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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냐 승리냐…NBA '핵 어-' 작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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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냐 승리냐…NBA '핵 어-' 작전 논란

고의 파울작전 놓고 의견 분분

프로스포츠 팀은 팬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해, 그리고 승리를 거두기 위해 존재한다. 정해진 규칙 아래에서 최선을 다해 승리를 거두는 모습을 보기 위해 팬은 기꺼이 지갑을 열고, 선수들은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아간다. 그러나 어떤 종목이든 이슈가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승리를 위해서 경기의 재미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해도 괜찮은 것인가?’라는 것이다.

현재 치열한 플레이오프 1라운드를 치루고 있는 미국 프로농구(NBA)에선 경기에 대한 이야기만큼이나, 특정 작전으로 인한 경기 지연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흘러나오고 있다. 바로 ‘Hack A -’ 작전에 대한 이야기다.

‘핵 어 -’ 작전이란 상대팀의 자유투 성공률이 낮은 선수에게 고의적으로 파울을 범하는 작전이다. 기대득점을 줄이는 효과도 있지만 상대팀의 공격 흐름을 끊으며, 우리 팀은 계속 인플레이 상황에서 공격만 할 수 있어 감을 유지하기 좋아진다. 파울트러블에 걸릴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주로 핵 어 작전을 펼칠 땐 벤치워머들을 투입시켜 반칙을 시키며 파울이 적은 선수 위주로 반칙을 한다는 점에서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전 댈러스 매버릭스의 돈 넬슨 감독이 창안한 작전이지만 유명해진 건 공룡 센터 샤킬 오닐을 막는 방법으로 널리 쓰이면서 ‘핵 어 샤크’ 작전으로 알려지고 나서다.

샤킬 오닐은 은퇴했지만, 유독 자유투에 자신이 없는 선수들은 꾸준히 있기 마련이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LA 클리퍼스의 센터 디안드레 조던(정규시즌 자유투 성공률 39.7%)을 겨냥한 ‘핵 어 조던’ 작전과, 휴스턴 로켓츠의 자유투를 못 던지는 인사이더진(드와이트 하워드 52.8%), 조쉬 스미스(49.8%), 조이 돌지(28.9%)을 겨냥한 고의 파울작전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핵 어 -’ 작전의 문제는 경기를 보는 관중이나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지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격을 하고, 상대팀의 공격권이 주어지면 바로 파울을 해서 자유투를 던지고, 또 공격을 하고, 자유투를 던지고의 무한 반복이다보니 경기는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야구를 보다 공수교대 시간에는 다른 채널을 돌려보듯이, 핵 어 작전이 시작되면 채널을 돌린다. 이쯤되면 끝났겠지 싶어서 다시 채널을 돌리면 아직도 자유투를 던지고 있을때가 있다’라는 ‘샌안토니오’ 팬이 있을 정도다.

이처럼 팬들을 멀어지게 할만한 작전이 기승을 부린다면, 리그 차원에서 제제를 고려하게 된다. NBA에는 경기 마지막 2분 안에 플레이와 관련 없는 선수에게 파울(Away From The Play Foul)이 불릴 경우 팀 내 아무 선수나 자유투를 1구 던질 수 있으며, 공격권을 그대로 주도록 룰을 개정하여 경기 막판의 핵 어 작전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경기 마지막 2분이 아니더라도, 파울은 언제라도 할 수 있다. 실제로 어제 펼쳐진 클리퍼스와 스퍼스의 5차전에서 핵 어 작전은 3쿼터에 가장 기승을 부렸다.

‘핵 어 조던’ 전술을 바탕으로 효과적으로 클리퍼스의 공격을 봉쇄한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그렉 포포비치 감독은 '나도 핵 작전이 좋아서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행 룰에서 승리를 거두기 위한 길이라 어쩔 수 없다' 라는 말을 했다. 그렇다면 이제 리그는 새롭게 룰을 수정해 더 이상의 지루한 자유투 행진이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

메이저리그에 마이너리그가 있다면, NBA에는 D리그가 있다. D리그에서는 어웨이 프롬 더 플레이 파울이 불릴 경우, 팀 내 아무 선수나 자유투를 1개 던질 수 있으며 공격권을 준다. NBA에서도 물론 경기 마지막 2분에는 같은 룰이 적용되지만, D리그에서는 경기 내내 이 룰이 적용된다. 이 규칙이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된다면 다른 방법들도 있다.

파울이 가해진 시점에서 공을 들고 있는 선수가 자유투를 던지게 하는 방법도 고려해볼만 하다. 일반적으로 경기 막판에 펼쳐지는 파울작전과 핵 어 작전의 큰 차이가 있다면 경기 막판의 파울작전은 공을 들고 있는 선수에게 파울을 하기에 공격팀에서 누가 자유투를 던지게 할 지를 정할 수 있고 파울작전이 나올 것이라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자유투에 능한 선수에게 일부러 공을 가지고 있게 할 수 있지만, 핵 어 작전은 공격팀에서 슛을 던질 선수를 정하지 못하고 수비자가 누가 슛을 던지게 할 지 정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만약 볼핸들러가 자유투를 던지게 돼 공격자가 누가 슛을 쏠 지 결정할 수 있다면, 핵 어 작전은 아무 의미 없는 작전이 될 것이다.

혹은 공격팀에서 자유투를 던질 지, 그냥 공격권을 계속 유지할 지를 선택할 수 있게 할 수도 있다. 아니면 코트 위에 서 있는 선수 중 원하는 선수에게 자유투를 던지게 하니 역으로 플레이와 상관 없는 선수에게 고의적으로 파울을 한다면 코트 위에 서 있는 선수 중 원하는 선수에게 파울이 주어지게 룰을 개정할 수도 있다.

'억울하면 자유투 연습을 해라!'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하는 팀이나 선수야 그렇다 치더라도, 심지어 응원팀 팬마저 보기 지겨워 하는 모습을 개정해야 하는 것은 사무국의 ‘의무’다. LA 클리퍼스의 경기를 보는 사람들은 크리스 폴의 드리블과 패싱, 점프슛이나 블레이크 그리핀의 호쾌한 슬램덩크, 디안드레 조던의 시원한 앨리우프을 보기 위해 농구를 보는 것이지 조던이 하루 종일 자유투라인에 서서 자유투만 15개씩 던지는 모습을 보기 위해 농구를 보는 것이 아니다.

NBA 커미셔너 애덤 실버는 얼마 전 핵 어 전술은 재미가 없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심도있는 논의를 할 것이라 말했다. 현명한 룰 개정으로 내년 시즌부터는 NBA를 보다 채널을 돌리는 일이 없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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