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0일) 경기에서 9호 홈런을 때려낸 강정호의 방망이가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최근 미국 칼럼사이트 <그랜트랜드>의 마이클 바우만은 강정호를 집중적으로 조명한 기사에서 "강정호는 이미 데뷔 4달만에 2260만 달러만큼 팀에 기여했기에,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투자가 가치 있었는지에 대한 논쟁은 더 이상 할 필요도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잘 나가고 있는 선수라도 완벽한 선수는 없다. 누구에게나 불안요소는 있는 법이다. 강정호도 마찬가지다. 내셔널리그 7월의 신인에게는 어떤 불안요소가 있을까?
강정호의 BABIP(페어 지역으로 인플레이 된 공이 안타가 될 확률)은 .350으로 메이저리그 상위권에 위치한다. 만약 규정타석을 채웠다고 가정할 경우 메이저리그 전체 10위에 해당된다. 혹자는 '뭐가 되었든 높으면 좋은 것 아니냐?'라고 할지 모른다. 물론 BABIP가 높다고 해서 나쁠 이유는 없다. 특히 투수와는 달리, 타자의 BABIP는 타자 고유의 타격 스타일이나 주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단순히 운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올해 강정호보다 더 높은 BABIP를 기록중인 타자들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강정호보다 밀어치는 비율이 낮은 타자는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다.
흔히 국내에서는 일본의 야구를 현미경 야구라며 분석력이 뛰어나다고 여기지만, 일본이 현미경 야구면 미국은 허블망원경 야구 쯤 된다. 올 시즌 강정호가 잠시 슬럼프에 빠졌을 때 상대 투수들은 비슷한 코스, 구종의 공을 던지면서 강정호의 약점을 공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분석은 단순히 투수와 타자의 대결에만 그치지 않는다. 타자의 타구가 가는 경향성을 분석해 시프트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요즘 메이저리그의 트렌드다. 시프트를 사용하는 빈도는 해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그렇기에 극단적으로 당겨치는 타자들의 경우, 시프트에 좋은 타구들이 잡히는 빈도가 그만큼 늘어나면서 과거엔 안타가 됐을 인플레이 타구들이 수비수들에게 향해 과거처럼 높은 타율을 기록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다. 먹튀로 전락한 라이언 하워드나, 시프트 깨는 것을 포기하고 그냥 수비가 어떻게 할 수 없도록 담장을 넘겨 버리자고 굳게 마음먹은 마크 테셰이라는 시프트 탓에 타율이 크게 떨어진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그런 면에서 강정호도 지금처럼 밀어치는 빈도가 낮다면, 향후 타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훨씬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강정호와 비슷한 밀어친 타구 비율을 가진 선수들의 BABIP는 강정호를 제외하고는 2할 초반대부터 높아봐야 3할 초반대에서 형성되고 있다.
물론 강정호가 위 선수들과는 전혀 다른 유니크한 선수라서, 혹은 운이 계속 더 따라줘서 지금의 성적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도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확률이다. 다른 선수들은 대부분 다 적용되는데 강정호만 아닐 확률이나, 시즌 내내 행운의 여신이 함께 할 확률보다는 그렇지 못할 확률이 더 높다.
만약 강정호의 BABIP가 .300이었더라면 그의 타격 성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계산을 해보면 타율 .257/출루율 .335/장타율 .410이 된다. 물론 OPS .745는 실제 성적에 비해서는 떨어지는 기록이지만, 메이저리그 유격수 평균인 .678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이며 3루수 평균인 .747에 거의 근접한 대단한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즉 강정호에게 현재 운이 따라주고 있다고 보여지는 부분을 다 제외하더라도, 강정호는 충분히 대단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 워낙 높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강정호기에 우리의 눈높이도 따라 올라갔다. BABIP의 신이 계속 도와주지 않더라도 이 높아진 눈높이를 만족시킬 성적이 나오려면, 모든 공을 당겨치기 보다는 밀어칠 공들은 밀어치는 타격으로 한 단계 더 진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타자의 고유 스타일이 있는 이상, 갑자기 이런 진화가 일어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말처럼 다 된다면 세상에 야구를 못 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강정호는 이미 지난 4달 동안 모든 의구심을 날려보낸 전적이 있다. 지금보다 조금 더 진화한 모습으로 계속 좋은 활약을 보여주길 바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