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그리고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연일 '포털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것뿐만 아니라 선정적인 기사와 어뷰징의 온상이 됐다는 게 이유다. 여러 조치를 쏟아내고 있다. 인터넷신문 등록 요건 강화, 제3자 명예훼손 심의 신청 허용, 정부·기업에 대한 오피셜 댓글 도입 등이 최근 몇 달 새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포털 규제론자들은 네이버-다음이 인터넷 시장 전반을 지배하는 독점 사업자임에도 규제를 받지 않아 혼란이 초래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강정수 디지털 사회연구소장 겸 오픈넷 이사는 "시장 지배력만으로 규제할 시대는 지났다"며 적극 반박했다. 디지털 경제의 작동 원리상 쏠림은 나타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이는 전세계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독점으로 인한 폐해를 증명하기 어렵다며, 포털 규제론의 '근거 부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다음은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모처에서 이뤄진 인터뷰 내용이다.
"포털 뉴스는 '미끼 상품'"
프레시안 : 현재 포털 사이트 논란에서 핵심이 되는 영역이 뉴스 서비스다. 포털에서 뉴스는 어떤 역할을 하나.
강정수 : 경제적 의미를 따지자면,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뉴스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포털을 들어오게 할 수 있는 동인 중 하나다. 음악을 들으러, 동영상을 보러 포털 사이트를 방문하는 것처럼, 포털에 들어오는 목적 중 하나로 명백하게 존재한다. 둘째, 체류 시간의 증대다. 일단 뉴스 하나를 클릭해서 보면 또 이것저것 보게 된다. 체류 시간이 늘어나다 보면 뉴스 소비자들 가운데 10분의 1, 적어도 100분의 1 정도는 포털에서 제공하는 다른 서비스로 가게 된다. 백화점으로 따지자면 일종의 미끼 상품, 리드 상품으로서 기능을 하는 셈이다.
프레시안 : 뉴스 서비스 자체가 가지는 직접적인 경제적 가치는 높지는 않다는 뜻인가.
강정수 : 그렇다. 포털 뉴스 섹션에서 트래픽을 통해 버는 광고 수입에 비하면 지출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일단 제휴 언론사들에 돈을 준다. 각 언론사가 포털에서 벌어들이는 돈이 자체 광고 수입보다 현저하게 적은 편은 아니다. 또, 각종 리스크(위험)가 있다. 리스크 매니지먼트(위험 관리)를 위해 포털은 각 기업, 단체 등에 후원, 협찬 등을 하면서 관계를 맺는다. 또 이번에 정치권에서 드러났지만 정치적 리스크도 상당하다. 손익 계산상으로는 직접적인 경제 수입보단 외부적인 경제적 정치적 리스크가 크다 보니, 포털 입장에선 뉴스 서비스를 유지하는 게 과연 유의미한지에 대한 회의가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프레시안 : 실제로 일부 포털에서는 뉴스 서비스를 직접 운영하지 않는 방향을 고민했던 걸로 안다.
강정수 : 포털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하나의 선택 사항이다.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하는 사실 중 하나는, 기술이 모바일로 점점 이전할수록 점점 포털의 힘이 스마트폰 시대 전보다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나 다음의 역할을 카카오톡 등이 대체하고 있다. 10~20대 사이에서 피키캐스트가 선전하고 있는 것을 보아도, 네이버나 다음이 점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라고 보기 어려워진다.
뉴스 서비스 안에서도 지금 논란이 되는 게 정치‧경제‧사회 부문인데, 연예, 스포츠 부문을 빼고 정치‧경제‧사회 부문만 통계적으로 보면, 그렇게 우려할 수준으로 유입량이 포털에 집중돼있다고는 볼 수 없다. 제가 들은 바로는, 포털 뉴스 전체 트래픽이 10이라고 하면 그 중 스포츠와 연예 트래픽을 합친 비율이 5, 정치‧경제‧사회 기사 비율이 5 정도다. 물론 세월호나 메르스 같은 대형 이슈가 터질 때는 달라지지만, 거의 반반 비율이라고 할 수 있다. 포털 입장에서 크게 아쉬운 서비스가 아니란 얘기다.
"언론만 독점적으로 유통하는 시대는 끝났다"
프레시안 : 포털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접근법이 달라진다. 언론으로 보는 시각에 동의하나.
강정수 : 이미 언론법에서는 포털을 언론으로, 정확히 말하자면 뉴스서비스 사업자로 정의하고 있다. 저는 그게 맞는 정의라고 본다. 디지털 경제에서는 생산과 유통이 분리되면서 여러 유통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해외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유통 서비스가 발생하는 것은 기술의 진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제는 그들도 전체 사업자에서 중요한 뉴스 사업자로 볼 수 있다.
