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양키스는 5억300만 달러를 투자했음에도 신통치 못한 성적을 거뒀다. 게다가 시즌이 끝나고 데릭 지터의 은퇴, 구로다의 친정 복귀, 데이비드 로버트슨의 FA 이적 등으로 상당한 전력 누수가 발생했다.
체이스 헤들리(4년 5200만 달러)와 스티븐 드류(1년 500만 달러), 크리스 영(1년 250만 달러)을 잔류시켰지만 전력보강보다는 현상 유지 쪽에 가까웠다. 데이비드 로버트슨 대신 좌완 구원투수 앤드류 밀러를 영입한 것도 마찬가지다. 주목 받은 영입은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디디 그레고리우스와 네이선 이오발디 정도였다.
반면, 같은 지구의 보스턴 레드삭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대형 FA 영입과 트레이드를 통해 타선 강화에 성공했다. 지난 시즌 1위 볼티모어 오리올스도 만만치 않은 전력이다. 이에 시즌이 시작할 무렵 양키스의 시즌 전망은 부정적인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비관적인 전망과는 달리, 양키스는 비록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AL 동부지구 1위에 당당히 올라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1. 강력한 구원 투수진
양키스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가장 큰 동력은 강력한 구원 투수진이다. 특히 합계 27이닝 동안 자책점을 단 1점도 내주지 않은 셋업맨 델린 베탄시스와 마무리 앤드류 밀러의 활약이 돋보인다. 9이닝당 삼진(K/9) 비율이 15개가 넘는 두 투수의 공에 상대 타자는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7회를 마친 시점에서 양키스가 앞서 있다면, 경기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델린 베탄시스는 3일 경기에 등판, 상대한 네 명의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오랜 시간 동안 마이너리그에서 투구 매커니즘과 제구력을 가다듬어왔던 그는, 지난해 드디어 가공할만한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큰 키(206cm)에서 내리꽂는 패스트볼과 위력적인 너클커브를 주무기로 90이닝 동안 무려 135개의 삼진을 잡으며 평균자책점 1.40을 기록했다.
풀타임 첫해, ML 구원 이닝 2위(90이닝)을 소화한 것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베탄시스는 올해도 여전히 강력한 구위를 뽐내고 있다. 9이닝당 볼넷 비율이 지난해보다 2배가량 높은 것은, 의도적으로 스트라이크 존의 외곽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인 단계로 보인다.
데이비드 로버트슨 대신 영입한 앤드류 밀러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데뷔 초인 2006년만 해도 드래프트 당시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활약을 보였던 밀러는, 2012년 구원 투수로 보직을 옮기면서부터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FA를 앞둔 지난해, 좌우타자를 가리지 않고 위력적인 모습을 선보이며 4년 36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활약한 시기가 짧았던 탓에 과잉투자라는 의견도 많았지만, 현재까지만 놓고 봤을 때 양키스의 선택은 현명했다. 앤드류 밀러는 현재까지 9번의 세이브 기회를 모두 성공시켰다.
두 핵심 투수를 주축으로 양키스의 구원 투수진은 메이저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이닝(87.2이닝)을 소화하면서도 평균자책점 1.64(ML 3위)를 기록하고 있다.
2.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들의 활약
한편 양키스는 31개(AL 공동 2위)의 홈런을 때려내고 있다. 116득점은 AL 공동 6위이지만, 승리하기에는 충분한 점수다. 사실 자코비 엘스버리(타율 .323, 9도루), 브렛 가드너(타율 .319, 6도루)가 이끄는 테이블 세터진(1,2번 타자)의 활약은 예상됐던 바대로다. 양키스가 이 정도의 득점력을 낼 수 있었던 이유는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들의 활약에 있다.
2014시즌 162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던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팬들에게 자필편지로 사과했을 때, 이 정도의 활약을 예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로드리게스는 .243 .371 .541(타/출/장) 6홈런 14타점으로 양키스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윌리 메이스의 660홈런(역대 4위)과 동률을 이루는 6호 홈런을 쳐냄으로써 600만 달러의 보너스를 놓고 분쟁이 일어나게 됐지만, 어쨌든 A-ROD의 부활이 양키스의 성적에 호재로 작용했음은 분명하다.
2013년 부상 때문에 15경기 출장에 그쳤고, 2014년에는 상대 팀의 수비 시프트에 막히며 극도의 부진을 겪었던 마크 테셰이라의 활약도 놀랍다. 테셰이라는 여전히 상대 시프트에 막혀 BABIP(인플레이 된 공이 안타가 되는 비율)이 .131에 그치고 있다. 덕분에 타율은 .200에 불과하지만, ML 공동 3위에 해당하는 8개의 홈런을 쳐내며 18타점(팀 내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양키스 타선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한 선수는 역시 크리스 영이다. 지난 시즌 뉴욕 메츠에서 성적 부진으로 방출됐던 크리스 영은, 양키스로 자리를 옮긴 후 23경기에서 .282 .354 .521(타/출/장) 3홈런 10타점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양키스타디움을 홈 구장으로 쓰면서부터 BABIP가 1할 정도 상승한 그는 이번 시즌에도 22경기만에 .317 .386 .698(타/출/장) 6홈런 12타점을 기록 중이다.
확실한 테이블 세터진에 더해, 기대하지 않았던 선수들이 장타를 쳐줌으로써 양키스는 나머지 타자들의 부진에도 어떻게든 점수를 뽑아낼 수 있었다.
3. 잔여 시즌 전망
그러나 양키스는 득점(633득점)보다 실점(664실점)이 더 많았던 지난해에도 84승 78패로 거의 마지막까지 와일드카드 한 자리를 놓고 경쟁을 펼친 팀이다. 이번 시즌을 앞둔 시점에서 공개된 <베이스볼 프로펙터스>의 PECOTA 분석(통계 기반의 성적 예측 시스템)에 따르면 동부지구 1위로 예측됐던 보스턴과 양키스의 승차는 6승 정도로 예상됐다.
양키스의 사령탑을 맡으면서부터 팀의 전력에 비해 늘 좋은 결과를 얻어냈던 조 지라디 감독의 전술적 역량을 생각했을 때, 역전이 불가능한 격차는 아니다. 4월 이후에도 계속해서 양키스의 행보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