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김무성-문재인 양당 대표의 '9.28 부산 합의'를 놓고서 거부 입장을 밝히고 나선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발표한 정치 쇄신 방안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의 청와대와 친박계는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반대 입장인데, 당시에는 박 대통령이 '여야 동시 국민 참여 경선'을 공약했었기 때문.
지난 2012년 11월 6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국회의원 후보 선출은 여야가 동시에 국민 참여 경선으로 선출하는 것을 법제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오픈 프라이머리나 '완전국민경선제'라는 표현이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선관위 주재 하에 여야가 동시에 개방형 경선을 치른다는 점에서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오픈 프라이머리와 대동소이하다는 평가다. (☞관련 기사 : 박근혜 "집권하면 4년 중임제 개헌 추진할 것")
박 대통령은 당시 "정당 정치는 대의 민주주의의 요체이자 책임 정치의 근간"이라며 "우리 정당은 보다 투명하고 민주적인 운영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무엇보다 공천부터 개혁해야 한다"며 "그동안 각 정당이 상향식 공천을 도입했지만 제대로 실천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제의 '여야 동시 국민 참여 경선'이라는 표현은 바로 이 다음에 나왔다.
이날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안심번호 국민 공천제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은데, 우려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김무성-문재인 합의에 대한 '5불가론'을 폈다. (☞관련 기사 : 청와대, 김무성-문재인 합의 정면 비난…박근혜發?)
그러나 이날 이 관계자가 든 다섯 가지 반대 논거 중 △"역선택 또는 결과적 민심 왜곡을 막을 수 있겠나 하는 우려"나 △"이런 것들을 선거관리위원회가 관리한다고 하면 그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 것인데, 과연 국민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라는 부분은 2012년 11월 박 대통령의 '여야 동시 국민 참여 경선제' 공약에도 해당되는 내용이다.
이처럼 달라진 상황은 지난 3년 사이 달라진 여당 내의 역관계가 반영된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박 대통령이 2012년 당시 정치 쇄신안을 발표할 때에는 여당 내에서 친박계가 확고한 압도적 다수파의 위치에 있었지만, 지난해 김무성 대표나 유승민 원내대표가 친박계 경쟁자를 꺾고 당내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친박계는 당의 주도권을 잃고 밀려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현재 당 대표로 총선 준비 작업의 주도권을 쥔 쪽은 김무성 대표인데, 김 대표는 앞장서서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또는 반대를 주장하는 친박계와 비박계가 갖가지 정치적·기술적 명분을 근거로 들고는 있지만, 결국 정치공학적으로 보면 '지금 이대로'를 바라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주장했거나 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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