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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주'를 살려야 한다!

[기자의 눈] 진보 정치의 미래

조성주 정의당 대표 후보가 결국 결선 투표 진출에 실패했다.

정의당 안팎에서야 이미 예상됐던 시나리오다. 어떤 이들에게는 원내 국회의원인 심상정 후보가 원외의 노회찬 후보에게 상당한 격차로 뒤진 것이 오히려 뉴스일 것이다. 아직 결선 투표가 남았지만, 심상정 후보가 세 후보를 앞설 것이라던 당 안팎의 예상을 뒤집은 것은 분명히 의미심장한 일이다.

그런데, 그래서 어쩌라고? 조성주 후보의 결선 투표 진출이 좌절됨으로써 정의당 당 대표 선거는 다시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말았다. 정의당은 모처럼의 호기를 놓쳤다. 노회찬, 심상정 두 후보가 공히 인정하듯이 정의당이 아니 진보 정당이 "외부로부터" 이토록 "긍정적 관심"을 받은 적이 언제였던가?

불발로 끝난 세대교체

노회찬(56년생), 심상정(59년생) 두 후보는 노동 운동, 진보 정당 운동으로 잔뼈가 굵은, 말 그대로 1세대 진보 정치인이다. 2004년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으로 나란히 원내로 진출해서 말 그대로 '스타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나중에는 각각 서울시 노원구(노회찬)와 고양시 덕양구(심상정)에서 선거에서 승리함으로써 현장에서의 생존력도 점검받았다.

그래서 아쉽다. 이 시점에 굳이 두 정치인이 정의당 대표에 목을 맬 필요가 있었을까? 이런 시나리오는 어땠을까? 둘 중에 누가 됐든지 간에 이런 선언을 했으면 어땠을까?

"선거 과정에서 조성주 후보와 진보 정당의 미래에 대한 시민 여러분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했습니다. 저는 이 순간부터 조성주 후보 지지를 선언합니다. 그리고 조 후보가 출마 선언문에서 선언한 '미래와의 싸움'에서 백의종군하겠습니다. 진보 정당의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새롭게 태어날 진보 정치의 밀알이 되겠습니다."

노회찬 후보든, 심상정 후보든 누구든 이렇게 선언하고 나섰더라면, 그래서 조성주 후보가 결선 투표에 나서거나 혹은 결선 투표 없이 정의당의 30대 당 대표로 당선이 되었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정의당에 대한 시민의 관심은 더욱더 뜨거워졌을 것이다. 당연히 조 후보와 정의당의 행보는 지리멸렬한 진보 정치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진보 정당, 10년의 실험은 끝났다

물론 조성주 후보 같은 경험 없는 정치인이 총선(2016년)에서 대선(2017년)으로 이어지는 무거운 정치 일정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당장 몇 명이 될지 모르는 진보 정당 몫의 국회의원 비례 대표를 어떻게 나눌지를 놓고서 진행될 당내의 지루한 갈등을 조 후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심상정 후보는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원내 3당으로서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원내외 단일 대표 체제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원내외를 아우르는 강력한 리더십이어야 선거법 개정 투쟁에 힘을 집중할 수 있고, 다른 당과의 관계에서도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당 안팎의 정치 공학을 감당할 적임자가 필요하다며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진보 정당 안과 밖의 커다란 시각차가 존재한다. 2004년 민주노동당 원내 진출 이후 10년 동안 진보 정당은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보였다. 이제 시민은 진보 정치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냉정하게 파악하고 있다. 진보 정당은 그들이 말하는 "세상을 바꿀" 실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욕하던 기성 정당의 문제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했다.

여기에 통합진보당 일부 세력의 시대착오적인 행태가 결정타를 먹였다. 대다수 시민은 이제 진보 정당의 존재 의의조차 심각하게 회의하는 상황이다. "세상을 바꿀" 실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동시대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컬트적인 취향까지 가지고 있는 정치 세력을 도대체 누가 지지한단 말인가?

조성주 후보의 출마 선언문이 화제가 된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조 후보는 현실에 발부터 딛고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세심히 따진 다음에, 할 수 있는 것부터 우선 해보자고 주장한다. 바로 그런 지극히 상식적인 호소가 진보 정당의 세대교체를 주장하며 나오자 시민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여전히 '조성주'가 화두다!

노회찬, 심상정 후보를 비롯한 1세대 진보 정치인으로서는 억울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진보 정치의 빛나는 성취에 대한 박한 평가가 야속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지난 10년간 진보 정치의 성취만큼이나 진보 정치가 해내지 못한 것 심지어 잘못한 것의 책임까지도 사실은 두 사람과 1세대 진보 정치인이 나눠져야 할 몫이다.

그리고 이제 그들 앞에는 진보 정치의 세대교체를 주장하며 등장한 후배 정치인이 있다. 결선 투표에서 누가 당 대표로 선출되든 지금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다시 '조성주'로 상징되는 세대교체 즉, 인적 쇄신을 비롯한 변화를 당 안팎에서 어떻게 구현하는지 여부다. 조성주에 대한 시민의 관심을 살릴지 죽일지에 진보 정당의 운명이 달렸다.

진보 정당은 새로운 세대와 함께 화려하게 부활할 것인가? 아니면 구세대와 함께 한국 정치에 기생하는 '좀비'가 될 것인가? 지금 진보 정당은 갈림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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