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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차이로 윤후덕 면책…문재인은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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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틀' 차이로 윤후덕 면책…문재인은 몰랐을까?

[시사통] 이슈독털 9월 2일

새정치연합 윤리심판원이 딸 채용 청탁 전화를 건 윤후덕 의원 징계 건을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각하 처리하자 비난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시효 만료일에서 이틀이 지났다는 이유로 비윤리적이고 부도덕한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난입니다.

하지만 윤리심판원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당규에 분명 ‘징계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2년이 경과하면 징계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는 터에 윤리심판원이 규정을 무시하고 임의로 징계를 결정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랬다면 또 다른 논란이 불거졌겠죠.

이 점을 고려했는지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표를 조준하고 있습니다. 문 대표가 이른바 ‘친노’로 분류되는 윤후덕 의원을 봐주기 위해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명하는 과정에서 징계 시효를 피한 것 아니냐는 비난입니다.

얼핏 들어선 결과론을 앞세운 트집잡기 같지만 귀 기울일 면이 없는 건 아닙니다. 문재인 대표가 윤리심판원에 직권으로 조사를 명한 시점은 8월 17일이었던 반면에 윤후덕 의원이 자신의 사이트에 사과의 글을 올린 건 15일이었습니다. 첫보도가 나온 건 이보다 이틀 전이었고요. 문재인 대표가 명한 건 징계 이전에 조사였으니까 맘만 먹으면 첫보도가 나온 직후 바로 명할 수 있었습니다. 보도 내용에 대한 신뢰가 적었다면 윤후덕 의원이 사과 글을 올린 직후에라도 명할 수 있었고요. 그랬다면 징계 시효는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겁니다. 그 이유가 업무 태만이었든, 눈치 보기였든 문재인 대표가 적절한 시점을 놓친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적인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2년으로 못 박은 징계시효 규정입니다. 이게 전혀 적절하지 않다는 게 근본문제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이런 규정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아니 바꿔야 하는 필요가 있었는데도 바꾸지 않았다는 게 근본문제입니다.

윤리심판원의 징계 대상은 비윤리적인 행위 또는 해당 행위입니다. 이런 행위에 굳이 징계 시효를 설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비윤리적인 행위를 문제 삼는 게 정치인의 기본 소양을 함양하기 위함이고 해당 행위를 문제 삼는 게 당인의 기본 덕목을 고취하기 위함이라면 그렇습니다. 도덕률과 도리에 도대체 무슨 시효가 있단 말입니까?

구체적인 비교 대상도 있습니다. 당 혁신위원회는 부패 전력자를 공천에서 배제하기로 했고, 부정부패 사건으로 기소만 돼도 지역위원장과 당직자 자격을 정지하기로 했습니다. 이게 준거입니다. 혁신위는 시효를 정하지 않았습니다. 부패 전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전력이 언제 기록된 것인지 불문한다고 했습니다. 부정부패 사건에 얽힌 경우엔 무죄 추정의 원칙을 뛰어넘어 징계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사법 원리에 따르면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그에 따른 형벌을 모두 치르면 다른 사람과 똑같이 대해야 하고, 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견지해야 하는데도 혁신위는 이런 사법 원리를 뛰어넘어 징계의 준엄함을 곧추세우려 했습니다. 법치의 영역이 아닌 정치의 영역에선 사법 원리를 뛰어넘는 책임 원리가 있다고 봤기 때문일 겁니다.

혁신위의 이런 문제의식이 당 내부 전반에서 공유되고 있었다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었습니다. 당규 상의 윤리심판원 규정은 지난 7월 13일 개정됐습니다. 혁신위가 한참 활동하던 때입니다. 부패전력자 공천 배제나 부정부패 피소자 당직 배제 방침이 천명된 후였습니다. 그런데도 바꾸지 않았습니다.

이런 현상을 두고 달리 해석할 길은 없습니다. 따로 놀고 있다는 진단 외에 달리 내놓을 진단이 없습니다. 혁신안은 혁신안대로 윤리심판원 징계규정은 징계규정대로 따로 놀고 있는 겁니다. 혁신위는 당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바꾸겠다고 공언해왔지만 실제로는 당 내부 곳곳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겁니다.

따지고 들어가다 보면 이런 문제도 근본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이 보다 더 근원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건 윤후덕 의원의 태도입니다.

윤후덕 의원의 채용청탁은 여러 면에서 찬물입니다. 혁신 구호에 찬물을 끼얹는 것입니다. 임금피크제를 앞세운 박근혜 정권에 맞서 이른바 진짜 청년 대책을 운위하는 당 정책 행보에 찬물을 끼얹는 것입니다. 나아가 자신이 속했던 을지로위원회의 진정성에 찬물을 끼얹는 것입니다.

비록 2년 전 행위라 해도 그 여파는 지금 얼음장 같은 시선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자신을 정치적으로 소거하는 용단을 보여야 합니다.

혁신위의 부패전력자 공천 배제 방침이나 선출직 공직자 평가위 규정에 따르면 윤후덕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공천 받기가 어렵다고 전제한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구차하게 미련 가질 게 아니라 마지막 뒷모습 만이라고 깔끔하게 다듬는 게 본인이나 주변에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도 하지 않았습니다. 윤후덕 의원은 사과의 말과 함께 딸이 회사를 정리하기로 한 사실은 전하면서도 자신의 사퇴나 불출마 입장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따로 놀고 있음을 다시 확인합니다. 혁신 구호는 요란한데 그 구호가 의원 개개인에게 성찰의 죽비소리로 전달되지는 않고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합니다.

이 기사는 <시사통> '이슈독털'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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