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딸의 특채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특혜 채용 의혹이 제기되는 등 인사비리 논란이 중앙부처에서부터 지자체까지 전 공직사회로 확대되고 있다.
"1종 대형 면허 없는 이사장 조카, 운전직 선발"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공공운수노조(준)은 7일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정문 앞에서 "MB 정부 특별채용 인사비리 전면 조사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제보를 토대로 각종 인사 비리 사례를 공개했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 2003년 9월 설립된 서울 A구청 산하 시설관리공단은 지난 2008년 10월 기준으로 모두 12차례의 채용을 실시했는데, 이중 8차례는 비공개 특별채용이었다.
지난 2008년 1월 실시된 특별채용에서 모집 정원 29명 가운데 6명이 구청이나 구의회 인맥을 가진 사람이었고 당시 공단 이사장의 조카 B씨는 1년 만에 운전직(7급)에서 사무직(6급)으로 '초고속 승진'을 했다. 이외에도 구청장의 지인이 다수 포함됐다.
자격이 없는 이들을 뽑은 경우도 많다. 공단 이사장의 조카 B씨는 채용될 당시 선발 조건이었던 '1종 대형면허'가 없었음에도 운전직으로 채용됐고 전 구청 직원의 아들은 전기보일러 자격증이 없는데도 전기보일러를 관리하는 기능직(7급)에 선발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이 논란이 되자 공단 이사장은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으나 해당 공무원들은 여전히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월에는 C구의회 상임위원장의 아들이 4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구청 공무원에 임용돼 특혜 논란을 일으켰다. 구청사를 관리하는 방호직 (기능직, 10급) 특별 채용에 응모한 80명 가운데 선발된 2명에 포함됐다.
'정권교체' 지자체, 특채 의혹 직접 검증
이밖에도 특채 파문이 일어나며 눈총을 받는 인사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모 구청 핵심관계자는 "살펴보니 전임 구청장 시절 친인척이나 지인의 자녀 등이 특채 형식으로 제법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며 "채용 과정이나 직종 전문성 적합 여부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시장이 한나라당에서 민주당으로 바뀐 경기 지역 모 시청 관계자는 "친인척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치적 인맥을 타고 들어온 '보은성' 인사가 여럿 있다"며 "다만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고 무조건 문제 삼을 수는 없기 때문에 채용 과정과 전문성에 대해 따져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북 문경에서는 문경시장 비서를 지낸 인사가 문경관광진흥공단에 4급 직원으로 특채됐는데 지원 자격이나 채용 기간 등이 이 인사에게 유리하게 짜여져 시장의 보은 인사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기도 하다.
전공노 "특채 비리 사례 수집 공개할 것"
공무원노조와 공공운수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지방공무원법과 지방계약직공무원 규정에서 개정된 내용을 살펴보면 지자체장의 특별임용(특채)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며 "행안부의 공무원 채용제도 선진화 방안은 이명박 정권의 현대판 매관매직, 음서제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부처, 공기업, 검찰, 경찰 등 해당 기관의 특채 비리 사례를 수집해 공개할 예정이다. 이들은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대학, 지자체 등에서도 유사한 행위가 있었다는 고발이 잇따르고 있다'면서 "이명박 정부의 고위공직자, 공기업 간부 낙하산인사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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