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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치보다 사람들 마음이 더 아름다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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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치보다 사람들 마음이 더 아름다운 마을"

[온 가족 세계여행기] 포르투갈 몬산토 마을

포르투갈은 탄성을 자아내는 웅장함이나 대륙의 광활함 같은 걸 느낄 수는 없다. 그러나 청정 자연이 가진 깨끗함과 최서단 땅끝 마을에서의 인간의 역사가 느껴지는 상념들, 잔잔하고 아기자기한 중세마을 오비도스의 소박함이 있다. 재즈 페스티벌이 열렸던 벨렘탑 앞의 젊은이들마저도 술에 취해 출렁이는 요란함이 적다. 아마 스페인에서 이런 축제가 있었다면 여기저기서 소리 지르며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을 것이다. 그러나 재즈축제라고 하긴 무색할 만큼 다소 차분한 분위기다.

포르투갈의 청정자연은 우리에게 또 하나의 기이한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움을 보여준다. 바로 자연 상태의 돌을 그대로 두고 그 주위로 집을 짓고 사는 몬산토 마을. 인터넷 검색만으로 보아도 기이하기 그지없다. 집 위에 커다란 돌이 올라가 있어서 '저기서 어떻게 잠을 자나? 자다가 돌에 깔리는 거 아닐까?' 할 만큼 위태로워 보이는 상태! 돌과 돌 사이의 빈 틈 사이에 집이 있는데 '도대체 저기에 어떻게 집을 지었을까?' 쉽게 상상되지 않는 곳! 심지어 어떤 곳은 집안 한가운데 죽순처럼 솟아나온 돌이 점령하고 있어서 마치 동화 속 콩나무처럼 돌나무가 집안에서 자라난 듯도 하다. 이 모두가 불가사이 한 현상처럼 신기하기만 하다. 우리는 이런 신기한 몬산토 마을을 잠시 들른 후 스페인을 관통해서 프랑스로 가는 경로를 잡는다.


▲ 돌과 집이 어우러져 있다. ⓒ가온가람이 가족

쭉쭉 뻗어있는 고속도로를 생각하며 거리가 멀지 않으니 점심나절에는 도착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고고씽. 그러나 몬산토 마을로 가는 길은 짧은 고속도로를 벗어나 온통 돌로 뒤덮인 시골길을 지나야 했다. 구불거리는 도로 양옆으로 사방에 돌 천지다. 어디에서 이 많은 돌이 굴러왔을까? 여기저기 쌓여있는 돌을 바라보며 지나가기를 한참! 한적한 시골동네가 나타난다. "이곳인가?" 하지만 아니다. 내비게이션은 도착까지 아직도 꽤 많은 시간이 남아있음을 알리고 있었고, 크고 작은 시골 마을을 여러 개를 지나서야 겨우 몬산토 마을에 도착했다.


▲ 돌틈 사이에 입구가 있는 집. ⓒ가온가람이 가족

그곳을 향해 가는 작은 길, 계속 보이는 돌들


돌산인지 아님 돌로 된 지형인지 어디서 굴러온 돌인지 여기저기 온통 돌이다. 그런 길을 따라 한참을 가면 돌로 뒤덮인 마을이 나온다.

사진으로는 한없이 불가사의하게 보였던 집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다. 인터넷에서 보았던 사진처럼 위태로워 보이지는 않는다. 제법 치밀하고 정교하게 돌과 집과 사람들이 하나 되어 그렇게 어우러져 있었다.

차를 세워두고 마을로 들어간다. 마을의 길은 자연스럽게 돌을 따라 산위로 연결되어 있다. 특별한 길도 없이, 돌과 돌 사이를 건너가며 산을 오른다. 사람도 우리뿐이다. 왠지 약간 겁이 나기도 하지만, 등산하는 기분으로 위로위로 올라갔다. 때로는 돌로 된 작은 동굴도 통과하며, 아이들이 다칠까봐 주의와 경고를 끊임없이 해대며, 마치 탐험대장이 된 그런 기분으로 아이들을 지휘하며 낯선 돌산을 오른다. 산 중턱쯤 올라가니 버젓한 길도 있고, 순찰하는 듯한 동네 아저씨도 보인다. 괜히 쫄아서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아이들에게 조심을 강조하며 너스레를 떤 양 쑥스럽기만 하다.


▲ 몬산토 마을을 내려다보는 산 정상에 서 있는 가람이. ⓒ가온가람이 가족

그러나 산 정상에 오르니 누구도 근접하지 못할 정도로 돌로 차곡차곡 쌓아놓은 제법 큰 성이 보인다. 한가운데 자그마한 우물까지 만들어 놓은걸 보니 한참 적들의 공격에 대비할 요량이었나 보다. 이 돌로 뒤덮인 척박한 땅에 그들은 왜 이런 요새를 쌓았을까? 성위로 올라가면 사방의 평지가 눈에 들어온다. 오직 이 지형만 돌산으로 뒤덮인 것이다.

