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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세금 깎아준 박근혜, 서민 목 조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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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부자 세금 깎아준 박근혜, 서민 목 조르나?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재정 개혁 방치한 예산안

지난주 박근혜 정부가 2016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지난 8월에 발표한 세법 개정안이 그러했듯이 이번 예산안도 밋밋하다. 기존 재정 운용 패턴을 그냥 따랐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현재 우리나라 재정 운용의 문제점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재정 개혁을 할 의지와 능력도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예산안이다.

내년(2016년) 중앙 정부 총지출은 386.7조 원이다. 거의 400조 원에 육박한 규모이다. 올해 본예산(작년 국회에서 의결된 예산) 기준으로 보면 총지출은 375.4조 원에서 11.3조 원, 3.0% 증가하고, 총수입은 382.4조 원에서 9.1조원, 2.4% 는다. 증가율로만 보면 지출 증가율이 조금 높다. 그래서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증액할 수 있는 한도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자평한다.

과연 그런가? 정부는 내년 정부 총지출 증가율이 3.0%라고 설명하나 수치부터 논란거리다. 올해 7월 추경 예산이 의결되었다. 세수 부족, 민생 안정 등을 이유로 올해 총수입은 본예산에 비해 4.7조 원 줄이고, 총지출은 9.2조 원 늘리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엄연히 추경 예산은 올해 예산이다. 따라서 내년 예산안 증감도 엄밀히 따지면 추경 예산 기준으로 계산해야 한다. 2015년 최종 정부 총지출은 375.4조 원이 아니라 9.2조 원을 더한 384.7조 원이다.

이에 따를 경우, 아래 표에서 보듯이 내년 예산안의 총수입은 13.8조 원, 3.7% 증가하지만 총지출은 2조 원, 0.5% 늘어날 뿐이다. 내년 예산안의 실체는 빈약한 우리나라 재정 실태에서 고작 0.5% 증가이다. 이러한 사실이 민망했는지 정부는 추경 예산 기준 수치는 아예 발표하지도 않는다.

ⓒ기획재정부

빈약한 재정 그대로 방치

우리나라 재정 형편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올해 중앙 정부 재정 적자가 무려 46.5조 원, 총수입의 12%에 달한다. 국가 채무도 국내총생산(GDP)의 40%에 진입했고, 박근혜 정부 임기 내내 재정 적자가 계속될 전망이다. 그래서 정부는 더 지출을 늘릴 수 없었다고 말하고 싶을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쳤다는 점이다. '어려운 형편에 맞춰 짰다'고 할 뿐 재정의 부족 원인을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해선 답이 없다.

오로지 재정 지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부정 수급 방지, 유사·중복 사업 조정'이라는 명분으로 3조 원 규모의 복지 축소까지 추진하고 있으며, 이후 "총지출 증가율을 일정 비율 이하로 관리하는 방안 등 재정 준칙 도입"을 검토할 방침이다. 4대강 사업 같은 황당한 지출을 반성하기는커녕 시민의 시대적 요구인 복지 지출을 정비하겠다는 취지이다.

과연 지금 한국이 복지 지출 통제를 말할 때인가? 2014년 한국의 복지 지출 규모는 GDP 1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1.6%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최근 국회 예산처 분석을 보면, 고령화 등 사회 경제적 요인을 통제해도 우리나라 복지 규모는 OECD 평균의 3분의 2 수준이다. 지금 중복, 유사 사업이라는 이유로 복지 구조조정에 나설 때가 아니다.

게다가 2015년 우리나라 전체 재정 규모는 GDP 32.1%로 OECD 국가 평균 40.9%, 유로 지역(15개국) 평균 48.5%에 비해 상당히 부족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지출 통제를 말하는 것은 영양식이 필요한 아이에게 다이어트를 강요하는 꼴이다.

복지 분야 비중이 역대 최고라는데…

정부 지출 분야 중 가장 규모가 큰 게 복지이다. 내년에 122.9조 원으로 정부 총지출의 31.8%를 차지한다. 언론에서 '역대 최고 비중' '사상 최고치'라고 보도하는데, 복지 분야는 고령화에 따른 연금 자연 증가분이 매년 정부 지출 증가율을 웃돈다. 예산이 제출될 때마다 복지 분야는 역대 최고 비중일 수밖에 없다.

