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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케이블카 후폭풍…다음은 지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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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 케이블카 후폭풍…다음은 지리산?

[작은것이 아름답다] 누구를 위한 케이블카인가

환경부는 사망선고를 받았다

환경부가 직접, 선두에서 지휘봉을 휘둘렀다. 8월 28일, 정연만 환경부 차관은 국립공원위원회를 소집해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표결로 밀어붙였다. 공원위원 20명 중 17명이 투표에 참여해 조건부 가결 12명, 심의 유보 4명, 기권 1명으로 설악산 국립공원 현상변경 안건을 통과시켰다. 그 뒤 9월 8일,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국립공원위원회 결정사항을 결재했고 설악산 케이블카 승인절차는 환경부 고시를 통해 최종 완료되었다. 1967년 공원법이 제정되고 1호 국립공원으로 지리산을 지정한 뒤 대략 50년의 세월이 흘렀다. 50년 만에 보전을 목적으로 한 국립공원과 자연공원법의 역사가 무너졌다. 설악산이 그 시작이었다.

심판이 선수로 나선 꼴이었다. 국가 환경보전의 최고 행정기관인 환경부는 공정하지 못했다. 심지어 환경파괴 컨설팅 기관으로 전락했다. 이로써 환경부는 더는 존재의미가 없게 되었고, 사망선고를 받았다. 2014년, 환경부는 설악산 케이블카 승인을 위한 비밀 조직을 만들어 국토교통부,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과 함께 사업자인 양양군을 도운 것이 드러났다. 2015년 5월, 양양군이 세 번째 오색케이블카 건설 계획서를 제출하자 기다렸다는 듯 환경부는 일사천리로 절차를 마무리했다. 국립공원위원회가 열린 8월 28일, 민간위원 가운데 1명이 멸종위기종 I급 산양의 서식처 훼손 문제를 제기했을 때, 이민호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산양과 관련해서는 민간전문위원회가 어느 정도 잠정의견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논란을 일축했다. 정부 측 공원위원은 '그따위 산양', '그따위 나무'라며 케이블카 가이드라인을 팽개쳤다. 정연만 차관은 미리 준비한 투표함을 꺼내 표결을 강행했다.

▲ 설악산 케이블카가 승인된 지 불과 보름 만에 전국이 케이블카 열풍에 휩싸였다. 설악산 다음은 지리산이 확실시되고 있다. 신불산·팔공산·마이산·치악산·한라산을 비롯해 전국이 케이블카 사업으로 소용돌이치고 있다. ⓒ작은것이 아름답다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계획은 2012년, 2013년 두 차례나 환경부의 '자연공원 삭도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의 기준에 어긋난다며 부결된 사항이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새정치민주연합, 전국경제인연합 그리고 환경부가 결탁하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 때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는 쪽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2015년에 또다시 '동계올림픽 이전에 케이블카를 완공하라'라고 말했다. 윤성규 장관은 '애로요인 해소, 컨설팅 제공을 통해 착공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강원도의 숙원사업이라며 설악산 개발을 강하게 밀어붙였고,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입장을 밝혀라'는 시민사회의 요청에 침묵으로 답했다. 급기야 전국경제인연합은 설악산 케이블카 계획에 대형 리조트와 호텔 같은 산지개발 계획을 더 얹었다.

설악산 케이블카 승인은 원천무효이다

2015년 9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의원들은 환경부장차관과 여러 관계자를 설악산 케이블카 관련 증인과 참고인으로 출석시켰다. 세종로청사와 국립공원관리공단에는 고성이 오갔고 몇 가지 거짓과 위법사항이 지적되었다.

