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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 강타선, 루스-게릭의 양키스보다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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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다저스 강타선, 루스-게릭의 양키스보다 강하다

[베이스볼 Lab.] 다저스 최강 공격력의 4가지 비결

LA 다저스의 시즌 초반 기세가 무섭다. 미국 시간으로 5월 17일까지, LA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지구 2위 팀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는 4.5게임차로, 다저스는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1위 휴스턴과 더불어 가장 큰 차이로 2위팀을 따돌리고 있는 팀에 속한다.

시즌 초반 다저스의 전력은 100%와 거리가 멀다. 슈퍼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는 8경기 51이닝 ERA 4.24에 그치며 부진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선발 로테이션의 자리를 맡아줘야 할 류현진은 어깨 부상으로, 브랜든 매카시는 토미존 수술로 전력에서 빠진 상태다. 마무리 투수 켄리 얀센이 개막을 앞두고 발 부상으로 빠진데 이어, 대체 마무리로 낙점한 조엘 페랄타까지 부상으로 이탈해 뒷문에도 구멍이 생겼다. 다저스는 팀내 4세이브 이상 올린 투수가 없는데 현재 승률 5할 이상의 팀 중 4개 이상의 세이브를 올린 선수가 없는 팀은 다저스가 유일하다. 이렇게 여러 불안요소가 있는데도 다저스는 6할 6푼이 넘는 승률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다저스가 여러 선수들의 부진과 부상에도 지난해보다 훨씬 나은 성적을 기록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메이저리그 역사상 손에 꼽을 만큼 강력한 화력을 발휘하고 있는 타선 덕분이다. 전통적으로 투수 명가로 알려진 다저스지만, 최근에는 팀 컬러를 핵타선으로 바꿀 셈인지 무시무시한 공격력을 과시하고 있다.

올해 다저스 타선의 위력은 메이저리그 역대 강타선으로 꼽히는 팀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놀랍게도 올 시즌 다저스 타선의 wRC+(조정 득점생산력)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타선으로 거론되는 1927년의 뉴욕 양키스를 뛰어 넘는 수준이다. 1927 양키스는 베이브 루스(.356/.486/.722, 60홈런)와 루 게릭(.373/.474/.765, 47홈런)이 함께 활약한 전설적인 팀. 그 외 1930년과 31년의 뉴욕 양키스, 1976년 신시내티 레즈 중에도 올해 다저스보다 높은 wRC+를 기록한 팀은 없다.

*필자 주: wRC+는 리그 득점 환경, 구장 환경이 적용된 지표로 다른 시대와 다른 상황의 공격력을 비교하는데 사용한다. wRC+의 평균은 100으로 120은 리그 평균에 비해 20% 우수한 공격력, 80은 리그 평균에 비해 20% 떨어지는 공격력을 의미한다.

1900년대 이후 wRC+가 가장 높은 상위 5개 팀

물론 1927년 양키스가 팀타율은 물론 출루율, 장타율 모두 앞서는데 어떻게 올해 다저스 타선이 더 뛰어난지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매년 치르는 수능시험에서도 교육제도의 변화, 문제 변별력의 차이 등으로 인해 단순히 원점수가 높다 해서 무조건 더 시험을 잘 봤다고는 할 수 없으며, 표준점수가 더 중요하듯이 야구도 마찬가지다. 리그 환경이 얼마나 득점이 많이 나고 적게 나느냐에 따라 절대적인 수치는 떨어지더라도, 상대적으로 봤을 땐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굳이 조정지표를 보지 않더라도 다저스 타선이 막강하다는 것을 설명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다저스는 리그에서 유일하게 팀 OPS가 8할이 넘어가는(.829)팀으로 2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784)와는 4푼 5리의 차이가 난다. 거기에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팀이기에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디스어드벤티지를 항상 안고 있다. 내셔널리그에서 다저스에 이어 OPS가 가장 높은 팀은 워싱턴 내셔널스(.742)로 그 차이는 무려 8푼 7리나 된다. 메이저리그는 현재 투고타저의 시대에 접어들어 있는데, 마지막으로 팀 OPS가 8할을 넘겼던 팀은 2011년의 보스턴 레드삭스(.810)이며, 마지막으로 팀 OPS가 8할을 넘긴 내셔널리그 팀을 찾으려면 시계바늘을 2007년까지(필라델피아 필리스 .812)까지 거꾸로 돌려야 한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는 맷 켐프, 핸디 라미레즈 등 팀내 최고 타자들을 트레이드, FA 등으로 떠나 보냈다. 이에 전체적인 타선의 파워는 지난 시즌보다는 다소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더욱 막강한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어떻게 이런 결과가 가능했을까.

