판장에서 판사 직권으로 바로 박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박씨는 변론에서 "오늘 재판장에 서면서 검찰이 또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예외적 사건이 연속적으로 벌어져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특히 "명예훼손 건의 경우 제주도와 광주 등에도 같은 전단지를 뿌렸지만 경찰 내사에서 종결됐고 대구만 문제를 삼아 여기까지 왔다"면서 "전단지에 이름과 전화번호까지 적혔는데 무슨 도주 우려가 있다는 건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이미 구속영장의 최대치인 6개월을 채워 너무 힘들다"면서 "충분히 민주주의 사회에서 누릴 권리를 박탈당해 고통스러운데 다시 구속한다는 것은 최소한의 방어 기회마저 뺐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변호인단도 구속영장 재청구에 대해 반발했다. 이들은 만약 박씨에 대한 재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이를 비판하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21일이나 22일쯤 내기로 했다. 류제모 변호사는 재판 후 "별건구속이 형식적으로 위법하지는 않지만 매우 이례적인 사안인만큼 부당성 여부를 따져 볼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박씨의 첫 번째 구속영장이 만료되는 오는 10월 27일 전에 박씨에 대한 재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 오는 11월 24일 재판에서는 박씨의 명예훼손 혐의와 관련해 대구수성경찰서가 영장 원본을 제시하지 않고 팩스·이메일 영장으로 증거물을 압수수색한 것과 관련해, ㈜다음카카오와 전라북도 군산 소룡동 우체국 담당 직원을 증인으로 불러 증거 채택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수성경찰서는 앞서 4월 30일 박 대통령 비판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한 박성수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했다. 박씨는 올초 박 대통령 비판 전단지 3만여장을 제작해 이를 서울과 부산, 군산, 대구 등 37곳에 배포하고 전단지 내용을 트위터에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가 제작한 전단지에는 2002년 당시 박근혜 한국미래연합 대표가 김정일 북한 전 국방위원장을 만나는 사진이 실렸다. 사진에는 "자기들이 하면 평화활동 남이 하면 종북, 반국가행위", "박근혜도 국가보안법으로 철저히 수사하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뒷면에는 또 "정모씨 염문 덮으려고 공안정국 조성하는가?"라는 내용과 함께 "원세훈 전 국정원장 정치개입, 선거개입 유죄, 징역 3년 실형", "강탈해간 대통령자리 돌려줘"라고 적혔다. 대부분 종북몰이와 국정원 대선개입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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