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가 시범경기 2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29일(한국시각) 열린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애틀랜타전, 2-2 동점 9회초 상황에서 친 결승 2점 홈런이다. 7회에는 깨끗한 중전 적시타로 팀의 2-1 역전을 이끌었다. 4타수 2안타 3타점. 시범경기 첫 멀티히트다.
타율이 0.111까지 떨어졌던 강정호는 이날 활약으로 현지 언론의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MLB.com은 "강정호가 2개의 안타를 기록하며 슬럼프를 벗어났다"고 전했다.
마이너리그 연습경기를 치르고 복귀한 지 3경기째에 보여준 활약이다.
27일 마이너리그 연습경기에 출장한 강정호는 홈런을 기록했다. 28일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 복귀해서는 3루타를 쳐냈다. 마이너리그 강등이라는 '충격 요법'이 효과를 거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피츠버그는 강정호에게 '충격 요법'을 시도한 적이 없다. 마이너리그 연습경기 출장은 오히려 강정호의 적응을 돕기 위한 '배려의 조치'였다.
지난 25일 피츠버그의 클린트 허들 감독은 강정호가 마이너리그 연습경기에 출장하는 배경에 대해 "강정호를 압박할 생각은 없다. 스프링캠프의 특성상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는 많은 선수가 출장한다. 강정호에게 필요한 만큼 투수의 공을 볼 수 있도록 다른 방법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닐 헌팅턴 단장의 인터뷰에서도 강정호에 대한 배려가 보였다. 강정호가 마이너리그 경기에 출장한 날, 헌팅턴은 지역지 인터뷰를 통해 "강정호에 대한 믿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강정호를 마이너리그에 보내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고 보지 않는다.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만이 강정호에게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강정호는 어린 선수가 아니다. 그는 시즌에 맞춰 자신의 일을 준비할 수 있는 베테랑이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리고 강정호의 적응을 돕기 위해 "주전 선수에게 차례로 휴식을 주면서 강정호를 연속적으로 경기에 뛰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위기의식은 선수를 분발하게 만들 수 있지만, 과도한 의욕은 자칫하면 선수의 부상을 유발하거나 슬럼프를 더 깊게 만들 수도 있다. 특히 이제 막 새로운 무대에 적응하려는 선수에게는 더 그렇다.
이런 관점에서 허들 감독과 헌팅턴 단장의 인터뷰는 강정호에게 과도한 부담감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최선의 조치였다고 보인다.
또한 허들 감독은 많은 현지 전문가들이 문제 삼았던 레그킥에 대해서도 확실히 선을 그었다. 27일 인터뷰에서 "강정호는 레그킥을 하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조디 머서도 레그킥을 한다. 놀라운 점은 머서의 레그킥에 대해서는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강정호의 레그킥만 문제 삼는다"며 타격폼을 수정하지 않을 것임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30일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자, 2스트라이크 이후 레그킥을 자제하는 부분에 대해서 칭찬했다. 선수의 판단에 힘을 실어주며 기 살리기에 나선 것이다. (사실 강정호는 KBO리그에서도 2스트라이크 이후에는 레그킥을 자제했었다.)
'강정호 포스팅'의 승자가 피츠버그임이 밝혀질 당시만 해도 비관적인 예측이 적지 않았다. 피츠버그는 내야 주전(닐 워커, 조디 머서, 조시 해리슨)이 확고한 팀이기에 강정호가 기회를 보장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KBO리그 최초로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린 강정호가 진출과 동시에 주전을 차지할 팀은 많지 않았다. 낯선 환경에서 적응하는 것은 투수보다 타자에게 더 힘든 일이다. 강정호가 활약하기 위해서는 적응기가 필요했다.
피츠버그는 강정호의 적응을 돕기 위해 많은 배려를 하고 있다. 기회 보장에도, 타격폼에 있어서도 그렇다. 피츠버그는 KBO리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강정호에게는 최적의 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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