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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맞은 프로야구, 2003년 토론토를 돌아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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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맞은 프로야구, 2003년 토론토를 돌아보길

[베이스볼 Lab.] 2015 시즌 정상 진행, 어떻게 봐야 하나

전국을 휩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속에 프로야구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KBO는 9일 이사회를 통해 메르스 사태 및 각종 현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날 이사회는 2015 KBO리그와 퓨처스리그 일정을 중단하지 않고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을 정해 발표했다. 또한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구단과 KBO 차원에서 적극 대처한다는 데도 결의했다.


최근 메르스 사태가 갈수록 악화되면서 야구계 일각에서는 “KBO가 메르스 관련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마스크를 쓰고 언론 앞에 나와 “지금 야구가 문제냐”며 정규시즌 중단을 주장해 논란을 빚었다. 이번 이사회의 결정은 야구계의 이런 요구에 대한 대답으로 풀이된다.

메르스 사태에 스포츠계 강타… KBO도 관중 급감


메르스 사태는 국내 스포츠계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주고 있다. 타 스포츠 종목의 경우 메르스 때문에 예정됐던 경기와 대회가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오는 10일 예정됐던 수원 컨티넨탈컵 U-17 축구대회는 개막을 일주일 앞둔 4일 연기하기로 결정됐다. 4일과 5일로 예정됐던 남녀대학농구리그와 5일부터 스케쥴이 잡혀 있던 전국대학배구리그 경기도 연기됐다.


7월 3일부터 14일까지 광주에서 열릴 예정인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조직위에도 비상이 걸렸다. 세계 각국의 선수단이 참가하는 이 대회에는 중동 지역에서도 약 500명의 선수가 참가를 위해 입국할 예정이다. 대회 기간 방역 문제는 둘째치고, 최근 해외에서 메르스 문제로 한국 입국을 꺼리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KBO는 메르스 사태가 본격화한 6월 들어 관중 동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4월에 경기당 평균 9501명, 5월에 1만2715명이던 관중수가 6월에는 9일 현재 8451명으로 줄어들었다. 5월 동원관중의 66.4%만이 야구장을 찾고 있는 셈이다. 6월 2일부터 4일까지 수원에서 열린 kt와 SK의 3연전에는 사흘 합계 7308명의 관중만이 야구장을 찾았다. 경기장에서는 방역 마스크를 착용하고 응원하는 관중들의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메르스 사태 속에 야구장도 마스크를 착용한 관중이 적지 않다.ⓒ연합뉴스


하지만 야구는 타 종목과 달리 정규시즌 경기를 취소하거나 리그를 중단하는 단계까지는 가지 않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정부 방침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KBO리그가 섣부르게 리그 중단 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다. 일단 시즌 중단 결정을 내리면 취소된 경기를 재편성해 치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자칫 리그 전체를 파행으로 몰고 갈 수 있는 결정인 만큼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9일 이사회에서도 “메르스 사태가 더 악화되어 관계당국의 위기경보단계 상향조정 등이 있을 경우 준비해 놓은 경기일정 편성 매뉴얼에 따라 대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부의 감염병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서 위기경보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으로 나뉜다. 현재 ‘주의’ 단계인 메르스가 ‘경계’ 단계로 상향조정될 경우,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대규모 체육 행사 제한 조치’를 내리게 되어 있다. 향후 메르스가 더 확산되어 ‘경계’ 경보가 내려질 경우, KBO리그 시즌이 중단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이르다.

야구장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 하지만 방심은 금물


그렇다면 야구장에서 실제로 메르스가 전파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전문가들의 견해와 그간 발표된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메르스를 ‘전염성이 낮은 질환’으로 분류하고 있다. <네이처> 등 과학 전문지에서도 “메르스는 인간 바이러스가 아닌 동물 바이러스”이며 “사람 사이에 감염되는 일은 드물다”고 지적하고 있다. 드물게 생기는 인간 감염은 “기본적으로 병원에서만 발생하며, 가정에서는 감염자와 밀접 접촉해 간호할 경우”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통계에 따르면 메르스 감염의 75%가 병원 내에서 발생했다.


또한 메르스가 공기를 통해 감염된다는 증거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의학계의 공식 견해는 메르스가 공기감염이 아니라 비말(침방울)감염이라는 쪽이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폐 깊숙한 곳에 서식하며 입자가 무거워 기침 등으로는 잘 전파되지 않는다. 메르스의 확산은 주로 병원에서 호흡을 돕기 위해 폐에 공기를 넣는 삽관 과정에서 폐의 비말이 분출되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외부, 개방된 공간에서 메르스가 전염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다고 봐야 한다.


지난 2003년 사스(SARS)가 한창 창궐할 당시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사례는 좋은 비교가 된다. 당시 캐나다 토론토 지역은 사스로 인해 WHO가 여행 자제 권고를 내렸고 지역 사회가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홈 경기를 예정대로 진행했고, 일부 선수들이 불안감을 나타내기는 했지만 경기 진행에는 별다른 차질이 발생하지 않았다. 사스는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인 메르스에 비해 훨씬 전염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스(SARS)가 유행한 2003년 당시 토론토 블루제이스 관중석의 모습. ⓒAP=연합뉴스


물론 메르스는 아직 모든 것이 밝혀진 병은 아니다. 바이러스의 특성상 앞으로 변이가 발생하거나, 예상과는 다른 방식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추후 연구를 통해 공기 감염이 가능하다는 증거가 나올 수도 있다. 정부의 잘못된 초기 대응과 불투명성이 인해 대중적인 공포감을 더욱 크게 부채질한 면도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밝혀진 과학적 지식에 비춰보면 야외에서 진행되는 야구 경기장이 메르스의 온상이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현재까지의 메르스 전파 속도와 바이러스의 특성을 놓고 볼 때, 정규시즌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한 KBO의 결정은 합리적인 선택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정규시즌 강행과 별개로 선수단과 관중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예방 조처는 반드시 필요하다. 야구선수들은 단체로 밀접 접촉해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고 전국 여러 도시를 방문하며 경기를 치른다. 일반인에 비해 병원 의료진과 접촉할 기회도 잦은 편이다. KBO와 구단 차원에서 메르스 병원을 점검하고 선수단 내에서 감염자가 나오지 않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만약 선수단이나 구단 관계자 중 한 명이라도 의심환자가 발생할 경우, 해당 팀은 물론 리그 전체의 심각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관중들을 상대로도 메르스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 경기장 곳곳에 세정제 등을 배치해 수시로 이용할 수 있게 배려할 필요가 있다. 최근 KBO리그 경기장 관중 감소는 메르스에 대한 공포감과 군중 밀집 지역에 대한 경계심이 작용한 결과다. 그렇다면 구단과 KBO가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야구장 방문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고 야구장 ‘직관’을 독려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2003년 사스 사태 당시 토론토 블루제이스 구단은 경기장 티켓을 평소의 14분의 1 수준인 1달러에 판매했고, 경기장에는 개막전 이래 가장 많은 4만8000여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당시 토론토 구단 사장은 티켓 할인 정책에 대해 “우리 토론토가 활기차고 안전하고 건강한 도시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토론토 구단 외에도 지역사회 전체가 힘을 모은 결과, 토론토는 빠르게 사스 충격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매일 열리는 야구 경기는 사회가 마비되지 않고 제 기능을 하고 있다는 증표였다. 야구는 공포와 불안에 지친 시민들을 위로하고 하나로 묶는 연결고리가 됐다.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KBO리그가 그와 같은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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