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한편에서는 '이번이라고 제대로 되겠냐'는 부정적 시선이 벌써부터 나오기도 한다. 이미 수 차례 혁신위를 만들고 혁신안을 냈던 새정치연합의 전력에 비춰볼 때, 김상곤 위원장이라고 별 수 있겠느냐는 자조 섞인 말이다.
그런데 지난 12일 혁신위 1차 회의에서 "'종이 당원' 명부를 당장 불태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이가 있었다. '유령 당원' 혹은 '종이 당원' 문제가 가진 민감성은,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그런데도 총선을 앞두고 당원 명부 문제를 정면 거론한 대담함에 대번 시선이 쏠렸다.
'종이 당원' 발언의 주인공은 청년 몫으로 혁신위원회에 들어간 이동학 당 청년위 부위원장이었다. 이 위원은 17일 <프레시안>과 한 인터뷰에서 '혁신위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것을 못 건드리면 혁신이 아니다. 반발이 있어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혁신위의 첫 과제가 될 '기득권 타파' 문제에 대해 그는 '호남·50~60대·남성·엘리트'라는 집단이 정치적으로 과대 대표된 것이야말로 '기득권'이라고 지적했다. 세비 줄이기, 공짜 비행기표 반납 등 '국회의원 특권 버리기 경쟁'은 정치 기득권 문제의 본질이 아니며, 김상곤 혁신위가 이런 방향으로 가서도 안 된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 위원은 새정치연합의 '뜨거운 감자'인 계파 문제와 관련해서는 "선거에 승복해야 된다. 당 지도부를 뽑아 놓고 흔드는 행위는 무책임하다"며 친노와 비노 양쪽을 모두 비판했다. 그는 최근 자신이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 사퇴가 무책임했다"고 말한 것과 관련, "소위 '친노' 그룹도 김한길·안철수 전 대표 때 연판장 돌리지 않았나"라며 어느 계파를 막론하고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지도부를 계파의 힘으로 흔드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청년 이슈'에 대한 입장도 들어 봤다. 이 위원은 과거 새누리당의 이준석·손수조 씨 발탁에 대해 "깜짝쇼"라고 일축하며 "그 이후 새누리당이 청년 세대를 위해 움직이지 않았다. 진정성이 없다"고 혹평했다.
'세대론이라는 담론이 아직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그는 "불가피하다고 본다"며 "오히려 지금은 세대론의 초입 단계이고, 앞으로는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년 문제는 저출산·고령화, 국가재정 악화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세대론은 청년만을 위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全文).
"유령당원 문제 못 건드리면 혁신 아냐…반발 있어도 반드시 할 것"
프레시안 : 혁신위 첫 회의에서 '종이 당원' 문제를 언급했다. 새정치연합의 '종이 당원', 또는 '유령 당원'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가?
이동학 : 단적인 예로, 제가 올해 4월 청년위원장 선거에 나갔다. 45세 이하 청년 권리당원이 10만 명이라고 했다. 문자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데, 문자 보내는 게 다 돈이다. 한 번 보내면 300만 원 든다. 저는 가난하니까 (웃음) 딱 1번만 보내기로 결심하고 심혈을 기울여 내용을 써서 보냈는데, 욕설 답문이 몇 통 돌아왔는지 모른다. "나 당원 아닌데 왜 자꾸 문자 보내냐" 이런 거였다.
이 정당이 뭘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청년위원장 선거가 이런데, 당 대표 선거는 더하지 않겠나? 후보자 입장에서도 그렇고, 당원 입장에서도 당원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있다. 진짜 당원은 소수고, 지역위원장이나 국회의원의 '하수인'처럼 입당한 당원이 많다. 그러니 선거 때 동원만 당하고, 당은 의원 중심으로 가서 의원이 모든 자리를 독식한다.
프레시안 : 유령 당원이 많은 이유가 뭘까?
