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분석할 뉴스의 주인공은 '베짱이 청와대'입니다. 청와대가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인다는 점에서 베짱이를 떠올리게 하는데요. 이와 관련해 주목할 사례는 두 가지입니다.
먼저 국회법 개정에 대한 청와대의 행보부터 보죠.
일부 조간이 오늘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빌려 보도한 게 있습니다. 여야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수정 문제를 풀 해법으로 국회법 개정에 잠정합의한 것을 알고 청와대가 제동을 걸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조선일보>의 경우 청와대의 인지 시점까지 구체적으로 전했습니다. "청와대가 국회법 개정안 처리 가능성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본회의 하루 전날인 지난 28일 저녁 7시쯤을 전후해서라고 한다"고 전한 건데요. 이에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공무원연금 개혁과 국회법 개정안을 연계시키면 안 된다는 뜻을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에 전달했는데도 유승민 원내대표가 합의를 했다는 겁니다.
이런 보도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청와대는 할만큼 했다'는 겁니다. 청와대는 어떻게든 막아보려고 실시간으로 동분서주했지만 유승민 원내대표의 일방행보로 무위에 그쳤으며, 따라서 문제의 책임은 유승민 원내대표에 있다는 겁니다.
헌데 유의해서 봐야 할 대목이 있습니다. 바로 청와대의 인지시점, '지난 28일 저녁 7시쯤'이라고 하는 최초 인지시점입니다. 이게 말이 되지 않습니다.
여야 원내대표가 국회법 개정안 처리에 잠정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건 지난달 27일이었습니다. <헤럴드경제>의 경우 이날 오전 10시35분에 입력한 기사에서 "여야 원내지도부는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개정에 대해 국회법 등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추가 보완 작업을 하기로 잠정 합의를 이뤘다"고 전하면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국회법 개정안 올라온 게 있는데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것 정도는 우리도 찬성한다'(는)…입장을 내비쳤다"고 보도했습니다. 청와대가 최초 인지했다는 시점보다 하루하고도 한 나절 일찍 관련 소식을 전한 겁니다.
언론조차 일찌감치 파악하고 있던 사실, 나아가 공개리에 보도됐던 사실을 청와대는 하루 넘게 모르고 있었다는 주장, 납득할 수 있을까요? 청와대의 이런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들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손 놓고 있었다는 자기 고백이 되는데 이걸 이해할 수 있을까요? 개정 국회법에 대한 찬반 의견을 떠나 청와대의 업무 시스템과 업무 능력의 수준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하나의 사례가 있습니다. 메르스 방역에 대한 대통령과 청와대의 대처인데요. 이 역시 '베짱이' 면모 그 자체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메르스 방역과 관련해 입을 뗀 건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였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은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초기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지적했고, 보건역량을 총동원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이런 지시가 있고나서야 부랴부랴 대책반을 꾸렸고요. 그게 바로 어제, 2일의 일입니다. 메르스 방역에 구멍이 뚫려 확진환자가 급속히 늘고 3차 감염자까지 확인된 시점에서야 청와대는 움직인 겁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난 5월 20일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15명의 환자가 확인되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이게 엉터리였습니다. 박 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하던 시점에서 확인된 환자 수는 18명이었습니다. 수석비서관회의가 열리기 3시간 전쯤인 오전 7시에 보건복지부가 환자 3명 추가 확인 사실을 발표한 것입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전날 밤 '버전'인 15명을 언급했습니다. 메르스 방역 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하지 않고 있음을 제 입으로 고백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두 사례는 아주 단순한 것입니다. 기초적인 상황 파악 또는 기본적인 수치 조사에 관한 사례입니다. 청와대는 이런 단순한 문제에 대해서조차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내 탓'은 하지 않고 '네 탓'만 합니다. 또 다시 '유체이탈'입니다.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의 레이더가 8시간 안에 북한에서 중국을 겨냥한 원거리 모드로 전환할 수 있단 분석이 나왔습니다. 한겨레가 어제 미 국방부 문서를 확인한 결과인데요. 사드의 레이더는 탐지거리가 긴 전진배치모드와 탐지거리가 짧은 종말모드 두 가지가 있는데요, 이 두 가지 모드의 설정을 바꾸는 데는 통신 소프트웨어만 교체하면 되기 때문에 8시간 안에 설정을 바꿀 수 있다고 이 문서에 적혀 있습니다. 사드 옹호론자들은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해도 북한 지역에까지만 탐지거리가 제한돼서 중국에는 별 영향이 없을 거라고 주장해 왔는데요. 이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정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주민세를 인상하라고 지속적으로 압박하고 있습니다. 주민세를 인상하지 않으면 지자체 교부금을 삭감하겠다고 압박하면서, 구체적으로 인상액까지 제시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많은 지자체들이 오는 8월 주민세 부과를 앞두고 조례를 바꿔가면서 세금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주민세를 최대 2만원까지 인상하기 위해 발의된 지방세법 개정안이 서민증세 논란으로 국회 안전행정위 법안소위에 계류돼있는데, 국비 지원을 빌미로 세금인상을 관철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새벽 메르스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으로 확인된 환자가 5명 늘었습니다. 새벽에 확인된 5명의 환자 중 한 명은 3차 감염자라고 하는데요. 의료기관 내에서 확인됐습니다,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사망자 2명을 포함해 현재까지 30명, 이 중 3명은 3차감염자입니다. 오늘이 보건 당국이 2차 감염자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날입니다. 최초 감염자로부터 시작된 바이러스의 잠복기간(최대 14일)이 끝나기 때문입니다.
