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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에서, 전주에서 작은 '혁명'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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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에서, 전주에서 작은 '혁명' 진행 중

[전진한의 알권리] 민선 20년, 지방 자치 혁명

올해는 민선 지방자치제도 20년이 되는 해이다. 지방자치단체 제도는 분명 민주화가 이룬 결실이었다. 이 제도 도입 이후 주민들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주민들의 의사에 따라 행정을 펼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의 모습은 안타깝게도 부정적인 면이 더욱 부각되었다. 주민을 위한 행정이 아니라 토호와 기득권을 위한 행정이 판을 쳤다. 단체장들은 자신들의 치적을 위해 각종 개발 및 토건 사업을 벌였고 수많은 전시 사업이 횡행했다. 서울만 하더라도 온갖 개발 사업으로 골머리를 앓았고 그곳에 거주했던 주민들의 삶은 피폐해졌다. 용산 참사는 지방 자치 붕괴를 상징하는 결정판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부정부패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일들이 언론의 단골 뉴스가 되었다. 전라북도 임실군은 민선 1기부터 5기까지 군수 전체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일도 발생했다. 주민들은 이런 지방 자치 제도가 과연 지속되어야 할 제도인지 자문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의 개선된 삶을 위해 만든 제도가 오히려 주민들의 삶을 옥죄는 올가미로 변한 것이다.

변화의 바람이 부는 지자체

최근 들어 다행스럽게도 지방자치단체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서울 성북구청이다. 성북구청은 구청장이 결심만 하면 주민들을 위해 얼마나 큰일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곳이다.

우선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전국 최초로 행정 명령으로 생활 임금제를 추진해 조례로 제정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최저 임금보다 28% 높은 시간당 생활 임금을 7150원(2015년 기준 최저 임금 대비 1570원 인상)으로 정했다. 월 평균 149만 원이다. 이로 인해 성북구청에 간접 고용되어 있는 노동자들까지 생활 임금을 받게 되었고, 위탁·공사·용역 등 민간 부분까지 생활 임금이 확산되고 있다. 이 제도는 국회에서 제도화 논의까지 이어지고 있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성북구청의 동행(同幸) 제도이다. 최근 압구정 아파트 경비원 분신 사건으로 촉발된 이 문제는 아파트 경비원들의 처우가 얼마나 열악한지 보여주었다. 이런 문제점을 파악한 성북구청은 갑을 계약서가 아니라 동행 계약서를 만들어 성북구청 관할에 있는 각종 아파트에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그 결과 아파트 경비원들의 계약은 위탁 계약이 아닌 자치 관리로 변경해 직접 고용한 사례가 생겼고(하월곡동 동아 에코빌 아파트), 심지어 아파트 주민들이 공용 전기를 절감해 경비원들의 임금을 올리고 고용을 보장하는 사례(석관동 두산아파트)까지 생겼다. 성북구청은 관할에 있는 각종 대학과도 이 제도 추진을 위해 MOU를 맺고 있다.

대규모 쇼핑몰 사업 취소한 전주시

전주시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7월 전주시는 종합경기장 개발 사업을 민자 사업에서 전주시 사업으로 최종 변경했다. 원래 이 사업은 2012년 전주시와 롯데쇼핑이 체결한 투자 협약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 사업이 완성되면 롯데쇼핑은 육상경기장과 야구장 등을 새로 건립해주는 대신 전체 부지의 52% 부지 규모에 쇼핑몰을 세우기로 했다.

그러나 현 김승수 전주시장은 지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대규모 쇼핑 단지가 들어서면 지역 상권이 무너지고 전주 고유의 전통이 붕괴될 것이라며 이 사업을 반대해 왔다. 결국 그는 전주시장에 당선된 이후 대규모 쇼핑몰 사업을 취소하고 다목적 광장과 문화예술 공간·생태숲 등을 조성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행정자치부 투·융자 심사 승인까지 받은 사업을 백지화한 지방자치단체는 전주시가 최초다.

위 사례는 타 지방자치단체들이 대규모 쇼핑몰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는 전혀 딴판이다. 실제 대규모 쇼핑몰을 유치한 지방자치단체들은 기대했던 고용 효과는 매우 미비하고, 지역 상권은 붕괴하고 있다는 주민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주민들을 위한 행정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거버넌스 및 투명성 행정을 모범적으로 시행하는 자치단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 박원순 시장은 정보소통광장(☞바로 가기 : 서울정보소통광장)을 개설해 내부 결재 공문서를 하루에 수만 건씩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과거 나는 서울시의 문서 몇 장을 공개받기 위해 4년 넘는 행정 소송을 경험한 바도 있다. 지금은 이런 문서를 검색 몇 번으로 다운로드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격세지감이다. 뿐만 아니라 정보공개정책과를 만들어 시민들의 정보 공개 청구 대응 및 각종 알 권리를 위해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경기도는 '착한 교복 입기 사업'

최근 경기도의 교육 연정도 혁신 사례로 빼놓을 수 없다. 지난 8월 11일, 남경필 경기도지사,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정명효 경기섬유연합회 회장과 함께 '착한 교복 입기 사업'에 관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착한 교복 입기 사업은 도내에서 생산한 고품질의 섬유 소재를 활용해 최신 트렌드에 맞게 디자인한 교복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사업이다. 이런 사례야말로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는 대표적인 사업이다.

위의 사례처럼 최근 지방자치단체에서 혁신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 시민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방자치단체는 작은 정부이다. 이런 사례들이 모이다 보면 정부 차원에서 개혁 사례가 늘어날 것이고 시민들의 삶의 질은 점점 발전할 것이다. 민선 지방 자치 20년을 맞아 지방자치단체들의 혁신 사례들을 모으고 전국적으로 전파되는 사례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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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한

2002년부터 알권리운동을 해왔습니다. 주로 정보공개법 및 기록물관리법을 제도화 하고 확산하는데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힘이 있는 사람이나 단체들은 정보를 감추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햇볕을 비추고 싶은 것이 작은 소망입니다.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어려운 컨텐츠를 쉽고 재밌게 바꾸는 일을 하는 '바꿈, 세상을 바꾸는 꿈'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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