이동학 : 선거 시기에 경선을 하게 되면, (지지자) 당원 수가 중요하니까 후보가 그동안 알아왔던 사람들을 가입시킨다. 별로 당원 가입할 의사도 없는데 '아는 사람이니까 입당원서 써 준다'는 식이다. 그래도 거기까지는 인정할 수 있다. 당원을 모아 왔으면 이 정당의 정책을 설명해 주고, 그들로부터 정책 요구를 뽑아 연결하는 고리가 있어야 하는데 선거 때만 쓰고 끝난다. 이게 문제다.
프레시안 : 그러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혁신위에서 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 수 있을까 하는 시선이 있다. 총선 나가려는 사람들이 굉장히 심하게 반발할 텐데?
이동학 : 그것을 못 건드리면 혁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종이 당원에 의존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전수조사를 해서, 실제 당원만 남기고 거기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것을 정리 안 하고 간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많은 지역위원장들도 (당원 명부에) 허수가 너무 많다는 얘기를 한다.
프레시안 : 당원 명부 문제는 사실 새정치연합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정당에도 이런 문제가 있는데, 당 내부에서 '다른 당은 놔두고 우리만 정리하면 우리만 당원 수가 줄어든다'고 반발할 여지도 있다.
이동학 : 그래도 이건 반드시 해야 한다. '종이 대결'은 정치를 무의미하고 피폐하게 만든다. 종이 당원 문제는 혁신위 5대 과제(△기득권 타파, △사회적 특권 타파와 불평등 해소, △정당 강화, △새정치 틀 확립과 전국정당화, △공천 개혁) 가운데 3번째 항목에서 논의될 듯하다. 다만 이게 '공장 내부'의 문제라서, 국민들이 별 관심을 안 가질 것 같다.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잘 바꿔서 얘기해야 할 것 같다.
"기득권 타파는 '대표성'의 문제…세비 줄이기 등 아니다"
프레시안 : 혁신위의 1번 과제는 기득권 타파로 설정됐다. 그런데 정치학자들이나 전문가들은 '의원 특권 내려놓기 경쟁'으로 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의정활동 잘 하라고 부여한 권한인데, 쓰기 나름 아닐까?
이동학 : 저 역시 그런 입장이다. (권한을) 다 내려놔야 한다는 게 아니다. 제가 다른 인터뷰에서 국회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출장 문제를 얘기했는데, 그건 예를 들다 보니 그런 것이고, 더 큰 기득권 구조는 따로 있다. 더 큰 기득권이 뭐냐, 우리 당의 인적 구성을 보면 '호남·50~60대·남성·엘리트' 중심으로 돼 있다. 중산층과 서민을 대변하는 게 이런 인적 구성에서 가능한가?
이 구조를 깨는 게 중요하다. '호남·50~60대·남성·엘리트'라는 덩어리가 기득권화돼 있다. 청년도 여성도 대변 못 한다. 지금의 당 내 의사결정 구조에서 그들을 어떻게 끌어안을 수 있을까, 의원들의 인적 구성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를 종합적으로 논의할 혁신안이 나와야 한다.
프레시안 : 이 위원의 말은 '당 내부 또는 정치권 전반에서 다수 대중은 잘 대표되지 못하고, 일부 정치인들이 과도하게 대표돼 있는 현상 자체가 정치의 기득권이다'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는 기득권 내려놓기라고 하면 '의원 세비(월급) 깎자', '의원실 직원 줄이자' 이런 식으로 받아들인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도 '국회의원 수를 200명으로 줄이자'고 하기도 했다. 혁신위의 '기득권 타파' 과제가 이런 식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이동학 :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고 본다. 그건 정치를 공허화·황폐화시키는 것이고, 국민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이다. 의원 정수 문제도 개인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대표는 늘리는 방향으로.
다만 국민이 느끼기에 정치인들이 과도하게 혜택을 받는 것은 다시 찾아봐야 한다. 해외 연수도 세금으로 다녀오는 건데, 다 알다시피 지금은 그냥 관광, 외유잖나. 지방의회도 마찬가지다. 이걸 제대로 국민을 위해서 쓰면, 제대로 보고 와서 보고서 쓰고 정책에 반영하면 얼마나 좋겠나?
"지도부 흔들기, 무책임하다…'친노'도 '비노'도 마찬가지"
프레시안 : 혁신 문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계파 문제다. 5가지 과제 중 1번(기득권 타파) 혹은 3번(정당 강화)에 해당될 듯한데, 혁신위가 계파 문제를 어떻게 다루게 될까?
