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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진심? 일본 '보통'국가 만들겠다는 것!

[한반도 브리핑] "박근혜, 일본과 관계 개선 급한 게 아니다"

지난 15일은 광복 70주년이었다. 한 세대가 30년을 주기로 바뀐다고 했을 때, 벌써 일제로부터 해방 그리고 민족분단이 된 지도 두 세대가 훨씬 지났다. 8월 15일은 우리에게는 광복이지만 일본에는 무조건 항복이라는 패전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 의미는 두 나라에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일본 총리 아베 신조(安倍晋三)가 매우 극우적인 성향을 보여왔기 때문에 그의 전후 70년 담화는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를 한 축으로 하고 미국과 일본을 또 다른 축으로 하는 신(新)냉전 대립 구도가 가시화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일본의 입장을 외부에 표방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모을 수 밖에 없었다.

아베 총리는 담화에서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태평양 전쟁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본은 지난 대전에서의 행동에 대해 거듭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명해왔습니다. 그 마음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 대만, 한국, 중국 등 이웃사람인 아시아인들이 걸어온 고난의 역사를 가슴에 새기며 전후 일관되게 그 평화와 번영을 위해 힘을 다해 왔습니다. 이러한 역대 내각의 입장은 앞으로도 흔들림이 없을 것입니다"

▲ 14일 오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총리 관저에서 전후 70주년 기념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즉 일본의 역대 정부는 과거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 피해를 입은 국가들에 대해 반성을 해왔고 지금도 같은 입장이며, 반성을 마음속으로만 한 것이 아니라 실천에 옮겨 지역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위의 것이 총론적으로 반성과 사죄를 담을 것이라면 다음은 각론 부분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됩니다. 전후 600만 명이 넘는 귀환자가 아시아 태평양 각지에서 가까스로 무사 귀환해 일본 재건의 원동력이 된 사실을. 중국에 내팽개쳐진 3000명 가까운 일본인 자녀들이 목숨을 부지하며 성장해 다시 조국 땅을 밟을 수 있었던 사실을.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 호주 등의 포로 출신자들이 오랜 세월에 걸쳐 일본을 방문해 서로 전사자들의 넋을 계속 위로해오고 있다는 사실을. 전쟁의 온갖 고통을 겪은 중국인 여러분과 일본군에 의해 견디기 힘든 고통을 입은 포로 출신 여러분이 그토록 관용을 베풀기 위해서는 얼마만큼 마음의 갈등이 있었고, 얼마만큼 노력이 필요했을까요. 그 점을 우리는 헤아려야 합니다. 관용의 마음 덕분에 일본은 전후 국제사회에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전후 70년을 계기로 일본은 화해를 위해 온 힘을 다한 모든 나라,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자 합니다"

아베의 사죄와 반성 그리고 감사는 구체적으로 일본인 자녀들을 키워준 중국인들에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연합군 포로들에게 헌정됐다. 아베 담화는 다음 맥락에서 재해석할 수 있다.

아베에 따르면 일본 역대 정부들은 일본이 당시 시대의 조류에 휩쓸려 전쟁을 일으켰고, 피해를 입은 국가들에게 반성과 사죄를 마음속으로 했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보상을 함으로써 실천에 옮겼다. 그리고 아베는 직접적으로 미국, 영국, 네덜란드, 그리고 호주 등의 포로들을 언급하면서 이들의 관용 덕분에, 즉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과 전쟁을 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의 관용 덕분에 일본이 전후 국제사회에 복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아베 정부는 일본이 전후 한국을 비롯해 과거 일본 식민지 국가들에게 배상 그리고 차관 및 원조 형태로 제공된 경제개발지원금으로 일본의 반성과 사죄가 현실에서 이뤄졌다고 간주하는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일본의 전후 배상은 다음과 같이 이뤄졌다. 1951년 9월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 근거하여 일본은 필리핀에 5억 5000만 달러, 베트남에 3900만 달러를 배상하였으며 개별 평화조약에 기초하여 일본은 미얀마에 2억 달러, 인도네시아에 2억 2000만 달러를 배상하였다. 1965년의 한일 청구권·경제협력협정에 따라 재산·청구권 문제가 해결된 것을 확인하는 동시에 5억 달러의 경제협력(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을 실시했다. 중·일간의 청구권 문제는 1972년의 중·일 공동성명 발표 후 존재하지 않지만 중국은 전후 중국에 남겨진 일본의 재산을 접수하였다.

