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그킥(leg kick)'에 대한 우려는 끝났다. KBO리그 출신 야수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강정호가 경기를 거듭할수록 뛰어난 적응력을 발휘하며 타격 동작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고 있다.
11일(한국 시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경기가 대표적이다. 이날 2번 타자 겸 3루수로 출장한 강정호는 첫 타석 2스트라이크 0볼 상황에서 랜스 린의 시속 93마일(149.6km/h) 포심 패스트볼을 상대로 홈런을 때려냈다. 특유의 레그킥을 생략하고 곧바로 방망이를 휘둘러 쳐낸 홈런이다.
강정호는 7회에도 구원투수 미치 해리스의 시속 95마일(152.9km/h)짜리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쳐 결승 좌전 안타를 때려냈다. 이번에는 첫 타석과 달리 레그킥 동작에 이은 스윙으로 안타를 쳐냈다. 이날 4타수 2안타를 기록한 강정호의 타율은 0.333까지 올랐다. 이번 시즌 50타석 이상 들어선 신인 타자 중 가장 높은 타율이다.
강정호의 트레이드마크인 레그킥은 타격시 왼 다리를 들어 중심이동을 돕는 동작이다. KBO 유격수 최초 40홈런을 기록한 지난해까지만 해도 장점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메이저리그 진출이 가시화된 뒤부터는 갑자기 단점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특히 시범경기에서 극심한 부진을 보이면서 레그킥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크게 늘었다. 우완투수 평균 구속이 시속 93마일에 이를 만큼 강속구 투수가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는 레그킥 동작 때문에 타격 타이밍이 늦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역시 프로는 실력으로 말한다. 아롤디스 채프먼의 시속 100마일(160.9km/h) 패스트볼을 상대로 2루타를 쳐낸 강정호에게 레그 킥 때문에 빠른 공에 대처할 수 없다는 말은 이제 아무도 하지 않는다. 최근 경기에서 보여준 좋은 활약으로, 강정호는 분명히 앞으로 더 많은 기회를 보장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시즌이 시작된 지 아직 한 달 밖에 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 대해 흔히 갖는 편견은, 힘 대 힘의 야구를 한다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편견과는 달리 메이저리그의 분석력과 약점공략은 집요하다. 강정호가 활약하면 할수록 상대 팀은 매의 눈으로 강정호의 약점을 파악하려고 들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강정호에게 남은 숙제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보이는 강정호의 약점은 포심 패스트볼의 구속이 아닌, 변형 패스트볼의 무브먼트에 있다.
위의 표는 5월 10일까지 강정호가 각 구질을 상대로 타격한 결과이다. 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강정호는 포심과 변화구에 대해서 좋은 결과를 얻어내고 있지만, 변형 패스트볼(싱커, 커터)를 상대로는 안타를 1개를 뽑아내는데 그치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현상은 위의 표를 봤을 때 더 두드러진다. 변형 패스트볼을 상대로 강정호가 쳐낸 공은 100%의 확률로 땅볼이 됐다. 싱커를 상대로 만들어낸 1개의 안타도 내야안타였다. (현재까지 강정호의 안타 16개 중 내야안타는 4개다. 강정호의 발이 빠르지 않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현재의 타율은 약간의 운이 따른 결과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5월 11일 경기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이날 기록한 홈런과 결승타는 모두 포심 패스트볼을 상대로 만들어낸 결과였다. 반면 너클커브에 헛스윙을 하면서 삼진을 당했고, 싱커를 친 공은 유격수 땅볼이 됐다. 올 시즌 추신수가 부진하던 동안에도 싱킹 패스트볼을 상대로 .539의 타율과 1.000의 장타율을 기록하고 있었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강정호와 추신수의 이런 차이는 투수의 공에 대한 생소함과 익숙함이 원인일 수 있다. KBO리그는 변형 패스트볼(싱커, 커터)를 주무기로 삼는 투수들이 드물다. 육안으로 봤을 때도 메이저리그와 비교해 변형 패스트볼의 무브먼트도 적은 편이다. 이 때문에 강정호는 아직까지 변형 패스트볼을 배트의 중심에 정확하게 못 맞히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약점에도 불구하고 강정호가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시즌이 끝날 때까지 좋은 활약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변형 패스트볼을 좀 더 뜬공이나 라인드라이브로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레그 킥에 대한 우려를 떨쳐낸 강정호가 앞으로의 경기에서 변형 패스트볼에 대한 우려 역시 떨쳐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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