이동학 : 아직 혁신위 차원 논의는 아니고 개인 의견인데, 정책 대결로 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본다. 물론 의원들 간에 그룹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정책과 별개로 자리 싸움하는 게 전면에 나오다 보니 당이 국민들에게 정책 정당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당의 전면에 정책 대결이 일어나게 해야 한다. '누구 계파'가 아니라 '어떤 정책을 지향하는 계파'를 만들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의원들끼리 연구 단체를 꾸리는 등의 활동은 더 활성화돼야 한다.
프레시안 : '정책 위주의 정파'와 '이해관계 위주의 계파'를 분리해, 전자는 장려하고 후자는 배제해야 한다는 말로 이해한다. 그러나 지금의 '친노-비노' 논란도 '진보-중도' 대립의 외피를 입을 때가 있어서 분리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책 방향으로 당을 끌고가기 위해 우리가 다수파를 해야 하고, 당직을 차지해야 한다' 이런 논리를 내세울 수도 있지 않겠나?
이동학 : 선거에 승복하면 된다고 본다. 당 지도부를 뽑아 놓고 흔드는 행위는 무책임하다. 당헌당규에 의해 당 대표 선거를 했는데, 그렇게 선출된 지도부에 끊임없이 불신을 보내고 흔들지 않나? 비판은 할 수 있는데, 대표 자리에서 내려오라는 건 '막말'이다.
제가 최근에 '김한길·안철수 전 대표 사퇴가 무책임했다'고 말해서 그런 기사가 나가 곤혹스러운데, 소위 '친노' 그룹도 김·안 전 대표 때 연판장 돌렸다. 박영선 비대위원장 때도 세월호법 협상 못 했다고 내쫓았다. 그러면서 세월호 문제도 아직 해결 안 됐다. 처참한 상황이다.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도부가 다소 넘어지더라도 일으켜 세워 주는 문화를 가져야 한다. 그런데 승복하지 않는 문화가 재생산된다. 이제 '흔들기'가 당연하게 됐다. 어떻게 승리할 수 있겠나?
프레시안 : 혁신위에 대해서도 '친노·운동권 위주다'라거나 심지어 '문재인 대표 전위부대'라는 얘기도 나온다. 어떻게 받아들이나?
이동학 : '프레임'을 거는 거다. 혁신위에서 어느 한 쪽 계파를 (목표로) 상정해 혁신안을 만들지 않을 것이지만, 그게 계파 안으로 숨어 버리면 (특정) 계파가 피해자가 되는 것처럼 프레임이 걸린다. 원칙을 정하면 어느 쪽이든 수긍해야 하는데. 혁신위 자체가 계파 싸움 때문에 생겨났다. 계파 문제 해결은 시대적 소명이 됐다. 원칙을 정하는 데에 방점을 찍고 싶다.
프레시안 : 최근 혁신위 측이 문재인 대표 측에 '문 대표 측근들은 내년 총선 불출마 입장을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는데 사실인가?
이동학 : 혁신위에서 그런 논의는 한 적이 없다.
"이준석·손수조가 청년세대 대변? 깜짝쇼였다"
프레시안 : 혁신위에서 이 위원이 청년 문제를 대변해야 하는 구조다. '청년 문제'라는 주제를 어떻게 인식하나?
이동학 : 우리나라에는 큰 틀에서 3개의 세대가 있다. 산업화 세대는 새누리당이, 민주화 세대는 새정치연합이 대변한다. 그러면 미래 세대는 누가 대변하나? 없다. 큰 문제다. 한국의 중위 연령이 39세에서 40세로 앞자리가 바뀌면서 사회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더 활력을 잃은 게 우리 당이다.
당에 20대·30대가 안 들어오고 있고, 대의원 중에 20대는 2%, 30대는 7%밖에 안 된다. 대의원들의 평균 연령은 58세로 새누리당보다 높고, 당 소속 국회의원들 평균 연령도 새누리당보다 3살 많다. 경도된 정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새정치연합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은 2012년 총선 때 청년비례제를 도입해서 김광진·장하나 의원이 원내에 진입했다. 청년비례 제도를 어떻게 평가하나?
