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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불러 재롱 떠는 국감, 말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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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신동빈 불러 재롱 떠는 국감, 말이 되나?

[복지국가SOCIETY] 국정 감사의 부실과 복지국가 정당

최근 보도되는 국정 감사 관련 언론 보도를 보면 마음이 착잡해진다. 항상 시작하기 전에는 '민생 국감, 정책 국감'을 표방하지만, 실제로 운영되는 것을 보면 '맹탕 국감, 호통 국감'으로 부실 국감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질문에 반복되는 답변을 해도 문제 삼는 언론이 없다. 심지어, 자신의 지역구 예산 배정이나 민원 사업을 두고 정부나 산하기관과 협상을 하는 기회로 활용되기도 한다.

마치 개그 프로그램 같은 국정 감사

국정 감사에서 경찰청장에게 장난감 권총을 쏘아보라고 한다거나, 국회가 파행되도록 증인 채택을 두고 논란을 벌이고는 정작 재벌 총수를 불러놓고는 정치인이 재롱을 떨거나 지역구 민원성 발언들을 하는 것을 보면, 정치에 대한 환멸을 느끼기에 충분할 것 같다. 예전에는 국정 감사를 통해 '스타 의원'도 나오고, 국정 감사 기간 동안이라도 신문의 1면이 제법 볼 만했는데, 요즘 국정 감사는 개그 프로그램 같은 느낌 외에는 볼 만한 내용이 별로 없다.

5.16 군사 쿠데타 이후 폐지됐다가 '87년 민주화 투쟁의 성과물로 13대 국회 때인 1988년에 부활된 제도가 국정 감사다. 특정 의원이 무슨 자료를 요청했다는 것만으로도 신문의 기사거리가 되고, 민감한 정부의 답변이 공개될 때마다 정국의 향방을 가르는 중요한 내용이 발표되는 등 상당히 의미 있는 행사였는데, 언제부터 국정 감사가 카메라를 의식하는 의원들의 쇼와 같은 형태가 되어버렸는지 이제는 기억도 아득하다.

국정 감사 부실의 구조적 원인을 따져볼 때


법률 제정권, 예산 심의 결정권과 더불어,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수단 중의 하나인 국정 감사가 왜 이렇게 부실화되었는지는 개별 의원들의 잘못을 넘어 우리나라 정치제도의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

첫째는 국정 감사의 대상이 되는 피감기관이 너무 많아지고, 감사의 대상이 너무 넓어지는 등 우리나라 정부의 규모 자체가 커진 데 비해 아직도 제도는 27년 전 그대로인 것이 원인이다. 약 20일 정도, 16개 상임위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국정 감사에서 감사해야 할 피감기관은 약 780개 정도가 된다. 각각의 상임위마다 평균 48.7개의 기관을 감사해야 할 정도로 우리나라 정부의 규모가 커진 것이다. 기관 당 한 번씩만 가더라도 하루에 평균 2개 기관 이상을 감사해야 한다.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9월 17일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 국가 예산의 규모가 커지고, 정부의 역할도 커진 데 따라서 국정 감사의 방법이나 형식도 바뀌어야 하는데, 이에 부응하는 국회법 개정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적이 별로 없기 때문에 올해도 부실 국감을 반복하고, 국회의원이 아무리 바뀌어도 국정 감사는 달라지는 게 별로 없는 것이다. 정부의 규모가 커지고, 100만 명이 이르는 공무원이 일하고 있는 정부의 업무를 파악하기에는 국회의원의 숫자도 너무 적고 전문성도 낮다. 지금의 형식과 방법으로는 실효성 있는 국정 감사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둘째, 국정 감사뿐 아니라 상임위원회 운영 자체가 부실하다. 국회법 제60조 '위원의 발언' 조항을 보면, “상임위원회의 위원은 동일 의제에 대하여 회수 및 시간 등에 제한 없이 발언할 수 있지만, 발언을 원하는 위원이 2인 이상일 경우에는 위원장이 간사와 협의하여 15분의 범위 안에서 각 위원의 첫 번째 발언 시간을 균등하게 정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상임위원회의 위원이 적게는 24명에서 많게는 30명으로 보통 아침 10시 시작하여 자정까지 회의를 한다고 해도 식사시간 등 3시간을 빼고 최대한 11시간 회의를 하는데, 이 시간 동안에는 의원 개인당 10분 정도의 질의시간이 주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국회 속기록 등을 보면 위원들에게 주어진 1차 질의 시간이 7분, 추가 질의는 3분 내외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국회 상임위원회 제도는 국정 감사뿐 아니라 전체 상임위원회가 연간 20회쯤에 불과하여 의원 당 총 3시간도 채 안 되는 질의시간밖에 사용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이니 국정 감사나 상임위원회 모두가 의원에게는 방송 카메라가 비추어지는 7분 정도의 시간 내에 튀는 발언을 해야 저녁 뉴스에 얼굴을 알릴 수 있게 된다. 무능한 국회, 생산성 낮은 국회를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데는 여야 모두 부정하지 못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개선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금의 제도가 의원들에게 가장 편안하고 좋은 제도이기 때문이다.