일본에게 이제 남은 것은 결국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일본을 다시 '보통'국가로 인정하는 문제만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일본 역대 정부가 전쟁 피해 국가에게 사죄의 의미에서 배상하고 경제개발지원금을 준 것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또 일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전쟁포로들조차 일본을 다시 찾아 과거에 대한 화해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즉 일본의 과오는 이미 충분한 배상이 이뤄졌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이미 일본이 '패전국'이 아니라 자신들과 더불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보통'국가로 대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아베의 담화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일본의 아시아에 대한 인식이 제국주의 시절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당시 일본은 '탈아입구'(脫亞入歐, 아시아를 벗어나 서구사회를 지향하다)를 기초로 '대동아 공영권'이라는 아시아 침략 전략을 갖고 한반도를 비롯한 아시아 각지를 식민지로 만들었다. 아베 담화에서 전쟁에 대한 반성은 있었어도 (그것도 일본이 당시 제국주의라는 세계적 조류에 빠져 있었다고 정당화 하고 있지만) 식민지배에 반성은 어디에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들이 식민지배의 정당성으로 내걸었던 '대동아 공영권'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며 이것은 이들 나라에게 자신들이 전후 지원한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정부개발원조)로 직접적인 것(식민 지배)에서 간접적인 것(기술 및 자본 의존)으로 형태가 바뀌어 지속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베의 이와 같은 담화 내용과 또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식민지배에 대한 측면에서 볼 때 역대 일본 정부와는 다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역대 정부는 대체적으로 구체적이지는 않았지만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가 담화에 들어 있었다. 특히 1995년 패전 50주년에 나온, "식민지 지배와 침략으로 아시아 제국의 여러분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쥤습니다. 의심할 여지 없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통철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한다"는 무라야마 담화와는 큰 차이가 있다. 실상 아베는 평소 자신의 담화가 무라야마와 것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왔었다.

아베의 이번 담화는 대외적이기보다는 대내적인 목적이 더 강한 것으로 보인다. 아베가 일본 국민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마 "지금까지 일본은 일본이 과거 잘못한 것에 대해 할 만큼 했고 그것을 세계(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가 인정하고 있으니 소위 '자학적인 역사관'에서 벗어나 당당한 세계의 일원으로서, 즉 '보통'국가답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가 아닐까?

그렇다면 아베의 이번 담화가 가지는 목적과 의미가 확실하다. 일본은 '보통'국가로서의 행보를 앞으로 더욱 확고히 할 것이며 여기에 대한 정당성을 특히 자국의 국민들에게 확실히 인식시킴으로써 일본 내 여론을 통합하여 '보통'국가로서의 내적 역량을 다지고 면모를 명확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평소 아베는 자신이 총리로서 역사적인 책무가 있다고 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일본을 확고히 '보통'국가의 반열에 세우는 것이다. 아베는 이를 자신의 임기 내에 완성하겠다는 의지를 이번 담화에서 다시 밝힌 셈이다.

아베의 담화에 대해 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전후 70주년 담화는 우리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가 아시아의 여러 나라 국민들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준 점과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한 사죄와 반성을 근간으로 한 역대 내각의 입장이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국제사회에 분명하게 밝힌 점을 주목한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일본 언론들은 위와 같은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 70주년 경축사를 한일관계 개선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했다.

한일 간의 이러한 조짐을 가장 반기는 나라는 미국일 것이다. 미국의 21세기 외교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아시아로의 회귀'는 결국 한미일 삼각동맹을 확고히 구축하여 중국을 견제하는 것인데 한일관계가 진전되지 않아 정책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미 여러 채널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한일 간 관계 개선을 한국에 촉구해 왔다.

▲ 지난 4월 27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열린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 기자회견장에서 손을 맞잡은 미국과 일본 양국의 외교·국방 장관. 왼쪽부터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 ⓒAP=연합뉴스

그러나 한국이 한미일 삼각동맹의 한 축이 돼서 중국을 견제한다는 것은 곧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가장 가까운 한국이 중국 견제의 전초기지가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과 대립 또는 대결이 불가피하다. 대외무역이 국민총생산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가 가장 큰 무역 대상국 (한국의 대중국 무역액은 대미국, 대일본 무역액을 합친 것 보다 많다)과 대립적 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이상적(idealistic)인 것을 떠나 결코 이성적(rational)이라고도 할 수 없다.

일본이 '보통'국가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분명히 표명한 아베의 담화가 나온 작금의 현실에서 한국이 취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외교적 행보는 일본과의 관계를 증진시키고 한미일 삼각동맹 구축을 완성하여 중국견제의 전초기지가 되는 것이 아니다. 동북아시아의 거점 또는 관문이라는 지정학적인 이점을 활용하여 진정한 평화조정자 (peace coordinator 또는 peace facilitator)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것은 한국 혼자서 하기는 어렵다. 지정학적으로도 북한과의 협력속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8.15 담화에서 "광복 70주년을 맞는 역사의 길에서 분단의 역사를 마감하고 평화통일을 이루는 길은 우리 민족이 반드시 가야 할 길입니다. 우리 민족이 다시 하나가 되면, 희망과 기적의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한강의 기적'을 넘어, '한반도의 기적'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평화통일이 그냥 희망 사항이 아니라면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 북한과의 화해 협력은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북한과의 화해 협력이 일본과의 관계개선보다 앞서서 이뤄졌을 때 광복 70주년의 진정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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