정통 언론이라고 할 수 있는 종이와 방송은 생산에서 유통까지를 모두 담당한다. 그건 과거 산업 패러다임이다. 디지털 경제에서 언론은 생산을 할 수 있고, 생산과 유통 모두 다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언론만 독점적으로 유통을 하는 시대는 끝났다. 시대와 환경이 달라지면서 다양한 유통 사업자가 나오는 것은 합법칙적인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포털도 명확하게 뉴스 사업자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프레시안 : 여당을 포함한 일각에서는 포털에 뉴스 편집 알고리즘을 공개하라고 한다. 공개를 하지 않기 때문에 편향성 논란이 있다는 거다. 그런데 언론사는 편집 방침을 밝히지 않는다. 지금 얘기한 대로 포털을 하나의 언론으로 간주한다고 본다면, 알고리즘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과연 합당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강정수 : 이 부분에 대해선 저한테도 원죄가 있다. 2013년 <혁신 저널리즘>이라는 책을 썼다. 거기서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구글 알고리즘의 분석했다. 그때 구글 알고리즘이 공개된 것을 기해서 우리나라 포털은 어떤 알고리즘인지 구체적인 내용이 전혀 공개돼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당시 '조중동'에서 네이버와 다음을 비판하는 연재 기사를 쏟아냈고, 제 이야기가 언론의 포털 공격에 있어 근거로 쓰이기도 했다.
제가 알고리즘을 공개하라고 한 것은 그게 원칙이나 의무라서가 아니다. 사업 생태계에서 포털은 엄연히 하나의 시장 주체로 인정하고, 그렇다면 알고리즘은 기업 비밀이기 때문에 공개를 하라고 볼 수는 없다고 본다. 다만 편집 원칙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계속 의심과 음모가 횡행하면서 사회적 마찰, 갈등이 많으니 그런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투명하게 데이터를 공개하라는 것이다.
프레시안 : 최근에는 포털에서 편집 원칙을 일부 공개하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강정수 :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포털은 적어도 송고되는 순서대로 기사를 배치한다든지 하는 나름의 배치 원칙을 밝힌다. '어뷰징(동일기사 반복전송)'이나 제목과 내용 일치하지 않는 기사 등은 골라내서 내부적으로는 '삼진아웃제'를 하고 있다는 방침도 밝혔다. 제가 알고리즘을 밝히라고 했던 2013년보다는 많이 나아졌고 앞으로도 더 투명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포털 뉴스 알고리즘 공개, 의무 아니다"
프레시안 : 해외 포털의 경우는 어떤가.
강정수 : <뉴욕타임스>는 '뉴욕타임스 나우', <버즈피드>는 '버즈피드 뉴스'라는 앱을 내놨다. 자체 기사뿐 아니라 외부 기사까지 넣어서 큐레이션 서비스를 하는 앱이다. 큐레이션을 하되, 편집 원칙은 공개하지는 않는다. 규범이 아닐 뿐만 아니라, 뉴스 큐레이션에 대한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자신의 선호에 따라 뉴스를 보기 때문에 굳이 원칙을 공개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뉴스 편집 알고리즘 공개가 분명 포털의 의무는 아니지만, 언론사에 기사 생산 방향에 대한 힌트를 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본다. 구글이 공개한 원칙을 보면, 대형 언론사에 유리하게 돼 있다. 구글은 글로벌 플레이어다 보니 유니버설 매체를 선호하고, 기자 신뢰도도 중요하게 여긴다. 그게 옳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런 원칙을 공개했기 때문에 언론사는 각자 판단을 할 수 있는 거다. '구글에서 잘 노출이 되려면 뉴스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겠구나, 혹은 독자 신뢰도도 중요하겠구나' 하는 방향성을 잡아줄 수 있다는 면에서 좋다고 본다.
프레시안 : 방향성을 잡아주면 자칫 '갑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강정수 : 네이버나 다음이 공개하는 원칙의 수준은 '언론 길들이기' 수준은 아니다. 현재 방식을 보자. 언론사에서 기사들을 송고하면, 그 기사량을 클러스트링(유사성 등의 개념에 기초하여 데이터를 몇몇의 그룹으로 분류하는 수법)해서 아젠다를 정한다. 갑자기 김무성에 대한 보도가 많아지면 김무성 관련 기사가 상위에 배치되고, 롯데 기사가 많아지면 다시 롯데 기사를 상위 배치한다. 이 정도 배치는 언론에 압박을 가하는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가이드라인을 세운 것 자체가 갑질이 아니라, 가이드라인의 내용이 갑질에 해당하는 건지 아닌지를 봐야 한다.
"인터넷 쏠림은 전세계적 현상"
강정수 : 착각해선 안 된다. 쏠림 현상은 결코 '한국적 현상'이 아니다. 현재 유럽에서 구글 점유율은 98%에 달한다. 독일‧영국‧프랑스‧스페인‧포르투갈 등등 그렇지 않은 나라가 없다. 독일 같은 경우, 구글에서 뉴스를 보는 소비자가 전체 뉴스 소비자의 40%다. 엄청나다. 그런데 페이스북도 30%를 가져간다.