셋째, 가장 중요한 원인은 정치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한 것이다. 즉, 이제는 더 이상 국정 감사를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게 됐다. 국회의원은 선거가 끝나면, 자신의 의정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다음 선거에서 다시 당선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양대 정당 구조와 인물 중심의 패거리 정치 시스템으로는 국정 감사를 아무리 열심히 하고 정책을 아무리 열심히 챙겨도 그것이 재선을 보장하지 않는다. 다음 선거의 공천이 좌우되는 것은 자신이 소속된 정당과 자신이 속한 계파의 정치력에 좌우되기 때문에 의원들의 입장에서 봐도 국정 감사는 보여주기 식으로 갈 수밖에 없다.

예전에 김대중 총재가 야당 대표를 할 때는 국정 감사 훨씬 전부터 정책위의장, 원내 지도부, 상임위원장 등을 배석시켜 놓고 정기적으로 점검회의를 했었다. 총재가 '이번 국정 감사 때 뭘 할 것인가' 의원마다 얘기해 보라고 하는 등 16개 상임위를 총재가 직접 챙겼다는 어느 노 정치인의 회고에서 보듯이, 국정 감사의 자세가 다음 번 공천에 반영이 될 때는 의원들이 준비를 안 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동아일보>, 9/19). 그런데 제왕적 당 총재 시스템이 바뀌고 난 이후에 달라진 정당 구조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이 아직 구축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부실 국감 해결책, 상시 국감

최근 여러 가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예정보다 늦어지고는 있지만, 우리나라는 곧 세계에서 7번째로 30-50 국가가 될 전망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 수준인 나라는 많지만, 인구가 5000만 명에 이르는 큰 국가이면서 평균 소득이 3만 달러에 이르는 나라는 많지 않다. 그에 따라 우리나라가 당면한 문제는 많고 복잡해졌다. 급격하게 증가하는 양극화 문제나 주력 5대 산업 전체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각종 노동 문제를 해결하고, 복지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충족시켜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낡은 정치' 시스템은 그러한 문제에 대응하고 해결하기에는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 국정 감사만 봐도 현행 정치 시스템의 한계는 분명해진다.