첫째, 자격 없는 위원이 투표에 참여했고 회의자료는 사전에 회람되지 않았다. 자연공원법에 따르면, 정부 측 공원위원은 '심의안건과 관련 있는 경우에만' 참여하도록 되어 있지만 해양수산부, 국방부, 농림축산식품부같이 설악산 케이블카 안건과 관계없는 위원들이 표결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또한 법령에 따라 미리 배포했어야 할 회의자료를 당일 나눠줬다. 법학자들은 국립공원위원회의 표결 자체가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둘째, 양양군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경제성 분석 보고서를 조작하였다. '자연공원 삭도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양양군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 '설악산 국립공원 오색삭도 설치사업 경제성 검증'을 의뢰했다. 이에 16쪽 분량의 결과보고서를 제출했는데, 양양군은 가이드라인의 의무조항인 사회적 편익분석을 끼워 총 52쪽의 보고서로 뻥튀기했다. 명백한 공문서 위조인 것이다.

셋째, 산사태와 낙석 위험을 제기한 산림청의 경고는 무시되었다. 산림청은 공문으로 "산사태 위험지 판정기준표에 따른 산사태 위험지역을 피해야 한다"라고 환경부에 의견을 전달했지만, 이는 전혀 검토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챙겨야 할 안전에 대한 평가가 빠져버린 셈이다. 이에 더해 설악산 주능선에 불어 닥칠 강풍 영향도 양양군의 계획서에는 언급조차 없었다.

넷째, 환경부는 '산양 주 서식지'를 알고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국정감사 때 윤성규 장관은 설악산 케이블카 건설지역은 산양의 주 서식지가 아니라고 일축했다. '자연공원 삭도 설치운영 가이드라인'은 꼭 지켜야 할 조건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환경부가 국립공원관리공단 산하 종복원기술원에 의뢰해 작성한 '2011년 연구실적 보고서: 산양'은 "산양의 주 서식지"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또한 올해 7월, 설악산국립공원 사무소가 국립공원관리공단에 제출한 환경성 검토의견에서도 '중요 야생동물 서식지'라고 평가했다. 국가기관의 조사결과와 의견서를 환경부가 직접 쓰레기처럼 버렸다.

▲ 설악산의 문제가 국토 전체의 난개발로, 절차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박근혜 정부의 부조리로, 이윤과 효율만 따지는 기업의 화폐지상주의로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작은것이 아름답다

대체 누구를 위한 케이블카인가


거짓과 위법으로 진행된 심의는 당연히 취소되어야 한다. 환경부는 환경성, 안전성, 경제성, 입지타당성을 따져 케이블카 가이드라인에 부합하지 않으면, 당연히 부결시켜야 했다. 그러나 설악산 케이블카가 승인된 지 불과 보름 만에 전국이 케이블카 열풍에 휩싸였다. 설악산 다음은 지리산이 확실시되고 있다. 신불산·팔공산·마이산·치악산·한라산을 비롯해 전국이 케이블카 사업으로 소용돌이치고 있다. 설악산의 문제가 국토 전체의 난개발로, 절차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박근혜 정부의 부조리로, 이윤과 효율만 따지는 기업의 화폐지상주의로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내년 3월에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의 첫 삽을 뜨겠다며 서두르고 있다. 올 3월부터 실시계획서를 작성하고 있고, 연말까지 환경영향평가를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여러 절차가 앞으로 남아 있다.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 산림청 산지전용 허가도 받아야 한다.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산악인, 시민사회, 종교계 그리고 생명을 중심에 두고 활동하는 환경단체들의 합리적인 저항도 넘어야 한다. 절차와 법을 무시한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은 그리 간단히 실행되지 못할 것이다. 상식이 통하지 않고 불의와 거짓이 판치는 엄혹한 시기에, 설악산 케이블카가 묻고 있다.

"삶과 정의의 본질은 무엇인가, 누구를 위한 케이블카인가."

월간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1996년 창간된 우리나라 최초 생태 환경 문화 월간지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위한 이야기와 정보를 전합니다. 생태 감성을 깨우는 녹색 생활 문화 운동과 지구의 원시림을 지키는 재생 종이 운동을 일굽니다. 달마다 '작아의 날'을 정해 즐거운 변화를 만드는 환경 운동을 펼칩니다. 자연의 흐름을 담은 우리말 달이름과 우리말을 살려 쓰려 노력합니다. (☞바로 가기 : <작은 것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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