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포스트시즌 진출: 1993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오랫동안 가을에 야구하지 못 한 팀인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10연승을 거두면서 뉴욕 양키스를 제치고 아메리칸리그 선두지구로 올라섰다. 7월 29일 콜로라도 로키스의 유격수 트로이 툴로위츠키를 트레이드 해왔을때만 하더라도 블루제이스는 동부지구 선두와 8경기나 뒤쳐지던 상황이었고 덕분에 뒤이어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로부터 데이빗 프라이스까지 영입했을 땐 블루제이스의 이 도박이 실패한다면 후폭풍에 대해 염려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툴로위츠키 트레이드 이후 약 보름이 지난 시점에서는 아무도 그 후폭풍에 대해 염려하지 않는다. 그 걱정이 사라지게 된 이유는 바로 성적.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툴로위츠키 트레이드 이후 13승 1패를 올렸다.
투고타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현 메이저리그에서 유일한 경기당 평균 득점이 5점이 넘는 팀인 토론토는 그러나 핵타선이 점수를 내더라도 그만큼 까먹는 투수진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툴로위츠키 트레이드 이후의 토론토는 크게 달라졌다. 경기당 5.79점을 득점하면서 타선은 여전히 건재했고, 실점이 경기당 평균 2.64점으로 크게 줄었다.
트레이드로 데려온 새로운 에이스 데이빗 프라이스는 15이닝을 던지면서 단 1점만을 내주는 짠물피칭을 선보이고 있으며, 노아 신더가드와 트래비스 다노의 맹활약을 보면서 그저 원망스럽기만 했던 너클볼러 R. A. 디키도 7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올리면서 한때 5점대 후반까지 치솟았던 평균자책점을 3.96까지 낮췄다. 시즌 첫 등판에서 통산 200승을 거뒀던 꾸준함의 대명사 마크 벌리는 그 이후 엄청나게 난타당하면서 '이제 끝났다'라는 말까지 나왔지만, 6월 이후 84.2이닝 동안 2.1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면서 36세의 나이에 회춘한 모습을 보여주는 등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나왔다 하면 팀이 승리하는 드류 허치슨과, 도대체 왜 이 선수를 진작 선발로 쓰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의 활약을 펼쳐주는 마르코 에스트라다의 활약까지. 토론토 선발투수진은 시즌 개막 전 에이스 마커스 스트로만이 부상으로 시즌아웃된 공백을 전혀 느끼지 못 할 정도로 미쳐 날뛰고 있다.
거기에 시즌 초반에는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아보였던 불펜진도 매우 튼튼해졌다. 선발로 나왔을 땐 '볼질'만 일삼던 강속구 유망주 애런 산체스는 불펜으로 가고 나서는 8.2이닝 동안 단 1개의 볼넷만을 내주면서 작년 수준의 활약(33이닝 ERA 1.09, FIP 2.80)을 펼쳐주고 있으며, 약관 20세의 마무리투수 로베르토 오수나는 메이저리그 첫 시즌에 웬만한 특급 마무리 이상의 성적(49경기 51.2이닝 11세이브, 56탈삼진 ERA 2.09, FIP 2.44)의 활약을 펼쳐주면서 ‘재능은 경험에 승리한다’라는 말을 몸소 증명해주고 있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고, 마지막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1993년 이후, 오늘까지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한 순간도 올스타브레이크 이후에 지구 1위에 올라서지 못했었다. 무려 7983일만에 후반기 지구 1위에 올라서는 팀을 보기 위해 토론토 시내에 위치한 로저스 센터에는 4만4597명의 관중이 모여들었다. 오늘을 포함해 이번 시즌 로저스 센터에 4만 명 이상의 관중이 모인 것은 총 14회. 현지 시간으로 토, 일요일이 아닌 요일에 4만 관중이 2번 이상 운집한 달은 지금 8월이 유일하다.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던 1992~1993년,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불러모은 팀이기도 했다. 장기적인 팀의 부진으로 야구장을 떠나 토론토 메이플립스의 아이스하키 경기에만 관심을 가지면서 살던 북쪽의 사람들에게도 다시 야구의 재미를 안겨주기 위해, 청어치들의 돌풍은 끝나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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