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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안철수 캠프, 암장군은 '시골 의사' 박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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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2012 안철수 캠프, 암장군은 '시골 의사' 박경철

금태섭 "安, 소통에 문제…고백한다. 우리 실패를"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공동대표의 '측근'이었던 금태섭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이, 최근 새로 낸 책에서 안 전 대표의 정치 리더십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금 전 대변인은 안 전 대표의 정치적 가능성을 놓고는 여전히 긍정적인 평을 했지만, 2012년 대선 캠프 운영과 구 민주통합당과의 단일화 과정, 2013년 창당 과정과 2014년 민주당과의 통합 과정에서 안 전 대표가 보인 정치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강하게 비판했다.

"(안철수 당시 대선) 후보는 수많은 지지자의 기대를 저버리고 어처구니없게도 한순간에 사퇴했고, 어렵사리 한 걸음씩 떼고 있던 창당 작업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밀실 논의를 거쳐 기존 정당과의 합당으로 막을 내렸다. 결정적 순간을 맞을 때마다 미리 정해놓기라도 한 듯, 오랜 기간의 땀과 눈물은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박경철, 대선 캠프와 별도 모임 만들어 이것저것 관여"

금태섭 전 대변인은 18일 발간된 저서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푸른숲 펴냄)에서 "(2012년 안철수 대선 캠프인) '진심캠프'의 가장 큰 문제는 소통의 부재"라고 지적하며 그 원인으로 "비공식 기구의 발흥"을 들었다. 이 책에서 금 전 대변인은 "캠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던 박경철 원장은 별도의 모임을 만들어서 후보와 비공개 회합을 가지면서 선거 운동의 모든 곳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박 원장이 안철수 캠프를 막후에서 쥐락펴락한 이른바 '암장군(暗將軍)'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대선을 2~3년 앞두고 이뤄진 자신과 박경철 원장과의 첫만남을 회상하며 "박 원장은 자기가 안 원장과 너무나 친하고 피를 나눈 형제와 같은 사이라서 (캠프에 공개리에) 직접 참여할 경우 '측근'이니 '숨은 실세'니 하는 말을 들을 위험이 있어서 그렇다(빠지겠다)고 했다"면서 "참으로 납득할 수 없는 말"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선거 운동에 관여하지 않았던 박 원장은 출마 선언 이전은 물론 그 이후에도 이것저것에 관여했고, 심지어 민주당 정치인들을 자신의 오피스텔로 불러들여서 접촉을 하고 있었다"고 금 전 대변인은 밝혔다. 그는 "(안철수 캠프가 내린) 결정의 상당 부분이 캠프가 아닌 비공식 모임에서 이뤄지고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며 "숨은 실세의 길을 그대로 걸었다"고 박 원장을 비판했다.

금 전 대변인은 "비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근본적인 문제는 '공적인 영역에서의 책임'을 이해하지 못해서 자신들이 하는 일이 순수하다고 착각하는 데 있었다"면서 "이 사람들이 실제로 순수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았다. 합당 과정까지 관여했던 사람이 선거 캠프 출신 사람들에게 '나는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는 사람이다. 그저 나중에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공정거래위원장이나 시켜달라고 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는 것을 전해 들었는데 정말 기가 막혔다"고 술회했다.

그는 2012년 당시 대선 캠프에 대해 "캠프인 듯, 캠프 같은"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최근 유행가 가사 구절에 빗댄 것인데, 빠진 부분은 '캠프 아닌'이다.

▲금태섭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 ⓒ프레시안(최형락)

"박경철, 文과의 단일화 과정에도 관여"

특히 금 전 대변인은 박경철 원장이 문재인-안철수 캠프의 후보 단일화 과정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그는 "출마 선언을 하기 직전 나는 안 후보에게 단일화 구상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며 "그때 안 후보는 '나에게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말도 했다"고 적었다.