살기 좋은 사방의 평지를 놔두고 이곳에 살게 된 그들의 역사적 배경과 고뇌는 모두 알 수 없지만 지천에 깔린 돌을 이용해서 집을 짓고 살았던 지혜로운 사람들. 적어도 남들보다 돌을 다루는 기술이 뛰어났던 듯하다. 돌을 자르거나 측량하는 기술을 이용해서 성을 지었다는 짧은 안내문구가 적혀있다. 산 정상에 있는 교회인 듯한 집은 마치 우리나라 성황당처럼 여기저기 공포영화에 나올 듯한 인형과 소품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어쩌면 신에 대한 숭배로 여기까지 다다랐을 수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현재 그곳은 척박한 지형에서 살았을 그들의 고뇌보다는 운치 있고 따뜻한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산을 내려와 숙소부터 알아봐야 한다. 그리고 워낙 돌로 뒤덮인 지형이라서 숙소상태는 기대도 안하며 그래도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집들 사이에서 침대표시가 있는 곳에 벨을 눌러본다. 사람도 없고 인기척도 없다. '어떡하지? 숙소를 구할 수는 있을까? 차에 가서 자야하나?' 고민하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잘 못하는 영어로 저쪽에 가면 슈퍼마켓이 있는데 거기에 가서 물어보면 방을 구할 수 있을 것 이라고 했다. 연신 감사하다면서도 슈퍼마켓에서 웬 방을 구한단 말인지 원! 반신반의하며 찾아간 슈퍼마켓에서 우린 방을 구했다. 아주 깨끗하고 샤워시설이 잘 갖춰진 방을 친절한 아줌마의 설명과 함께. 주인 아줌마는 이층 숙소와 아래층 슈퍼를 같이 운영하고 있었다. 우리가 방이 너무 깨끗하고 좋다고 말하자, 자기도 여행을 좋아하는데 지저분한 숙소에서 잘 때는 기분이 안 좋다며, 여행자에게 깨끗한 방을 제공하는 것을 아주 자랑스러워 했다.

사람 사는 세상의 느낌이다. 말이 잘 안통해도 곤궁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려는 친절과 자신도 여행을 좋아하기 때문에 싸고 깨끗한 숙소에 대한 바람을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배려하는 느낌! 방을 얻고 나서 동네구경 다니다 슈퍼마켓으로 가보라는 그 아줌마를 다시 만났다. 잘 구했냐며 눈인사를 하신다. 방긋 웃음으로 화답하며 엄지를 들어 올리자 쑥스러운 듯 웃고 만다.

방값을 계산해야 하는데, 이곳은 한참 시골이라서 카드결제가 안 된다. 현금을 지불해야 한다는데, 찾아둔 현금으로는 방값도 못 치르고 밥도 먹을 수가 없다. 물어물어 현금인출기 있는 곳을 찾아간다. 마을 어귀 귀퉁이에 현금인출기 한 대가 있다.

현금을 찾아서 나오는데, 웬 시골 할아버지가 우리 애들을 부른다. 뭘 주려는 건지 주머니에서 손으로 만든 것 같은 천으로 된 동전지갑 두개를 건네주며 가지라는 시늉을 한다. 갑자기 만난 관광객에게 이런 호의라니? 그것도 현금인출기 앞에서 말이다.

항상 접하는 뉴스에서 현금인출기 앞의 도난부터 시작해서 얼마나 험악한 일들이 많은가? 괜한 의심부터 해보는 우리의 척박한 마음상태는 아랑곳하지 않고 어린아이 같은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아이들이 예뻐서 주는 거란다. 우리는 감사하다며 요플레라도 하나 드리려는데 선물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으려는 듯 한사코 거절하신다. 우린 애들과 사진 한장을 같이 찍자고 권했고 가람이의 후언에 의하면 손을 꼭 잡으라는 표정을 지으셨다고.

우린 할아버지가 주신 2개의 동전지갑을 여행 내내 정말 요긴하게 사용하였다. 특히 체코와 헝가리처럼 다른 통화를 사용하는 나라에서는 한쪽엔 유로 동전을 한쪽엔 자국통화 동전을 넣어가며 편리하게 사용하는 동안 할아버지의 따뜻한 미소를 계속 기억하였다.


▲ ⓒ가온가람이 가족

다음날 이렇게 따뜻한 몬산토 마을 사람들을 뒤로하고 아쉽게 출발하려데 마을 어귀에서 생전 처음 보는 할아버지가 생김새도 다른 우리를 보며 잘 가라는 손 인사를 하신다. 도심으로 보낸 자식들이 그리웠는지. 사람에 대한 정이 넘쳐나서 누구나 마을에 오는 사람들을 보낼 때 아쉬운 마음이 남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하는 자식에 대한 연인에 대한 그리움 가득한 눈과 손짓은 어디서 본 듯 데자뷰 같은 느낌이다. 갑자기 울컥하며 눈물이 흐른다. 사는 곳과 생김새는 달라도 사람 사는 세상의 그리운 눈빛은 한결같다.

말보다 우선하는 사람들의 친절한 마음이 있었던 몬산토 마을. 그곳은 아름다운 절경보다 따뜻한 마음이 한가득 남는 곳이다. 이렇게 몬산토 마을의 뭉클함은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남아있었다.

▲ ⓒ가온가람이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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