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이 최근 발간한 책에서, 2012년 대선 당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안철수 전 새정치연합 대표의 '의원 정수 축소' 주장을 "박경철 원장의 작품"이라고 폭로했다. 박 원장이 안철수 대선 캠프에서 '비선'으로 암약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안 전 대표는 19일 기자들과 만나 "외부에 계신 분이 모두 '비선'은 아니다"라며 "(박 원장의 의견은) 많은 분들의 의견 중 하나"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관련 기사 : 2012 안철수 캠프, 암장군은 '시골 의사' 박경철)
"安에게 '의원 정수 축소' 연설문은 박경철 작품이라 들었다"
금태섭 전 대변인은 지난 18일 낸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푸른숲 펴냄)에서, 먼저 안철수 당시 대선 후보가 인하대학교 연설에서 의원 정수 축소 주장을 한 후 논란이 일었던 사실을 상기시켰다. (☞관련 기사 : 안철수 '정치 개혁안', 후보 독단? 캠프 내부서도 반발)
금 전 대변인은 이어 "주위에서야 어떤 소리를 하든 캠프 구성원들은 후보를 보호해야 했다. 일단 주장한 이상 반대하는 사람이 많더라도 밀어붙이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언의 의미를 축소하든 방침을 정해서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했다"며 "그런데 그 방향을 정할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누가 쓴 메시지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당시 느꼈던 곤혹스러움을 털어놨다. 그는 "캠프 내에서도 '도대체 누가 이런 연설문을 작성했느냐'는 성토가 터져 나왔다"며 "선거가 끝나고 나서까지 이 문제는 진심캠프 구성원들이 가장 크게 궁금해 했던 미스터리였다"고 했다.
결국 이 문제에 대한 답은 대선 이듬해에 나왔다. 그는 "1년쯤 후에 나는 안철수 후보와 대선 과정을 진지하게 복기한 적이 있다"며 "그 자리에서 박경철 원장의 행동에 대한 문제도 제기한 적이 있는데, 그때 안 후보에게 이 연설문이 박 원장의 작품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설마 했던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순간"이라고 술회했다.
그는 책에서 "박 원장의 태도는 책임과 권한의 불일치, 공식 조직에 대한 비공식 라인의 개입 등으로 선거 내내 커다란 장애 요소로 작용했다"고 신랄하게 비판하며 "안 원장을 돕다가 떠나간 많은 사람들이 박 원장과의 관계를 가장 큰 문제의 소재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고 했다. 대선 때 이후로 안 전 대표를 돕다가 그와 멀어진 이들로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최장집 고려대학교 교수, 김성식 전 의원 등이 꼽힌다.
금 전 대변인은 '후보 사퇴' 결정 과정에 대해서도 "후보 사퇴는 말 그대로 가장 중요한 결정이지만, 캠프의 주요 인사 대부분이 안 후보가 그 결정을 발표하기 직전까지 알지 못했다. 본부장이던 장하성 교수는 그 시간에 선거운동을 독려하기 위해 광주로 내려가고 있었다"면서 "그처럼 중요한 일에 대한 논의와 결정이 비선에서 이루어졌고 공식적인 라인에 있던 사람들은 제대로 의견도 내지 못했다"고 거듭 비판했다.
그는 "단일화 협상팀 등 캠프 내 인사와 관련해서도 비선의 문제점은 그대로 드러났다"며 "나에게 '협상 팀에 가게 됐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이 박경철 원장이었다. (…) 후보나 본부장이 아닌, 캠프에서 아무런 직책도 맡지 않은 사람이 인사 통보를 했다는 것은 진심캠프가 얼마나 깊은 문제를 안고 있었는지 극적으로 보여준다"고 밝히기도 했다.
"단일화 협상 당시, 安 캠프 본부에선 '버티라' 지시만…"
금 전 대변인은 2012년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과의 대선후보 단일화 협상팀 참여 경험에 대해서도 책에서 밝혔다. 그는 "서로 비판하려고 마음먹으면 양쪽 다 할 말이 있겠지만 국민들 앞에서 책임 공방을 벌일 염치가 있을 수 없다. 결과를 이루지 못한 데 대해서는 똑같이 잘못이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진심으로 말하건대 우리 쪽의 책임이 민주당보다 작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일화 협상이 실패한 데는 진심캠프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이유로 "단일화 협상을 치르면서 체계적인 전략도 없었고, 경쟁력을 내세우면서 단순히 양보만을 기대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당시 민주당 측과 마주앉은 과정에서 "협상 팀은 곤혹스러웠다. 본부에서 지침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지휘부에서는 '계속 버티라'는 지시만 내려왔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그는 "(협상 중) 캠프에 들어갔더니 박선숙 본부장이 있었다"며 "여론 조사로 후보를 정하게 될 것 같다고 얘기를 꺼냈는데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여론 조사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여론 조사가 '오염'됐기 때문에 단일화 방식으로 신뢰할 수 없다고 했다"는 에피소드도 전했다. 그는 "박 본부장에게 '여론 조사 외의 다른 무슨 방법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뚜렷한 답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그가 안 전 대표와 사실상 정치적으로 결별하게 된 직접적 계기로 평가받는 7.30 재·보선 공천 과정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그는 "공천 결과 자체보다는 그 과정과 이유가 이해하기 힘들었고 지도부의 방침을 설명할 수 없어서 결국 대변인을 그만두었다"면서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은 공적 절차를 대하는 지도부의 태도였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신이 안 당시 공동대표에게 "애초에 후보를 '차출'했다면 모를까 공천 신청을 받은 이상 한 지역에 신청한 사람을 다른 곳에 공천해서는 안 되지 않냐고 물었더니 '공천 신청을 받은 것은 우리 당에 출마를 시킬 만한 자원이 누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지 특별한 의미는 없는 것'이라는 답변이 나왔다"면서 "정당은 기업이 아니다. 경영자가 직원의 인사 이동을 결정하는 식으로 공천을 할 수는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특히 그는 "안 대표에게 수원 영통을 비롯한 수도권의 다른 지역구 출마 권유를 받은 것은 사실이었다"며 "영통은 동작을에 비해서 야당 후보에게 훨씬 더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당내 반발이 두려워서 동작을에는 공천을 주기 어렵다고 하면서 수원 영통에 나가라고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외부에 계신 분들이 모두 비선은 아니다" 반박
한편, 안철수 전 대표는 이날 국가정보원 '해킹 사찰' 의혹 관련 기자 간담회를 연 후 기자들과 만나 금 전 대변인의 '비선 조직' 폭로에 대해 "외부에 계신 분들이라 해서 모두 비선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관련 기사 : 안철수 "국정원 해킹 KT망 IP 3개 추가 확인")
안 전 대표는 "원래 캠프 안팎의 많은 사람들과 같이 선거를 치르게 된다. 예를 들면 지역 유지 분이 캠프 내로 들어오긴 어렵지 않나"라며, 박경철 원장에 대해서는 "제가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 여러 조언을 들었던 분들 중 한 사람"이라며 "민주당과 통합한 이후에는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박 원장이 이른바 '비선'으로 대선 캠프의 중요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박 원장의 조언은) 의견 중 하나"일 뿐이라며 "진심캠프에서도 의사 결정을 할 때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듣고 본부장 레벨에서 의사 결정을 했다"고 반박했다.
안 전 대표는 대선 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일들에 대해서는 "저는 대선에 패한 사람"이라며 "진 사람이 말하는 건 구차하다"고 일일이 답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적절한 기회에 생각을 정리해 설명드리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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