부실 국감 문제를 해결하려면 다음과 같은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늘어난 피감기관의 숫자와 커져버린 행정부의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상임위를 몇 개의 소 분과로 나누어 국정 감사를 진행하거나, 이미 법안이 제출되어 있는 대로 국정 감사 기간을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누어 진행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또한, 장기적으로 국회의원 숫자 자체를 늘리고, 전문성이 있는 비례 대표의 비율을 늘리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한 감사원을 행정부 소속이 아니라 국회 소속으로 가져와서 상시적으로 행정 감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여당과 야당이 만나는 국회 자체가 국정을 논의하는 의원 내각제로 운영되는 나라를 제외하더라도, 프랑스의 경우 이슈가 있을 때마다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소수 정당이나 야당이 요청하여도 회기 중 1회는 무조건 구성하고 있으니, 우리나라의 경우 국정 감사를 포함하면 격월로 조사위원회를 운영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다양한 소위원회와 감독청문회(oversight hearing)가 상시적으로 회기 내에 진행되고 있다. 중요한 현안마다 상임위별로 소위원회를 운영할 수 있고, 중요한 주제별로 조사청문회(investigative hearing)를 하도록 하여 실질적인 상시 국정 감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둘째, 국정 감사뿐 아니라 상임위 운영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정당의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국정 감사가 부활되었던 '88년에 비해 의원 숫자도 늘었고, 300명의 국회의원들에게 약 2100명(의원 당 평균 7명)의 보좌진이 배정되는 등 보좌진의 숫자도 증가했다. 국회의 조직도 사무처와 도서관이 확대되었고, 입법조사처와 예산정책처 등 국회의원을 지원하는 기관들이 더 늘어나도 국정 감사는 점점 더 부실해지고, 상임위 운영 등 국회의 생산성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인력이 적어서나 조직이 없어서의 문제가 아니다.

국회에는 다음과 같이 서면 질의를 제도화하고 있다. 국회법 122조의 '정부에 대한 서면 질문' 조항을 보면 “의원이 정부에 서면으로 질문하려고 할 때는 질문서를 의장에게 제출하여야 하고, 의장은 질문서가 제출된 때에는 지체 없이 이를 정부에 이송하고, 정부는 질문서를 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서면으로 답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상시적인 국회가 가능하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각 정당이 사이버 상임위원회를 운영하여, 당원들이 질문하는 것을 해당 상임위의 의원이 질문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답을 해당 사이버 상임위원회에 공개한다면 굳이 국정 감사 기간이나 국회의 회기에 구애받지 않고 상시적인 국정 감사와 상기 국회가 가능해진다. 또한 해당 상임위마다 적게는 20여 개의 주요 영역이 있고, 많게는 100여 개의 중요한 현안들이 있으므로, 이를 사이버 상임위에서 상시적으로 질의하고 답변하고, 중요한 내용은 언론을 통해 공개하는 등, 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지금도 얼마든지 국정 감사의 제도적 개선이나 상시 국회의 운영은 충분히 가능하다.

생산적인 정치를 위해 '복지국가 정당'이 필요하다

결국 핵심적인 원인은 세 번째로 거론된 '정당과 정치의 구조적인 문제'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의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양대 정당 구조와 인물 중심의 패거리 정치 시스템으로는 의정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으로 당락이 좌우되지 않으니, 국정 감사나 상임위 활동을 가장 우선순위를 두고 할 필요가 없다. 지역주의에 기반을 두지 않은 정당, 대한민국을 복지국가로 만드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하는 정당이 출현한다면, 이런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하는 계파에 따라 공천이 좌우되지 않는 정당이 출현한다면 의원들의 공천 여부는 당원들의 평가와 선택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당이라면 당원들의 평가는 해당 의원이 '복지국가 활동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가?'로 이루어질 것이다. 당원의 직접 민주주의가 구현되어 개별 의원의 활동이 사이버 상임위나 정당의 홈페이지를 통해 모두 공개되고, 모든 당원들이 한 개 이상의 상임위에 소속되어 적극적으로 의정 활동을 하는 정당에서는 국회의원은 더 이상 개인이 아니다. 보좌진도 더 이상 자신이 원하는 의제를 중심으로 기득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무엇보다, 정부가 바빠지고 공무원들이 일하게 될 것이다. 똑똑해진 의원, 활발해진 상임위 때문에 공무원들은 더 부지런해야 하고, 자신이 하는 일들에 대해 책임지게 될 것이다. 국정 감사 기간 동안 반나절만 견디면 되는 국회에서, 상시적으로 질문하고 소통하는 국회로 바뀌어 국회와 정부가 상호 견제하고 보완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새로운 '복지국가 정당'이 출현해야 시작될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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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사회·경제 민주화를 통해 역동적 복지국가 대한민국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2007년 출범한 사단법인이자 민간 싱크탱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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