이후 단일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을 때 그는 자신이 박 원장을 찾아갔다면서, 박 원장이 "안 후보와 문 후보 사이에는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깊은 교감이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안철수와 문재인이) 비공개로 만난 일도 여러 차례"이며 "그렇기 때문에 잘 해결될 것"이라고 박 원장이 말했다고 그는 적었다.

그러나 금 전 대변인은 자신이 이 만남에서 "오히려 단일화에 관해 숨겨둔 대책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밝히며 그 이유로 "그(박경철)의 말은 문 후보의 양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였는데,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과 박 원장과의 대화에 대해 "단일화 압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박 원장은 안 후보와 문 후보 간 깊은 교감이 있고 비공개로 만난 일도 여러 차례라고 했다"며 "선거 후 안 의원에게 물었더니 그런 일이 전혀 없었다고 대답했다"고 했다.

그는 "(후에) 박 원장이 캠프 몇몇 인사들을 상대로 단일화 협상이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불평하면서 '이제 나의 목표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조금이라도 상처가 적게 빼내는 것'이라고 말했다는 얘기를 나중에 전해 들었다"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땀과 눈물을 흘려 가며 이루려고 했던 일이 사적인 이유에 밀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안철수 당시 대선 후보의 사퇴 결정에 대해 "워낙 갑작스러운 결정이었고 후보의 말은 이미 상의가 아니라 통보였다"면서 "반대 발언도 그냥 듣고 있었을 뿐 딱히 설득하려고 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일화 협상이 실패한 데는 (문재인 캠프 측보다) 진심캠프의 (내부) 책임이 더 크다"고 적었다.

대선, 창당, 통합…"安, 불통 여전"

그는 안철수 캠프의 문제를 '소통'으로 꼽은 이유를 놓고서 "메시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불투명했다"며 "주제가 시의적절한지 혹은 내용이 훌륭한지 등을 떠나, 어떤 절차를 거쳐 누가 쓰는지 알 수 없었고 충분히 검토해서 만든 것인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고 '반성'했다.

그는 소통 부족의 대표적 사례로 안 당시 후보의 정치 개혁 공약이었던 △청와대 이전 △의원 정수 축소 주장 △기초단체장 정당 공천 폐지 등의 사례를 들었다. 특히 그는 "소통 부재가 원인이 되어 나타난 가장 대표적 사건이 '국회의원 정수 축소 논란'이었다"며 "예상치 못한 카드였지만 효과는 정반대였다. 정치학자들은 일제히 반대에 나섰고 (…) 캠프 정책 파트에 관여하고 있던 학자 중에서는 '그만두겠다'는 사람도 나왔다"고 했다. (☞관련 기사 : 안철수 '정치 개혁안', 후보 독단? 캠프 내부서도 반발) 이와 관련해 그는 "무엇보다 아팠던 것은 '아마추어적'이라는 지적이었다"며 "(이는) 정당에 속해 있지 않고 경험도 없는 안 후보로서는 가장 피하고 싶은 소리였다"고 짚었다.

또 창당 과정에 대해서도 금 전 대변인은 "진심캠프 때부터 느낀 불통의 문제는 한 치도 나아지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공식 조직에서 여러 사람이 논의하고 대표 격인 안 의원과도 상의를 마친 일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뒤집히는 일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고 증언했다. 구 민주당과의 합당 과정에 대해서도 "나는 사전에 있었던 논의에도 관여하지 못했고 결정된 이후에도 상세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 정밀한 논의가 이뤄졌는지도 의문"이라면서 "대표적인 예가 '민주당 해산'을 둘러싼 논란"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민주당이) 해산을 하고 당원들과 당의 재산이 신당으로 흡수되는 것인지 아니면 형태를 유지한 채 신당으로 합쳐지는 것인지가 문제"였다며 "안 의원에게 설명을 듣던 공동위원장들도 이 질문을 했다. 안 의원의 답은 '민주당이 해산한다'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측은 애초에 해산은 염두에도 두지 않았고 따라서 해산 없이 합당하는 절차에 대해서만 논의햇는데 이제 와서 무슨 말이냐고 되물었다"며 그는 "확인한 결과 민주당 측 주장은 사실이었다. 해산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었다는 것은 해산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엄밀하게 말하면 안철수 (새정치추진위) 중앙운영위원장과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합당 선언'은 안철수 의원 개인이 민주당에 들어간다는 '입당 선언'이었다"며 "이것은 '합당'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민주당 해산' 문제는 양측의 통합 과정이 얼마나 졸속으로 이뤄졌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예일 뿐"이라며, '이념 논쟁을 피한다'는 이유로 통합 신당의 정강 정책에서 6.15 공동 선언이 빠졌던 에피소드를 들어 "(나는) 졸지에 헌법 전문에도 등장하는 4.19 정신까지 부정하는, 역사 의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인물이 됐다"고 쓴웃음을 짓기도 햇다.

