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대 사태는 사학 비리 전과자가 대학을 어떻게 망칠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가 되었다. 교육부의 정상화 정책으로 비리 재단을 대학에 불러들인 결과가 대학의 몰락이라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사학비리 전과자 김문기와 김문기에 붙어먹고 사는 하수인들이 어느 정도나 사악하고 얼마나 무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연장이 되어버렸다.
오늘부(4일)로 학생들은 21일째 수업 거부 중이다. 수업이 전면 중단되었다. 교육 기관인 대학에서 수업이 중단되었다는 것은 대학의 본질적인 기능이 멈추었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수들이 연구를 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에서 학문의 탐구가 가능할까? 지금의 상지대는 토지와 건물만 덩그렇게 남아 있는 죽은 부동산일 뿐 살아 있는 교육기관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문기 체제에 반대하는 농성 천막 35개가 교정에 설치되어 있다. 천막만 설치된 것이 아니라 여기서 교수, 학생, 직원들이 농성을 하고 철야를 하면서 김문기 반대를 몸으로 실천하고 있다. 어느 대학이나 한 두 개의 천막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과가 강의실과 연구실을 버리고 천막으로 나온 전례를 어느 나라, 어느 대학에도 없었다.
단과 대학과 학과에서 수업과 연구 등 학사 행정을 실제로 담당하고 있는 학과장 39명이 김문기 체제의 독단적인 행정을 거부하면서 학과장 보직을 사퇴했다. 전체 49명의 학과장 중에서 39명이 사퇴했으니 학사 업무의 80%가 중단된 것이다. 그렇다고 남은 10명이 열심히 하고 있을까? 대학 본부와 교수들을 연결하고 대학 본부와 학생들을 연결하는 고리가 끊어져버린 상황이다.
대학 본부와 단과 대학에서 일반 행정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대학 본부 옆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면서 대학 행정을 비판하고 있다. 대학 본부나 단과대에서 행정을 담당하는 직원들은 업무와 조직 체계의 특성상 김문기 체제를 반대하는 데 한계가 있어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했는데 결국 대학 본부에 반기를 들면서 거리로 나왔다.
그렇다고 대학 본부가 일사불란하게 작동하는 것도 아니다. 사퇴한 교무처장 자리에 한의대 학장을 임명했는데 임명되자마자 사퇴하면서 교무 행정의 책임자인 교무처장과 한의대 학장이 동시에 공석이 되어버렸다. 몇몇 교무위원들이 이미 사퇴했고 사퇴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상황에서 긴급하게 두 차례나 교무위원회를 소집했는데 정족수 미달로 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말았다. 대학 본부 자체가 의사 결정 불능의 식물 대학이 되어버린 것이다.
식물 대학으로 전락한 상지대, 왜?
왜 이렇게까지 사태가 악화되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김문기와 그 하수인들로 구성된 이사회와 대학 본부 때문이다. 이들이 1년 6개월 동안 상지대 행정을 담당했다. 그 결과가 지난 7월에 낙제점으로 결론이 났다. 3년 주기의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D- 등급을 받아 대학의 생존이 위태로워졌기 때문이다. 장학금을 받지 못하고 학자금 대출을 받지 못하면 학생들이 오지 않는다. 국가의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면 연구 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결국 대학의 지속 가능한 생존이 위협받게 된 것이다.
한의대와 간호학과에 대한 인증 평가 준비가 진행 중인데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국가가 주관하는 인증 평가는 최고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기준을 요구하는 것인데,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학과의 존속 자체가 어려워진다.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대량 징계와 원칙 없는 인사도 파행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교수 4명을 파면하고 1명을 중징계한 상태에서 다시 교수 7명에 대한 중징계를 강행하고 있다. 직원 5명을 해임하고 2명을 중징계했다. 총학생회장 등 학생 대표 4명에게 무기정학을 때렸던 대학이 법원 판결에 따라 무기정학을 취소하자마자 재징계에 착수했다. 징계 전문 대학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규정을 무시하면서 교수 승진을 자기들 멋대로 거부하고 직원 전보와 승진을 입맛대로 하는 부당인사는 차라리 애교스러운 수준이다.
이 상황의 중심에 김문기가 있다. 김문기가 파국에 직면한 상지대 사태의 처음이자 끝이다. 그러나 그 김문기는 7월 9일자로 해임된 상태이다. 교원소청심사를 요청했는데 교원소청위에서 기각했다. 김문기는 작년 10월 두 차례 국정 감사 출석 거부로 국회에 의해 형사 고발되어 재판 중인데 저축은행 불법 대출로 금감원에 의해 고발되어 다시 검찰에 기소되었다. 이 상황에서 김문기는 10월 8일 국정 감사에 다시 증인으로 출석해야 한다. 세 차례나 출석 거부하고 이제 네 번째인데 김문기의 선택이 주목된다.
