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자' 오명에 시달려왔던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임기가 8월 12일 끝난다. 임기 종료가 당장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위원장 임명권을 쥔 청와대는 후임 인선 기준 및 절차에 대해 함구하는 모습이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인선절차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연석회의)'는 8일 청와대 앞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는 인권위를 인권기구답게 할 인권위원장 인선 절차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청와대, 현병철보다 더 악질 임명할까 봐 걱정"
연석회의는 "인권위가 지난해 세월호 참사나 통합진보당 해산, 성 소수자 혐오세력의 발호 등 주요 인권 현안에 대해 침묵하며 인권 옹호가 아닌 정권 옹호에 혈안이 돼 있다"며, 이같은 상황은 무자격 인권위원 선출로부터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은 "다음 위원장으로 무자격자인 현병철보다 더 악질적인 사람을 인선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기대는 없지만 할 말은 해야 한다. 인권위는 경비견 역할을 해야 한다. 아파서 피눈물 흘리는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 그런 곳을 이끌어갈 사람이 인권위원장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연석회의는 우선 청와대 입김이 통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임명했던 관행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투명한 인선 절차 마련과 그를 통한 자격 있는 인권위원의 임명'을 강조했다.
국제사회 또한 투명한 인선 절차 마련을 줄기차게 촉구해왔다. 국가인권기구간 국제조정위원회(ICC)는 2008년부터 한국 인권위에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인선 절차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묵묵부답이었고, ICC는 전례 없이 한국 인권위에 대한 등급심사를 연달아 세 번 보류했다. 사실상 등급 하락이다.
강은지 국제민주연대 팀장은 "현재 인권위는 2008년 이전 쌓아온 공들이 제 것인 양 명예에 취해 실제로는 국제사회가 얼마나 우려하는지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며 "ICC 권고마저 인권위와 청와대가 안 듣는다면 단순히 등급 보류를 넘어서 강등되는 수모를 당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ICC 등급 보류, 다음엔 강등될 수도" 계속되는 국제사회의 경고
최근에는 유엔인권이사회(UNHRC) 회의에서 한국 인권위원 인선과 관련한 지적이 공개적으로 나오기도 했다.
해당 발언이 나온 것은 지난 6월 29일 열린 유엔인권이사회 정기 회의에서다. 이 자리에서 Commonwealth Human Rights Initiative(CHRI) 소속 Iniyan Ilango는 공개 토론을 통해 아시아 국가 인권기구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시민 사회 등 이해 관계자가 포함되지 않고 투명한 심사 과정 없이 위원 선출이 이뤄지고 있다"며 "최근 예로, 한국에서는 공개적으로 차별을 지지했던 후보가 인권위원으로 임명되었다"고 말했다. 이는 최이우 인권위원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바로가기 : UN WEB TV)
최 위원은 지난해 11월,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처음 인권위원으로 임명된 인물이다. 차별금지법 반대 활동에 앞장선 '미래목회포럼' 소속 목사다. 포럼은 지난 2013년 한 고등학교 도덕 교과서에 동성애 옹호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교과서 재심의와 수정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동성애가 선천적이 아니고 비정상적이며 비도덕적이라는 것, 동성애자의 질병 감염 실태와 불행한 삶도 함께 서술해야 한다"고 덧붙여 논란을 낳은 바 있다.
최 위원은 또한 개인적으로 "우리 사회에 차별금지법안이 가져올 폐해에 대해 기독교가 염려하고 있다", "동성애나 동성혼 이런 문제까지 교회가 허용할 문제가 아니다" 등 숱한 차별 발언을 해 지난해 임명 당시 인권시민단체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종걸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최이우 인선에 대해 "청와대가 사회적 소수자를 차별해도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청와대는 인권위 인선 절차에 실질적으로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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