양측의 소통 과정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윤영관 당시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이 '6.15, 10.4를 빼겠다'고 브리핑한 것에 대한 책임을 자신이 졌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평생 처음 대국민 사과를 해보는 순간이었다"며 "나는 이미 인터넷에서 4.19와 5.18을 부정하는 놈으로 온갖 욕을 먹고 있었지만, 완성된 정강정책은 정말 마음에 꼭 들었다"고 적었다.

측근의 뼈아픈 고백, '정치인 안철수' 앞날은?

단 금태섭 전 대변인은 "나는 아직도 안 후보가 2012년 대선에서 당선됐다면 성공한 대통령이 됐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그것은 개인으로서의 안철수가 천재적 자질을 갖고 있다거나 우리 사회의 복잡한 문제에 해답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안철수 현상'이라고 불린 시대적 요청 때문"이라고 일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비판이 더 뼈아프다. 금 전 대변인은 안 의원의 대선 후보 사퇴 결정 과정과 관련해 "안 의원은 사퇴 이후 비서실장이었던 조광희 변호사를 통해 '대통령 후보로서도 영혼을 팔지 않았으니, 앞으로 어떤 경우에도 영혼을 팔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생겼다'는 말을 전했는데, 나는 그 말이야말로 지지자들에게 해서는 안 되는 얘기였다고 말했다"며 "그럼 사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사람들은 정권을 잡기 위해 영혼을 파는 사람들이란 말인가. 모욕적인 말이 아닐 수 없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안 전 대표가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부터 보좌역을 맡았던 금 전 대변인에게, 안 전 대표가 정치적 언사를 통해 '모욕감'을 안겨줬다는 고백이 눈에 띈다. 금 전 대변인은 안 전 대표가 대선 출마 선언을 하기 전부터 네거티브 대응 책임자를 맡았고, 대선 캠프에서는 상황실장을 맡았으며, 문재인 캠프와의 단일화 협상에도 참여했고, 창당 및 통합 과정에서는 안 전 대표의 대변인을 맡는 등 안 전 대표의 핵심 측근으로 꼽혔던 인사다. (☞관련 기사 : 금태섭 "안철수 대선 나오면 죽는다 협박") 다만 그는 지난해 7.30 재·보선 공천 문제를 거치며 사실상 안 전 대표와 결별했다.

안 전 대표는 금 전 대변인의 폭로에 대해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기억이 좀 다를 수 있다"며 "당시 캠프는 다양한 분들의 여러가지 의견을 다 듣고 결정했다"고 반박했다. 안 전 대표는 자신이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와 비공개로 여러 차례 만났다는 박경철 원장의 주장이나 '영혼을 팔지 않았다'는 언급을 했는지와 관련해서는 "다음 기회에 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만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말했다.

안 전 대표는 금 전 대변인의 책 내용에 대해 "저에 대한 비판이라면 받아들이겠다"며 "금 변호사가 저와 함께 고생을 참 많이 했다. 지금도 고맙게 생각한다"고만 했다. 단, 그는 "지난 대선에서 후보를 양보한 제일 중요한 이유는 일종의 역사의식 때문"이라며 1987년 김영삼-김대중 단일화 불발 사례를 들어 "후배들이 역사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했는데 제가 그런 경우가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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