물론 (청년비례로 당선된) 의원들에게 이 모든 걸 떠맡기기는 무리이고 가혹하다. 당 스스로 그런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청년들도 스스로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번에는 청년비례가 (외부 개방 공모가 아닌) 당 청년위에서 자체 2명을 선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이번 실험을 통해 제도가 진화하길 바란다.
프레시안 : 2012년 새누리당이 이준석 당시 비대위원과 손수조 미래세대위원장을 내세워 청년 세대를 대변하겠다고 했었다. 이 위원을 향해 '야당 판(版) 이준석'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들의 역할을 어떻게 평가하나?
이동학 : '깜짝 쇼'였다. 미래 세대를 대변하겠다는 말만 남겼지, 새누리당은 그 이후에는 청년 세대를 위해 움직이지 않았다. (새누리당에) 진정성이 없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지금은 또 새누리당에 청년이 온데간데 없지 않나. 총선 때 되면 더 파격적인 것을 할지는 모르지만….
프레시안 : 그런데 이런 지적도 있다. 계급·지역 등의 다른 틀도 있는데, 과연 '세대'라는 틀이 지금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유효한 틀이냐는 것이다. 시트콤 <논스톱>에서 앤디가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청년실업이 수십만에 육박한다'고 했던 게 12년 전이다. 오히려 청년 세대 내에서 '세대론'에 대한 피로감이 있다.
이동학 : 세대론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청년 세대의 '덩어리'가 커지고 있다. 비정규직, 저소득층 외에 니트(NIEET)족, 캥거루족 등이 생겨나는 추세다. 이 덩어리가 더 커지면 사회가 지탱할 수 없게 된다.
오히려 지금은 세대론의 초입 단계이고, 앞으로는 더 가속화될 것이다. 2018년 '인구 절벽' 문제도 있다. 3400만 명이 생산 가능 인구인데 이 가운데 2500만 명이 일을 하고 있다. 그 중 젊은 세대가 얼마나 있냐에 따라 (미래에) 세수가 결정되고, 노인 등 복지 비용 지출의 원천이 결정된다.
그래서 세대론은 청년만을 위한 게 아니다. 다 연동돼 있다. 청년들이 지금 과도하게 부모 그늘에 있는 문제도 있고, 특히 저출산 고령화와 이로 인한 국가재정 악화 문제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총선과 대선이 그런 문제들이 분출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닮고 싶은 정치인, 유승민…야권엔? 말 못해요. 하하하"
프레시안 : 앞으로 정치를 계속하게 될 텐데, 포부가 있다면?
이동학 : 저는 우리 사회가 신뢰 자본을 다시 되살리는 사회로 갔으면 좋겠다. 사람들의 근본 목표가 돈 많이 벌고 잘 사는 것이 되고 있다. 그것을 바꾸고 싶다. 그런데 세상을 바꾸는 데에는 3가지 방법이 있다고 보는데, 봉사활동을 하거나, 돈을 많이 벌어 다른 사람을 돕거나, 정치를 하는 것이다. 정치에서 합리적이고 정의로운 결정을 하면 모두가 잘 사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정치를 바꾸고 나라를 바꾸고 싶다. 정책적으로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와, 이에 기인하는 세수 문제가 관심사다.
프레시안 : 언론 인터뷰에서 '롤 모델'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언급한 것을 봤다. 유 원내대표를 어떤 점에서 높이 평가하나? 야권에는 닮고 싶은 정치인, 없나? (웃음)
이동학 : 유 원내대표는 사람의 진심이 느껴진다. 새누리당이 그동안 가려고 했던 방향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자들을 대변하기보다 약자들을 대변하자고 했고, 부자보다 영세 자영업자를 대변해야 한다고 했다. 이건 소신이다. 자리 싸움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놓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 당도 그랬으면 좋겠다.
야권은…. 누구 이름 말하면 '누구 계파'라고 찍히잖나. (웃음) 좋아하는 사람, 당연히 있지만 말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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