더욱 가관인 것은 총장에서 해임된 김문기가 여전히 설립자를 참칭하며 대학 운영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작년에 정관을 변경하여 설립자를 자기로 바꾸려다가 교육부의 제지를 받고 포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설립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7월에 총장에서 해임되자마자 자기가 근무하던 총장실을 설립자실로 바꾸어 계속 설립자 행세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래도 김문기는 요지부동 설립자이다. 대단한 집념이 아닐 수 없다.
이 상황에서 대학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상황이 이 지경으로 악화되었는데도 이사회와 대학 본부는 징계를 강행하고 있다. 이사회를 열어 직원 징계를 재검토한다고 했다가 다음 날 자정 무렵에 심야 이사회를 열어 징계를 의결해 버렸다. 불난 집에 부채질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교수와 학생들이 김문기 반대 서명을 받으니 자기들은 김문기 지지 서명을 받는다며 촌극을 벌인다. 부총장과 학생처장 등 주요 보직교수들이 교정에서 학생들 대상으로 서명받다가 학생들의 항의를 받는 볼썽사나운 풍경도 벌어졌다. 상지대에서는 교수, 학생, 직원 누구의 서명도 불가능해지니 옆에 있는 전문대에서 서명을 받고 있다. 일부 교수들이 학생들을 선동하여 김문기 설립자님의 숭고한 뜻을 왜곡하고 있다며 항변한다. 거의 제 정신이 아닌 상태이다.
대학이든 다른 단체든 문제가 발생하면 먼저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순서이다. 이 과정에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기본 중에서도 기본이다. 그러나 이사회나 대학 본부는 의견을 수렴할 생각이 없다. 교수들은 좌파이고 학생들은 일방적으로 교수들에게 선동당한다고 생각한다. 김문기 설립자님의 뜻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더구나 이들에게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수립하는 기능은 애초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교육부 장관에게 묻는다
사정이 이러니 상지대가 최악의 파국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분규가 있었고 다른 대학에서도 더러 분규가 있지만 교수, 학생, 직원이 한목소리로 반발한 사례는 흔치 않다. 더구나 대부분의 학과장들이 보직 사퇴 해버리고 대학의 유일한 심의기구인 교무위원회조차 열 수 없는 상황은 어느 대학에도 없던 일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지금의 이 상황이 조금도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학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고 현 사태에 대한 진단이 다르니 개선될 리 만무하다. 사태에 대한 진단이나 제대로 하는지 모르겠다. 불난 집에 물 대신 기름을 끼얹으며 부채질하는 격이니 해결책이 나올 수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두 가지 질문을 하고 싶다.
먼저 김문기에게 묻는다. 이것이 김문기가 원하는 목표인가? 대학을 회복 불가능한 파탄 상황으로 몰아가서 폐교시키고 싶은 것인가? 호랑이 담배먹던 옛날과 달리 공공연히 교비를 횡령한다든지 부정 입시와 불법 인사를 자행하는 식으로 사학 비리를 저지르기가 어려워지니 부동산이라도 챙기자는 것인가? 폐교된 대학을 재개발해서 아파트 단지를 만들어 원주 시민들에게 마지막 봉사라도 하려는 심모원려인지 모르겠다.
교육부 장관에게 묻는다. 김문기가 이렇게 할 줄 미처 몰랐는가? 지난 20년간 김문기가 대단한 반성이라도 했다고 생각했는가? 김문기가 다시 복귀하면 상지대 발전을 위해서 사재를 출연하고 대학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것으로 기대했는지 모르겠다. 대학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라고 촉구하고 특별 감사를 해도 요지부동인데다 외려 장관에게 대드는 적반하장의 상황이다. 하는 수 없이 김문기를 총장직에서 해임시켰는데도 변한 것이 없이 사태만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교육부가 동원할 수 있는 정책수단은 과연 무엇일까?
이제 김문기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자기 스스로 다리를 불살랐으니 건너올 다리도 없다. 항우가 했던 파부침주를 김문기도 결행한 셈이다. 마찬가지로 교육부도 다리 한쪽 끝에 섰다. 김문기와 다정하게 손잡고 다리를 건너든지 김문기를 붙잡아주었던 손을 뿌리치든지 결단할 순간에 이르렀다. 수원대 사태로 망신당하고 중앙대와 서해대 사태로 만신창이가 된 교육부가 상지대 사태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 국정 감사에서 황우여 장관이 무슨 말을 할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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