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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이재명 시장이 뜨는 이유?

[주간 프레시안 뷰] 모험 즐기는 도전적 리더십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이재명 시장, 국정원 직원 유서를 유서 같지 않다? 제2의 유서대필 사건으로 몰아가려는 건가요? 사람의 죽음 앞에서만큼은 말을 삼가는 것이 인간된 도리이고 예의입니다. 타인의 죽음을 비하하고 모독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심판받을 것입니다"라고 비판하자 이재명 성남시장은 다음과 같은 트윗으로 응수합니다.

"하태경 의원님은 이해됩니까? 내국인 해킹 안 했다면서 그 증거를 삭제하고 자살? 내국인 해킹 안 했으면 왜 죽으며, 유리한 증거를 왜 삭제하고 자살하죠? 대선 부정, 간첩 조작, 집안일 개입 등 국정원은 항상 상상 이상이죠. 혹 망자 예우 들먹이며 국민 입 막는 게 작전입니까?"

하벨 "비전은 반드시 모험과 결합돼야"

이재명 성남시장의 와일드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어떤 주제든, 어떤 내용이든 거침이 없습니다. 대통령이든, 국정원이든 대상을 가리지 않습니다. 비판에 성역이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 진실규명에서부터 메르스 사태 대응에 이르기까지 관심영역도 전방위적입니다. 무모하다 싶을 정도로 용감합니다. 이 시장의 스타일을 단적으로 보여준 이 트윗은 1100회가 넘는 리트윗을 기록했습니다.

"비전으로는 충분치 않다. 비전은 반드시 모험과 결합돼야 한다. 계단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반드시 계단을 밟아 올라가야 한다."

벨벳혁명을 이끈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의 말입니다. 시끄럽고 모험적인 이재명 시장을 보고 있으면 이 말이 떠오르곤 합니다. 애매한 중도확장론으로 존재를 감추고 두려워하며 계파 간 싸움으로 무기력해진 새정치민주연합의 행태와 비교되면서 이 시장의 행보는 일부 진보 진영의 지지자들에게 강력한 카타르시스를 주고 있습니다.

사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도 진척이 없고, 메르스 사태 책임자들은 사과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해킹 프로그램으로 국민을 불법적으로 사찰한 의혹을 받고 있는 국정원은 자료조차 내놓질 않습니다. 오히려 노동시장 구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이제 마지막 남은 50대의 임금마저 재벌의 이익을 위해 헌납하려 하고 있습니다. 법인세는 그대로 두고 임금 피크제 등의 고용유연화를 통해 700조 원이 넘는 사내보유금을 쌓아두고 있는 재벌의 곳간을 더 채워주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야당의 태도는 여전히 무기력합니다. 국정원 불법해킹 사건이 한창인 때에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는 생뚱맞게 의원 정수 확대를 들고 나왔습니다. 국민정서에 맞지도 않는 이야기로 국정원 이슈에 스스로 물타기를 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표도 국정원 해킹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이 중요한 시점에 의원 정수 논쟁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여당의 유승민, 야당의 이재명

박근혜 정부 들어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과 권위주의 통치, 반의회주의와 맞서 결기를 보여준 정치인은 유승민과 이재명이 독보적입니다. 이재명 시장의 인기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들여다보고 해석해야 할 차별화된 리더십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7월 초에 실시한 한국갤럽의 차기 대권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이재명 시장은 3%를 얻습니다. 기초단체장인 그가 수많은 광역단체장을 제치고 여야 4명씩 조사하는 한국갤럽 조사에 포함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목을 받기에 충분합니다.




이재명 시장은 트위터, 블로그, 뉴스, 커뮤니티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7월13일부터 19일까지 1주일 동안 SNS에서 이재명을 언급한 문서는 모두 4만2842건이 검색돼 박근혜 대통령, 문재인 대표, 안철수 위원장에 이어 4위를 기록했습니다. 문 대표와 안 위원장과는 언급량에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근접해 있습니다.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1위인 박원순 서울시장보다도 언급량이 많았습니다. 한국갤럽 지지율이 우연이 아님을 뒷받침해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같은 기간 이 시장의 뉴스 언급량은 300여 건으로 문 대표의 1500여 건에 비해 20% 수준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뉴스 관심도 대비 SNS 언급량을 산출하면 압도적 1위가 이 시장인 셈입니다.

왜 이렇게 인기가 높은 걸까요?
앞서 언급했듯이 속 시원한 정부 비판이 지지자들을 결집시켰습니다. 이 시장은 이 부분에서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죠. 국정원에 대한 과감한 비판은 아슬아슬하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별명이 '사이다 시장'입니다. 속을 시원하게 뚫어준다는 뜻이죠.