○…황교안 총리 후보자가 2012년 1, 2심에서 모두 유죄가 나왔던 형사 사건을 수임해서 무죄취지의 파기환송을 이끌어냈다, 그런데 당시 대법원 주심 재판관인 김용덕 대법관이 황 후보자의 고등학교 3학년 같은 반 동창이어서 사적 관계를 통해 재판을 유리하게 이끈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죠? 해당 사건과 관련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습니다. 황 후보자가, 당시 이 사건의 정식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밝힌 내용인데요. 직접 대법원 사건진행내용 등의 자료를 확인해 보니 정식 선임계는 제출돼 있지 않았고, 그런데 법조윤리위원회 자료에서는 이 사건을 수임한 것으로 돼 있었다는 겁니다. 고위 전관 출신 변호사가 선임계를 내지 않고 사건에 개입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속칭 전화변론이라고 하는데요. 전화변론을 한 게 사실이라면, 선임서를 제출하지 않고 전화 등의 방법으로 변론활동을 할 경우 변호사법에 따라 처벌받게 돼 있습니다.이처럼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으면 수임료를 수령했는지 확인할 길이 없기 때문에 소득을 누락시킨 것 아니냐, 탈세한 것 아니냐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황교안 후보자 관련 소식 한 가지 더 준비했는데요. 어제 29개 종교단체가 임명 저지 범종교인 연석회의를 출범하고 황교안 후보자 임명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최고의 선교는 언제나 공격적일 수밖에 없다." 2007년 샘물교회 교인들 아프간 피습살해사건 때 했던 말이죠. "교회법이 세상법보다 우선해야 한다" 등 종교 편향적 발언들이 지나치게 극단적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습니다. 앞서 이런 주장들은 많이 제기가 돼 왔죠. 기독교와 개신교 쪽 단체가 어제 이 요구에 동참했다는 점에서 주목해봐야겠습니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 소식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검찰이 성 전 회장이 전도금, 다시 말해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32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확인했었죠. JTBC가 어제 보도한 내용을 주목해 봐야할 것 같은데요. 검찰 조사에서 "2012년 새누리당 수석 부대변인이었던 김 모씨에게 2억 원을 건넸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온 경남기업의 한장섭 전 부사장이 "2억 원을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빼냈다"고 진술했습니다. 자금 마련 방법은 이 진술을 통해 확보가 된 거죠.
○…관련해서 주목해야 할 뉴스가 하나 더 있습니다. 검찰이 최근 경남기업 계열사 관계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는데요. 경남기업 전도금 32억원과, 서산장학재단을 통해 세탁한 비자금 이외의 비자금 조성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수사가 지지부진했던 인물들이 있었죠? 홍문종 의원,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김기춘․허태열 전 비서실장,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서면질의서만 받고 답변을 검찰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들의 동선과 일치하는 자금으로 확인이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어제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새정치민주연합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계파 패권주의를 청산하자, 하나가 되는 당이 돼서 이기는 정당이 되자, 이런 의미로 열렸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김한길 의원은 독감을 이유로, 안철수 의원은 라디오 방송 출연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습니다.
○…안철수 의원, 워크숍에 불참하고 방송에서 출연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 방송에서 혁신위원장직을 왜 거절했느냐는 질문에 "혁신은 대표의 몫"이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또 "혁신위원장의 실패가 곧 대표의 실패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방송에서 안 의원, 다음 대선 출마의지도 밝혔습니다. 사회자가 2017년 대선에 출마하느냐 물었다는데요. 안 의원의 답변은 "그럼요"였습니다.
○…그제 오후 서울지방경찰청에 상황실에 두 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스포츠 머리를 한 남성이 몰고가는 고급 승용차 트렁크에서 검붉은 피가 줄줄 흐른다는 신고였습니다. 경찰서에 비상이 걸렸고 6대의 경찰차가 출동했습니다. 알고 보니 이 검붉은 액체는 더운 날씨에 병이 터져 흘러나온 복분자주였습니다. 유흥업소 종업원인 운전자 김 씨가 주점에서 팔기 위해 복분자주를 운반 중이었습니다.
<프레시안>은 6월 1일부터 시사평론가 김종배 씨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시사통>과 기사 교류를 시작합니다. 이 기사는 6월 3일 <뉴스토크> 내용입니다. (☞<시사통> 바로가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