1. 원래부터 다저스의 타선은 좋은 타선이었다

팬들은 지난해 다저스의 경기를 보면서 답답한 공격력에 불만이었지만, 사실 다저스는 작년에도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wRC+가 높은 팀(110)이었다. 국내 팬들에게 다저스가 물타선으로 느껴지게 된 원인은 국내 팬들이 주로 지켜보는 류현진 선발등판 경기 시 평균 득점지원이 4.02점으로 작년 다저스의 경기당 평균 득점(4.43)에 크게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한국에서 메이저리그의 인기가 절정이었을 때와 비교하면 타선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다. 작년 내셔널리그 팀들의 평균 득점은 3.95점에 그쳤는데 이는 1999년 내셔널리그 팀 평균 득점(5.00)에 1점 이상 떨어지는 수치다.

2. 뉴페이스들의 대활약

비록 핸리 라미레즈와 맷 켐프는 떠났지만, 떠난 선수가 있으면 새로 온 선수도 있기 마련이다. 맷 켐프 트레이드의 메인 칩이었던 포수 야스마니 그랜달(.297/.414/.484)은 리그 득점환경을 고려할 경우 오버 좀 보태 마이크 피아자가 다시 재림한 수준이다. LA 에인절스에서 트레이드 해온 하위 켄드릭(.314/.373/.489)은 타격 라인만 놓고 봐선 2루수라 생각되기 힘들 정도이며 리그 평균 1루수(.265/.344/.457)보다 더 뛰어난 방망이 실력을 뽐내고 있다. 강력한 신인상 후보로 떠오른 작 피더슨(.241/.399/.554)은 벌써 10개의 홈런을 쳐내면서 팀 내 홈런 1위에 올라있다. 원래 8번 타순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도저히 8번 타순에 계속 배치할 수 없는 타격을 보여준 덕에, 부진한 지미 롤린스의 1번타자 자리를 빼앗기까지 했다.

3. 우린 아직 죽지 않았어

어깨 수술을 받은 이후, 애드리안 곤잘레스(.356/.427/.689)의 파워가 사라졌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밀어치기의 달인이었던 그가 올해는 당겨치기에 집중하면서 다시 전성기 수준의, 아니 어쩌면 전성기 때보다 더 뛰어난 파워로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시즌 개막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처리하고 싶어도 도저히 처리할 수 없었던 선수인 안드레 이디어(.326/.427/.576)도 다저스 타선의 핵으로 떠올랐다. 야시엘 푸이그(.279/.380/.465)가 부상으로 빠져있지만 이디어가 있기에 푸이그의 빈 자리가 크지 않다.

4. '다른 팀 가면 주전'급 최강 벤치 멤버

벤치에서 나오는 타자들의 성적도 장난이 아니다. 웬만한 팀에 가면 진작 주전자리를 꿰차고도 남았을 선수들이 팀 사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벤치에 머무르거나 플래툰으로 나오고 있다. 최근엔 사실상 주전으로 나오고 있지만, 푸이그가 돌아온다면 어쩔 수 없이 다시 플래툰으로 나오게 될 스캇 반 슬라이크(.313/.361/.500)가 대표적이다. 반 슬라이크는 작년까지 ‘좌투수 킬러’로 유명했지만, 올해는 신기하게도 우완투수를 상대로 훨씬 더 잘 치고 있다 (vs 우완 OPS .947, vs 좌완 OPS .641). 다저스의 내야 슈퍼 유틸리티 선수인 저스틴 터너(.288/.373/.591)는 2년 연속으로 벤치에 앉아있기는 아까운 성적을 기록 중이다. 주로 대타로 나와 나올 때마다 강렬한 활약을 펼친 알렉스 게레로(.333/.369/.733)는 65타석에 들어선 데 그쳤지만 벌써 6개의 홈런을 쳐냈다.

물론 다저스는 아직까지 고작 36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앞으로 126경기라는 대장정이 남아있기에 올해 다저스의 타선이 역대 최강 화력 팀들과 끝까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지는 아직 한참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극심한 투고타저의 시대에 팬들 기억에서 지워졌던 막강 화력의 팀을 다시 볼 수 있게 된 것은, 화끈한 공격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반가운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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