<뉴욕타임스> 혁신 보고서를 보면, 첫 페이지 방문자가 계속 감소하는 게 전세계적 현상이라는 내용이 있다. 인터넷 창을 열고 맨 처음 '프레시안닷컴'. '조선닷컴'을 찍고 들어오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거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어디로 가나. 포털로 가거나 소비자들이 개별적으로 만든 페이스북 혹은 카카오톡 링크를 통해 들어간다. 이를 '딥 링크'라고 하는데 해외 사이트의 경우, 구글보단 페이스북을 통한 유입이 많아지고 있다.
쏠림 현상은 자연스럽다기보단 합법칙적인 현상이다. 디지털 경제 작동 방식에 의해 '네트워크 효과', 나쁘게 보면 편승효과가 생긴다. 포털만이 아니라 메시징 서비스에서도 쏠림이 나타난다. 앱에서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수십만 가지를 다 다운받을 수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카카오톡만 쓴다. 부정하기 힘든 현상이다.
다만 지배적 사업자의 영향력이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구글이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지배력을 가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지만 페이스북이 치고 올라오고 있고, 카카오톡도 생기고 라인도 생겼다. 언제 어떻게든 시장은 변할 수 있다.
"네이버-다음의 독점? 소비자 편익은 오히려 커졌다"
프레시안 : 점유율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독점'이 된다. 독점은 규제의 근거가 되지 않나.
강정수 : 국가가 독점 사업자에 대해 규제하는 이유는, 독점 자체가 나빠서가 아니다. 경제학에서는 합리적 가격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형성된다고 한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최적의 가격, 시장가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불합리하게 공급자가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를 깨고 소비자의 편익을 뺏어갈 경우 규제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뉴스 시장에서는 애초 시장가, 검색 가격이라는 게 형성돼있지 않다. 201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장 티롤'이라는 경제학자는 점유율로 규제를 해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했다. 소비자 편익을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공급자가 많고 유통업자가 줄어들어서 소비자들이 네이버나 다음으로 갔다고 해서, 소비자들의 편익이 줄었다고 볼 수 있나. 일부 공급자가 디지털에서 영향력이 축소되고 네이버나 다음의 영향력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경제 왜곡이 있었다고 입증을 할 수 있나.
점유율만으로는 규제하기 어렵다. 규제를 하려면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시장이 왜곡됐고 독점 사업자에게 소비자가 인위적으로 끌려간다는 게 입증돼야 한다. 그런데 오히려 소비자의 편익은 커졌다고 볼 수 있다.
"포털 규제론 근거, '80% 점유율' 말고 대체 뭐가 있나"
프레시안 : 독점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에게는 사회적 책무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포털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강정수 : 포털에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그런데 그 사회적 책임이라는 걸 구분해서 봐야 한다. 공권력이 감시해야 하는 차원의 사회적 책임이 있고, 동종업계 내에서 '큰형님' 역할을 하는 기업으로서 사회적 역할도 있다. 제가 네이버나 다음에 묻고 싶은 건 후자다. 뉴스서비스사업을 하는 기업으로서 공익적인 저널리즘 형성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연간 기부금이라도 냈나. 물론 뉴스사업자들한테 수익을 나눠주고 신문발전기금도 내지만, 저널리즘 스쿨을 운영한다거나 기자들 연수를 보내주는 등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나.
이런 책무와 새누리당에서 얘기하는 규제와는 이야기의 결이 다르다. 새누리당이 포털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80% 점유율' 말고 없다. 네이버, 다음이 독점하다시피 하니까 언론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제휴를 한다고 하지만, 큰돈을 받고 입점했다.
만약 네이버나 다음이 독점적 지위를 가진 사업자로서 권력을 남용했다면 당연히 규제해야 한다. 흔히 말하는 가격 후려치기를 하고 언론사에 줘야 할 돈 안 주고 3개월 뒤에 어음 끊어서 주고 그런 일이 있었다면 당장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찾아내고 처벌해야 한다. 그건 규제 대상이다. 그렇지만 점유율과는 무관한 얘기다.
거듭 강조하지만 시장 지배력만으로 네이버, 다음을 규제할 수는 없다. 당장 법원에 가도 포털이 이길 것이다. 공정거래위원장도 포털 규제 여부에 대해 사업자 수 범위를 놓고 보면 규제 대상이 맞지만 나머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포털이 소비자 이익을 침해했나, 전체 시장의 이익을 침해했나. 시장가를 왜곡했다는 증거를 대야 하는데, 뉴스에는 제값이란 개념 자체가 없으니 규제 근거가 될 수 없는 것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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