하지만 이 시장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습니다. 성남시장이 과도하게 정부 비판에 몰두한다는 지적도 많이 나옵니다. 보수언론이 이 시장을 공격하는 건수는 더욱 많아지고 있고 메르스 보도와 관련해 <문화일보>와는 소송 직전까지 갔습니다. <문화일보>는 결국 이 시장에게 정중히 사과하는 정정보도문을 게재했습니다. 보수 진영이 아니어도 이 시장의 거친 행보를 마뜩치 않게 생각하는 진보 진영의 인사도 꽤 있습니다. 오만해 보이는 태도 때문입니다.

이재명 "내가 하면 실현된다"

하지만 이 시장이 정부 비판을 잘해 재선이 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시민들은 그렇게 아둔하지 않습니다. 성남시에 가면 이 시장은 '일 잘하는 시장'으로 통합니다. 그의 SNS 슬로건은 "대한민국이 못해도, 성남은 합니다"입니다. 재선 때 슬로건이지요. 매우 도발적입니다. 과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보기에 따라 매우 위험한 캐치프레이즈일 수도 있습니다.

성남시는 지난 17일 소비자평가원이 주는 2015대한민국미래경영대상 시상식에서 우수 의정행정기관으로 선정돼 상을 받았습니다. 성남시는 민선5기 시작과 함께 2010년도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초긴축 재정운영과 자산 매각 등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5731억 원에 이르는 비공식 부채를 3년6개월 만에 정리했습니다.




이후 안정화된 재정으로 친환경 무상급식, 저소득층 무상교복 지원, 무상 공공산후조리원 건립을 추진해 왔습니다. 또 공공 성남의료원 사업을 통해 진주의료원을 폐쇄한 홍준표 경남지사와 선명하게 대비되기도 했습니다. 또 최근엔 "청년들을 대상으로 청년배당 도입을 위한 정책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본소득 개념을 청년들에게 적용한 정책인데 지역화폐 도입 등으로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복안입니다. 물론 거센 논란이 있습니다. 불가능하다는 말도 나옵니다. 그런데 이재명 시장은 "내가 하면 실현된다"는 생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강력한 정치비판을 넘어 일 잘하는 시장이라는 이름이 따라다니는 까닭입니다.

이 시장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개인의 책임만 강조되고 공공성은 약화되고 있다. 무한경쟁, 각자도생, 승자독식 등 야만사회로 가고 있다. 그러나 국가는 국민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환경 속에서 공정한 기회를 누리도록 해줘야 한다. 그래야 그 사회가 발전하고 그 구성원들에게 희망이 생긴다. 그 조건을 만드는 게 정부다."

최근 한 달 동안 소셜 빅데이터에 나타난 이재명 이슈 분포도를 보면 성남시장이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하면서 국정원 비판뿐 아니라 시민복지와 재정안정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끌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또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들, 즉 변희재 씨 등에 대해서는 소송으로 맞대응하면서 고소고발 관련 키워드들도 강하게 분포해 있습니다.

이재명 시장이 차세대 리더로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성남시의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미래 어젠다를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현대 지도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시장은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말합니다.


"문제는 행동할 수 있느냐, 없느냐다. 용기와 결단의 문제다."

▲이재명 성남시장. ⓒ프레시안(최형락)

용기와 결단 넘어 깊은 성찰 필요

이 시장은 시끄럽고 완강하게 야권의 대선후보군에 합류했습니다. 기초단체장으로서는 참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이 시장 앞에 놓인 길이 그렇게 평탄한 것만은 아닙니다. '셀프 디스'나 '총선 불출마 선언' 같은 것만으로는 넘어서기 어려운 지점이 있습니다.

지나친 자신감은 자만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자신감이 오늘의 이재명을 만들었지만 그 자신감이 이재명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습니다. 수없이 많은 경우에 그렇습니다. 더 큰 지도자가 되기 위해선 장점을 겸손하게 내리고,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필사적인 여정에 나서야 합니다.

최근 이 시장의 과감한 행보는 많은 지지자들을 확보하기도 하지만 많은 안티들을 생성하기도 합니다. 이 시장은 이제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안희정, 김부겸 같은 대선후보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스스로의 가능성을 입증해 가야 합니다.

어느 분야든, 주목을 끌 만한 수준까지 오르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그 다음부터가 어렵습니다. 바둑에서도 아마 유단자가 되기까지는 상대적으로 쉽지만 프로가 되기는 정말 어렵고 정상급 기사가 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조훈현은 <고수의 생각법>에서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면 서너 수 앞이 안 보인다. 수읽기를 제대로 한다는 것은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는 욕심을 버리는 일"이라고 일갈했습니다. 전략적 판단을 위해선 욕심을 부추기는 부류를 당분간 멀리할 필요도 있을 것입니다.

<나노베이션>의 저자인 케빈 앤드 재키 프레이버그 형제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을 의심하는 자세는 자신의 시야를 넓혀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해 준다"고 했습니다. 이재명 시장이 더 큰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성장시킨 동력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어떤 것들을 완전히 새롭게 재구성할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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