추경 기준으로 보면 내년 복지 지출 증가도 미미하다. 올해 본예산 기준으로 7.2조 원, 6.2% 증가했다지만, 추경 예산을 기준으로 2.5조 원, 증가율은 2.1%에 불과하다. 내년 국민 연금 등 공적 연금 자연 증가분이 3조 원을 넘는다. 다른 복지 사업에선 총량에서 동결 수준이라는 의미이다.

기초생활보장 생계 급여액이 조금 오르고, 기초 연금 지급 대상이 늘어난 걸 감안하면 거꾸로 예산이 주는 복지 사업들도 존재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공약인 고교 무상 교육, 초등학교 돌봄교실 확대 예산도 0원이다. 국회 심의에서 꼼꼼하게 따져야 할 숙제이다.

예산안 논란, 세입 확대가 관건

정부가 지출을 통제하려는 이유는 재정 건전성 때문이다. 국가 채무 GDP 40%가 외국에 비해선 낮은 수준이나 증가 속도가 빨라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앞에서 보았듯이 우리나라 재정 지출 규모는 오히려 빈약하다. 그럼에도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면 세입에 근본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세입 확대에 나서지 않는다. 2013년 우리나라 조세 부담률은 GDP 17.9%로 OECD 평균 24.7%(2012년)에 비해 6.8% 포인트 부족하다. 올해 GDP 1500조 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100조 원에 이른다. 국가 재정 운영의 책임을 진 주체라면 당연히 세입 확대를 재정 개혁의 핵심으로 삼아야 하건만 이를 방기했다.

▲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정부가 발표한 올해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세수 증가 규모가 연평균 1조 원이다. 이리 한가로운 조세 개혁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 조세 부담률이 GDP 19.6%였다. 이명박 정부는 감세를 통해 이를 18.7%(2012년)로 떨어뜨렸고, 박근혜 정부 임기 첫해인 2013년에는 17.9%로 더 낮아졌다.

이러한 상태에서 어떤 조세 정책을 펴야할까? 최소한 OECD 평균 수준을 목표로 상향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제출한 2015~2019년 중기 재정 운용 계획에 의하면 조세 부담률은 2019년에 17.8%로 더 낮아진다. 지난주 11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중장기 조세 정책 운용 계획"에서도 실질적인 법인세 강화는 없고 오히려 "세대 간 부의 이전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상속 증여세를 완화할 계획이란다. 이리도 시민들의 바람과는 거꾸로만 갈 수 있을까.

'아래로부터' 조세 개혁 운동 필요

이명박 정부부터 시민의 세금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전에는 개인적으로 '절세'에 대한 관심이었다면 점차 사회적으로 '세금 정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급식, 보육, 기초연금 등 복지 확대에 따른 체험이 생기면서 세금의 사용처에 대한 관심도 크다. 여러 여론 조사에서 '복지가 는다면 세금을 더 낼 수 있다'고 응답하는 사람이 과반을 넘게 나오는 배경이다.

그럼에도 정부의 거꾸로 가는 조세 정책에 맞서는 보편 복지, 시민 사회 진영의 대응은 미약하다. 정당, 시민 단체마다 제시하는 요구안이 다양하고, 대중적 조세 개혁 운동도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매년 진행되는 예산안 논란에서 거듭 확인되는 것은 결국 '조세 개혁'이 절박하다는 점이다. 이제는 보편 복지 진영이 요구를 정돈하고 힘을 모아야할 때다. 소득세, 법인세 강화도 괜찮고, 재정 지출 불신을 우회하기 위해 사회복지세 도입도 전향적이다. 세금 정의와 증세 정치를 구현할 방안을 단일화하고 시민이 주체로 참여하는 '아래로부터' 조세 개혁 운동을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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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시민들이 복지국가 만들기에 직접 나서는, '아래로부터의 복지 주체 형성'을 목표로 2012년에 발족한 시민단체입니다. 건강보험 하나로, 사회복지세 도입, 기초연금 강화, 부양의무제 폐지, 지역 복지공동체 형성, 복지국가 촛불 등 여러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칼럼은 열린 시각에서 다양하고 생산적인 복지 논의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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