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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여성 의원들, 뒤늦게 '심학봉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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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여성 의원들, 뒤늦게 '심학봉 비판'

檢 수사, 국회 징계 등 요구…전날 '아침소리'보다 낮은 수위

새누리당 여성 의원들이 40대 여성 보험설계사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심학봉 의원에 대해 처음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사건이 공론화된 지 1주일이 다 돼서야 입장이 나온 데다, 야당은 물론 전날 발표된 새누리당 초·재선모임 '아침소리' 입장과 비교해도 온건한 내용이어서 오히려 뒷말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여성 의원 20명의 모임 '새누리20'은 7일 오전 회의를 갖고 이후 브리핑을 통해 모임 차원의 입장을 밝혔다. 회의에는 이 모임 회장인 나경원 의원과 간사인 이자스민 의원 외에 류지영, 문정림, 민현주, 신경림, 신의진, 황인자(가나다순)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회의 후 발표한 '심학봉 의원 성(性)윤리 긴급현안 대책 브리핑'에서 이번 사태를 "불미스럽다"는 한 단어를 반복 사용해 규정했다. 이들은 "참으로 불미스러운, 있어서는 안 되는 일로 성명서를 내게 돼 매우 안타깝다"며 "새누리20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불미스러운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정치·사회·문화를 바꾸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

사건 내용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판은 "이번 사건은 최근 문제되고 있는 고교생 성추행 사건을 비롯,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범죄 등 문제를 경시하는 사회적 문화와 맞닿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들이 요구한 대책은 △"검찰은 더 이상의 의혹과 불신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할 것" △ "국회는 수사 결과와 별개로 윤리특별위원회를 즉각 소집해 징계 결정을 조속히 내릴 것" △"새누리당은 의원총회를 소집해 향후 재발방지 대책 및 당 차원의 대응방안을 논의할 것" 및 "향후 새누리당 공천준칙, 윤리준칙을 강화하여 다시는 성 관련 문제가 당내에서 발생되지 않도록 할 것" 등이었다.

그러나 지난 1일부터 이 사건이 본격 공론화됐다는 점에서, 여당 여성 의원들이 너무 오래 침묵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미 제기돼 왔다. 심지어 지난 5일에는 여성 의원 2명이 심 의원의 의원직 사퇴에 반대하며 MBN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남성 중에 안 그런 사람이 어딨느냐", "정치인도 사람"이라고 말해 여론의 포화를 맞기도 했다.

사건에 대한 인식 면에 있어서도 오히려 전날 '아침소리' 입장에 비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아침소리는 전날 "사법기관 판단과는 별개로, 국회의원이 국회의 중요한 일정에 불참하고 호텔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벌였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국민들 보시기에 용인될 수 없는 문제"라며 "새누리당 윤리강령에 비춰도 4조 품위유지, 6조 성실한 직무수행, 21조 성희롱 금지 등 복수의 조항을 위반한 사례"라고 조목조목 강하게 비판했다.

향후 대책에 있어서도 아침소리는 △"당이 앞장서서 심학봉 의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회부할 것" △"의원직 제명까지 배제하지 않는 징계를 주도할 것" △"성추문 연루자의 무고가 밝혀지지 않는 한 공천 및 선출직에서 배제할 것" 등을 요구했다. '새누리20'과 비교하면 확연히 한 톤 더 강경한 어조다.

과거 새누리당 등 여권 정치인이 연루된 성 추문 사태에도 여당 여성 의원들은 소극적 태도를 보인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지난 2013년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대통령 방미 수행 중 성추행' 사건 때는 새누리당 여성 의원들이 비판 입장을 발표했으나, 윤 대변인은 이미 경질된 지 이틀이나 됐을 때였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캐디 성추행' 사건이나, 김형태 전 의원의 '제수 성추행' 의혹 등이 제기됐을 때는 아예 당 소속 여성 의원들 차원의 입장 발표 자체가 없었다. 한국 사회에 전반적으로 남성 중심적 문화가 만연한 가운데, 주류 엘리트 출신이 많은 새누리당에 이런 경향이 더 강한 것도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반면 성추문 당사자가 야당 인사일 경우에는 이들도 기민하게 대응했다.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이종걸 당시 민주통합당 최고위원(현 새정치연합 원내대표)이 박근혜 대통령을 '그×'이라고 표현했을때 새누리당 '여성 의원 일동'은 "새누리당의 여성 대선후보에게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천박한 막말을 했다"며 당직 사퇴를 요구했다.

2013년 민주당 당직자의 출입기자 성추행 사건 발생 때는, 심지어 피해자가 공개를 원치 않았던 사건인데도 이런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신의진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이 사건 내용을 방송 카메라 앞에서 공개 브리핑하기도 했었다. 한편 이 사건 당시 가해자로 지목됐던 당직자는 당시 해고됐었으나 현재는 다시 새정치연합에서 고위 당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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