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성폭력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였다. 가해자가 민주통합당 당직자라는 이유로, 피해자가 공개를 원치 않는 성폭력 사건을 방송 카메라 앞에서 공식 브리핑한 것. 피해자는 민주당 출입기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메라 앞에 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이 하필 성폭력 피해아동 정신과 치료 활동으로 유명해진 신의진 의원이란 점도 얄궂다. 민주당은 12일 신 대변인의 당직 사퇴를 요구했다.
지난 10일 민주당과 피해자 소속 언론사에 따르면, 지난달 5일 있었던 한 술자리에서 민주당 소속 전문위원이 기자를 성추행하는 일이 있었다. 해당 언론사는 자체 진상조사를 거쳐 같은달 24일 민주당에 가해자의 처벌을 요구했고 당은 31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가해자인 전문위원을 해임 조치했다.
민주당과 해당 언론사는 피해자가 사건의 공개를 원치 않는다고 밝혔고, <프레시안>은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해 이 시점에서 기사화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신의진 원내대변인의 주장을 인용해 '성추행 은폐 의혹' 등의 주제로 보도했다.
당시 신 대변인은 "민주당 당직자가 여기자를 택시 안에서 성추행했고 이를 무마하려 했다"며 "민주당과 해당 언론사가 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 대변인은 사건 일시에 대해 "최근이다. 이번 주"라고 말하거나 '피해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거냐, 아는 데 밝히지 않는 거냐'는 질문에 "소문으로는 알죠"라고 답했다. 또 그는 '피해자가 사건의 공론화를 원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도 "모른다. 공개를 원치 않았으면 회사에 말했겠느냐"고 말했다. 신 대변인이 사건의 정확한 진상도 파악하지 않은 채 브리핑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박용진 "신의진, 당직 사퇴해야…당 차원 공모라면 이한구 책임"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12일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에서 정치쟁점화할 마음을 먹고, 있어서는 안 될 상식 밖의 일을 한 것"이라며 "대한민국 정당의 인권 감수성이 이거 밖에 안 되나 생각해볼 문제"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그렇게 해서 피해자가 직장 내에서 정상적으로 자기 활동을 할 수 있겠냐"면서 "2차 가해 금지와 피해자 중심주의라고 하는, 우리 사회가 어렵게 세운 원칙을 한 방에 무너뜨린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신의진 원내대변인에 대해 "의원직 사퇴는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당직 활동을 하지 마셔야 한다"고 원내대변인직 사퇴를 요구했다. 그는 나아가 문제의 브리핑이 신 대변인 개인의 판단에서 나온 게 아니라 당 차원에서 '사전 공모'한 일일 경우 이한구 원내대표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변인은 민주당의 사건 처리와 관련해서는 "당직자에 대한, 직장 내 성폭력과 관련한 적절한 사전 예방교육이 있었는지는 점검해볼 문제"라면서도 "(사건 처리는)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해 (피해자) 본인이 요구하는 가해자 처벌 과정을 정확히 밟았고, 공개를 원치 않는 피의자의 입장 배려해 대변인도 몰랐고 당 대부분도 몰랐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합의한 방식에서 잘한 것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